세상에서 가장 큰 스케치북 고인돌 그림책 7
박수현 글.그림 / 고인돌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박수현 글. 그림 / 고인돌

다정한 친구사이인 '하루'와 '미투'는 마을 광장에서 축구를 하며 놀곤 해요.
그런데 어느 날 마을 광장에 긴 장벽이 세워집니다.
마을 사람들과 엄마 아빠는 슬픔과 침묵에 빠졌고 장벽이 세워지면서 농사를 짓던 땅과 사람들의 일자리가 사라졌어요.
가족이 생이별을 하는가 하면 친구도 만날 수 없어 하루랑 미투도 축구를 못하게 되었지요.
촌장 할아버지와 사람들이 장벽 앞에서 시위를 하자 총을 멘 군인들이 와 장벽 앞에서 검문을 하고 출입도 막습니다.
광장을 막은 장벽을 보면 답답해 미칠 것 같았던 하루는 붓과 물감을 챙겨 들고가 장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장벽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스케치북이 되어.. 하루의 그림으로 채워집니다.
마을 사람들은 하루의 그림을 보며 살아갈 힘을 얻고 장벽이 허물어지는 꿈을 꾸었어요.
그리고 장벽에 그림을 그리는 하루의 이야기는 전 세계로 퍼졌어요.
장벽을 허물고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라는 세계 여러 나라 아이들의 외침에 장벽은 곧 허물어질거라 합니다.
하루와 미투는 이제 다시 마을 광장에서 축구를 하자고 약속을 합니다.
 
책 제목만치나 책이 제법 커서.. 가방에 넣지 못하고 손에 들고 와야했던 그림책,,
그러나 그런 수고로움쯤은 별것 아니게 책을 먼저 읽고선 아이들에게 꼭 읽어줘야겠단 생각이 들었던 책이랍니다.

책 표지그림만 보고는 언뜻 외국 그림책인가 했는데 우리나라 작가의 책이에요..
'노마콩쿠루상 수상'작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는데 그 도장의 가치는 모르겠어도 읽고나서 가슴에 박힌 느낌은 더 선명히 기억에 남습니다.
본문이 시작되기 전 이 책의 작가는 팔레스타인 마을에 세워진 장벽과 장벽에 그려진 그림, 그리고 장벽에 갇혀 있는 하루의 입장을 들려주어서 책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분쟁이 가져온 큰 장벽, 비단 이것은 팔레스타인에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전쟁의 비극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바램과 희망을 쉽게 공감하게 되었어요.
커다란 종이컵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 축구를 하며 노는 아이들의 자유조차 막는 긴 장벽, 그리고 어두운 표정의 사람들과 상징적인 그림들이 무척이나 인상적입니다.
회색 장벽에 그려진 하루의 그림들에는 (본문의 쓰인 글대로) 미투를 만나 축구를 하고 싶은 마음, 장벽 너머 만나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 그리고 해와 달, 별, 꽃, 나비와 새 등 자유와 평화 희망이 엿보이고요...
아이의 이런 순수한 바램은 세상으로 퍼져 나가고 어떤 무기보다 강력한 힘으로 다행히 장벽을 무너뜨리게 되지요.
빨간 망토를 두른 우리들의 수퍼맨, 하루의 이야기..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모두 하루의 마음이 될거 같아요. 
책에서처럼 팔레스타인에도 우리나라에도 이 비극의 장벽이 어서 무너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보았습니다.
 
분쟁의 상처를 가진 장벽이 '하루'에게 커다란 스케치북이 되었듯 집에 생겨난 커다란 골판지가 우리 아이들에게도 커다란 스케치북이 되어.. 아이들이 그리고픈 것들을 마음껏 담아보게 했어요.

골판지를 벽에다 세워주고 그림을 그리게 했더니 아주 기분이 좋았습니다.
여태 여러 크기, 여러 종류의 것들에 그림을 그렸지만 땅바닥 스케치북을 빼곤 그 크기가 거의 최대에 달해 그런가 봅니다.^^

오빠가 잘 그리는 졸라맨을 그린 다음 졸라맨들이 다니는 학교와 노래방도 있고 갈매기를 그리더니 바닷속 고래와 상어, 거북이도 있다며 이곳저곳 분주히 그립니다.
새와, 바람, 우주 외계인, 병아리와 새 그리고 노래를 부르며 썰매를 타는 아이들까지.. 이틀간 빈 곳이 없게 가득 그려졌어요.
그리고 사이사이엔 작은 말풍선들과 도형들도 그려졌습니다.

그림마다 나름의 이야기도 있고 졸라맨의 표정을 그릴 때마다 엄마를 불러 제끼며 설명도 곁들여 주었어요.

골판지 스케치북이 거실에 자리한 지 삼 일째되던 주말, 
아이들이 골판지 뒷판에다 물감놀이를 하자고요.
물감과 붓 일체를 꺼내주고 맘껏 그리며 놀라 하니 시작 전부터 마음이 먼저 들떴어요.

색을 고른다, 물을 갈아야겠다, 붓 닦을 수건을 주라.. 말도 많고 그리고픈 것도 많다고요..
하지만 막상 유주는 무얼 그리는거 보다 물감을 고르고 칠해보느라 바쁘고
규현이는 그림을 그려 색칠하는 데 속도가 느렸어요.

커다란 비행기에서는 로켓포가 떨어지고.. 작은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총알을 막는 박사가 있다네요.
낙하산을 탄 사람과 공룡까지.. 규현이는 생각나는 것을 차례로 그리는데
유주는 생각나는 것들 - 돼지와 발자국, 해님, 폭죽놀이 - 몇 가지를 그린 다음 발가락을 찍어 구멍을 내는 게 재밌다고 그 위를 걸어다니며 엉뚱한 행위예술을 즐겼어요.

규현이는 비행기를 칠하면서는 손가락으로 붓을 튀겨 색다르게 채색을 해보고 낙하산을 탄 군인을 그릴 적엔 정성을 다했는데 색이 너무 옅다고 아쉬워했어요.
찬찬히 더 그릴거라더니 박남매, 바람개비를 만들어 뛰노느라 삼천포..
3일이 그냥 지나가고  커다란 스케치북은 이제 아이들의 속닥속닥 아지트 동굴이 되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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