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The Collection 2
유주연 글.그림 / 보림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림책을 읽기 시작한지 몇 년 안되지만 때때로 아이들보다는 어른이 혹은 온가족이 함께 읽으면 더 좋겠단 생각이 드는 그림책들이 있어요.
대개의 그림책이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지긴 하지만 어떤 책은 어른을 위한 책이지 싶을 때가 있는데 바로 [어느 날]이 그런 책입니다.
우리 큰 아이는 책의 분위기가 이제껏 보던 것과는 다른지 자기가 볼 그림책이 맞느냐고 물었어요.
그리곤 수묵화의 먹그림이 멋지다며 그림 속에서 집과 빌딩, 크레인 등을 찾으면서 '새롭다'는 표현을 하네요.
책에 실리기도 했지만 이 책은 보림에서 나온 collection 으로 오늘날의 그림책이 다양한 기획과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해 어린이 문화의 중심에서 크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나 그 기능이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으로 한정되면서 영역은 오히려 작아지고 있다고요..
한정된 연령층과 시대의 유행을 벗어나 그림책의 본래 기능을 되살린 대안 그림책 시리즈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 알라딘 발췌 편집)

수묵화로 그려진 그림 위로 어느 날, 빨간 새가 날기 시작합니다.
숲 한가운데 조용히 앉아 있던 새는 넓은 하늘과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는 기대로 길을 떠나지요.
숲을 지나 마을로 들어선 새는 지붕 사이로 날며 세상을 향한 첫인사도 건네보고 도심에서 어떤 새로운 것들을 만나게 되면 아는 체도 해보고 가까이 가려 합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어떤 대꾸도 없고 오히려 실망과 상처를 받기도 하지요.
작은 날갯짓의 여정은 힘들고 고단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웬지 그것이 실없어 보이지는 않아요.
마침내 자기가 살아온 곳에 되돌아오면서 끝을 맺지만 언제고 그 날개짓은 다시 시작될 것만 같습니다. 

이 작은 새는 눈에 보이는 새로운 것들에 호기심을 갖고 바로 부딪혀 보는 아이들 같기도 하고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고픈 순수한 바램과 달리 차갑고 냉냉한 세상을 경험해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같기도 합니다.
새의 움직임을 순순히 지켜보는 제 3자였다가 문득 이 새가 저 자신처럼 보여졌어요.
열심히 파닥여보다 제 자리로 돌아오고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어딘가로 날아가고픈 마음..
그런 점에서 새의 속말과 독백들도 제 속마음같았습니다.

검고 하얀 수묵의 세상에 날아온 빨강새는 빨강이라는 이미지처럼 어떤 힘과 의지를 담고 있어요.
작지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새가 시선이 그리로 옮겨지고 다음은 어디로 향할까 찾아봐지네요. 
처음 부드럽게 그려진 수묵화는 한없이 고요하고 평온한데 도심의 전선과 빌딩 숲, 고가도로를 보면서는 어떤 즐거움이 있습니다.
윤곽이 흐리게 먹의 농담과 퍼짐으로 그려진 도심은 웬지 딱딱하고 차가운 것들을 따뜻하게 유화시켜내는 듯 하고요.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숲과 도심 속의 어느 여유로운 한 때를 모두 보여주는 풍경화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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