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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 이호백 아저씨의 이야기 그림책
이호백 글 그림 / 재미마주 / 2000년 9월
평점 :

이호백 글. 그림 / 재미마주
식구들이 외출한 사이, 아파트 베란다에 조용히 앉아 있던 토끼가 슬그머니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곤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 식탁에 앉아 맛있는 밤참을 먹어요.
오늘 밤 식구들이 돌아오지 않을 거란걸 아는 토끼는 과자를 먹으며 그동안 보고 싶던 만화영화도 보고 늘 해보고 싶던 화장도 해봅니다.
옷장 속을 뒤져 아주머니가 손수 지은 이 집 막내의 돌 옷도 입어보고
아저씨의 서재방에서 책을 보며 재미없는 책을 왜 볼까 궁금해하기도 하지요.
벽장 속에서 찾은 롤러블레이드를 신다말고 부엌으로 달려가 기다란 튀김젓가락을 챙긴 토끼는 꾀를 내어 롤러블레이드도 쌩쌩 탑니다.
침대에서 잠이 들었던 토끼는 아침을 맞이하고 자기집인 베란다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베란다 문을 슬그머니 닫고 아무 일도 없었던것처럼 앉았습니다.
맨 마지막 페이지 "아니, 왜 이렇게 집 안 구석구석에 토끼 똥이 있지?"
여러분은 알고 있죠?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라는 글을 읽으니
아이들이 "네~~"하며 토끼 똥이 어디어디 떨어졌는가 찾느라 책이 들썩들썩거립니다.
처음 책 표지만 보고는 굉장히 점잖은 철학적인 내용의 책일거라 생각했는데 이 토끼 완전 엉뚱하면서도 귀여워 키득거리며 웃게 만들더군요.
따로 키우는 애완동물은 없지만 유주는 자기가 좋아하는 인형이 우리 외출해 없는 동안 우리를 기다리다 슬퍼하고 밥도 해놓는다 이야기를 지어내는데.. 아마 이 책을 쓰신 이호백작가님은 토끼를 키우다가 이런 상상을 했지 싶어요.
이 토끼는 마치 어린 아이들이 하는 행동처럼 식구들이 하는 것을 고스란히 따라하고 누가 없는새 해보고 싶던 것들, 가령 화장품을 손댄다든가, 옷장이나 창고를 뒤지기도 하고.. 어른이 생각지 못한 발상으로 장난을 치다가 지쳐 잠이 들기도 합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행동들이지만 그 엉뚱함이 웃음이 되고 즐거움이 되는 책입니다.
처음 읽을 때는 큰 그림이 보이는 재치들에 웃음이 났는데 두 번째부터는 토끼 똥을 찾느라 시끌벅적 했습니다.
간결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연필그림과 담백한 색조로 채색된 그림이 조용한 토끼의 모험담을 즐겁게 보여 주네요.
1. '토끼'가 나오는 책 찾기
2011년 신묘년 새해!
아이들에게 올해가 토끼띠니까 토끼가 나오는 책을 찾아보자 했어요.
책 속에 토끼가 나오거나 책 제목에 토끼가 들어가는 책을 찾으라 했더니 가장 먼저 [토끼 뻥튀기]를 찾아 빼오고 거실과 작은방을 오가며 분주히 뽑아 옵니다.

*. 토끼가 나오는 그림책
다투고 화해하고 우리는 친구 / 세상모든책
열두 띠 이야기 / 보림
도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 재미마주
나는 엄마가 좋아! / 중앙출판사
토끼가 커졌어! / 한솔수북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 책 읽는 곰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 / 베틀북
쿠키 한 입의 인생수업 / 책 읽는 곰
쿠키 한 입의 행복수업 / 책 읽는 곰
토끼 뻥튀기 / 길벗어린이
작은 토끼 마시멜로 / 시공주니어
딴생각 하지말고 귀 기울여 들어요 / 상상스쿨
토끼 아저씨와 멋진 생일선물 / 보림
달 샤베트 / 스토리보울
내가 가장 잘 생겼어 / 보림
내 스웨터야! / 보림
우리집에 놀러와 / 보림
다이빙은 무서워 / 보림
깜짝 놀랐지? / 보림
몇 권은 제가 찾아 주었고..
아이들이 이 책들 말고도 토끼 그림이 그려진 책이 있다며 [구리와 구라의 빵 만들기], [또르의 첫인사], [나는 그루터기야],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를 골라와 토끼가 나온 페이지를 찾아 보입니다.
찾은 책 가운데서 가장 예쁜 토끼를 찾으랬더니 '작은 토끼 마시멜로'와 '도대체 그 동안'토끼라 하고 반대로 못생긴 토끼로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랑 '내가 가장 잘 생겼어'에 나온 토끼라며 키득키득 웃습니다.
그리고 이중에 가장 재미있는 책은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라 하네요.
2. 다른 이야기 상상해 짓기
'그림책에서 보았던 토끼가 우리집 베란다에 와 있다면 우리 집에선 어떤 행동을 할까?'하고 물어 보았어요.
앉아서 집 안을 훑어보더니 규현이는 '이 토끼는 우선 똑똑하고 여자 토끼라서 세수를 할거 같다'고 말합니다.
그리곤 '소변 받는 그릇 위에 올라갔다가 그것이 뒤집히는 바람에 놀라서 똥을 싸고 다시 베란다로 나갈거라'고 하네요.
유주는 규현이가 말한 내용을 살짝 변형해 말을 하더니 '자기 한복을 입고 유주가 놀던 자석인형놀이를 할거 같다' 하더군요.
요즘 냉장고에 자석그림을 잔뜩 붙여놓고 인형놀이를 하는데 토끼도 그걸 갖고 논다구요..
규현이는 다시 또.. '토끼가 안쪽 베란다를 여는 게 아니라 바깥 베란다 문을 열고 방충망 문을 연 다음에 낙하산을 타고 1층 화단에 들어가 풀을 먹고 돌아다닐거 같다고 설명을 길게 합니다.
그래서 책에서처럼 그림을 그리고 그 내용을 글로 적어 다른 이야기 한 페이지를 만들어보자고 했어요.
말로만 하고 싶다며 꽁지를 빼는 규현이.. ㅠ.ㅠ
그래서 그림으로까지 표현하는 것은 유주만 해 보았어요.

키가 큰 토끼를 그리더니 책에서처럼 한복을 입고 있다며 복주머니와 노리개, 조바위까지 그려 놓았어요.
옆에 냉장고를 그리고 인형중에 거북이와 백설공주만 그린다 하고.. 여자아이가 자기라며 좋아하는 토끼인형, 토토도 그려 줄거라 합니다.
색칠은 안한대고.. 간단하게 글로 써보자 했더니 삐뚤빼둘 두 문장의 글을 적어 놓았어요.
토끼는 배란다에 사는데 유주가 인형놀이를 하는게 재밌어 보였어요.
그래서 유주랑 인형놀이를 했어요.
참, 글 옆으로 경사진 부분은 베란다인데 문이 열려 있어서 문은 안그려도 된다 합니다.
유주 여섯 살이 되더니 말도 핑계도 청산유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