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빔 - 남자아이 멋진 옷 우리 문화 그림책 8
배현주 글.그림 / 사계절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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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주 글. 그림 / 사계절

세배하고 떡국 먹고 나이도 한 살 더 먹는 설날.. 떡국 한 그릇에 나이도 한 살이라며 아이는 세 그릇 먹고 누나보다 더 커지고 싶다 말합니다.
그리고 설날 새 옷, 설빔을 혼자 입기 시작하지요.
가장 먼저 꽃수 놓은 솜버선을 버선코가 앞으로 오게 신고 큼지막한 바지의 허리폭을 왼쪽으로 접은 다음 허리띠를 묶고 발목의 대님도 매어 매듭 짓습니다.
옷을 입다 말고 한바탕 방안에서 연을 날리던 아이는 이제 저고리에 배자를 입고 단추를 끼우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 하지요.
까치 두루마기에 남색 금박 물린 전복을 입고 태사혜를 찾아 신으면서 중간에 아이는 윷놀이를 하는가 하면 정자관을 쓰고 할아버지 흉내도 내보지요.
그리고 차근차근 호건까지 찾아 쓴 아이는 혼자 다 했다고 대견해 하며 세배를 드리러 나갑니다.
새눈이 내리는 앞마당, 아이는 할아버지, 할머니께 세배를 올립니다. 

표지에서부터 예쁜 한복을 갖춰 입은 아이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 아주 예쁜 그림책입니다.
매 페이지마다 화려함과 맑고 깨끗한 그림이 동시에 보여지기도 하구요.. 우리 전통의 것이 갖는 아름다움과 아이의 천진난만함이 잘 어우러진 재미난 책이지요.
그림책을 유심히 들여다 보면 개구진 아이의 모습 하나하나가 사랑스럽고  방안의 여러 가구나 소소한 세간살이들 또한 이 책의 더한 매력으로 보게 된답니다.
버선을 거꾸로 신고 바지가 훌렁 내려가고 또 배자나 까치두루마기를 거꾸로 걸치기도 하지만 아이는 실수를 하면서도 혼자서 잘 할 수 있다 말하며 스스로를 기특해 하고 있어요.
실제로 아이들 한복을 입힐 때 큰 도움이 될 만큼 한복 입는 순서를 차근차근히 보여주고 있어요.
그림을 잘 살펴 보자면 아이는 자고 일어나 이미 제기차기를 한 모양입니다.
본문이 시작되기 전, 제기를 차는 아이 모습이 보이는데 중간에 연날리기를 하는 그림에선 방안 가구 위에 제기가 올라가 있거든요.
옷을 입다 말고 연날리기, 윷놀이, 거기에 할아버지 흉내까지.. 이랬다 저랬다 하는 아이의 모습이 고스란히 보이고 그래 더 재미있고 사랑스럽습니다.

설빔은 여자 아이 고운 옷과 남자 아이 멋진 옷 두 가지가 있는데 규현이보다 유주가 이 책 모두를 무척 아끼고 좋아해요. 그러면서 [남자아이 멋진 옷]은 남자 아이의 목소리로 [여자 아이 고운 옷]은 여자아이의 목소리로 읽어야 하고 또 설빔은 두 권을 같이 읽어줘야 한다고 읽을 때마다 말도 주문도 아주 많습니다.  
신정이 며칠 남지 않아 아이들과 이 책을 읽어 보았는데 그림책 속 온 가족이 설빔을 차려 입은 모습을 보고 유주 한복타령을 시작하더군요.
제가 봐도 예쁜데 유주 눈에는 오죽할라구요..^^

옷을 입다 말고 연을 날리는 아이를 보며 규현이가 예전에 연을 날렸다는 것을 기억해 말하더라구요. 그래서 책에 그려진 방패연처럼 우리도 꼬마연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어요.
원래는 두툼하게 만들 요량으로 우유팩을 잘라 주었는데 연필도 볼펜도 거부하는..^^
그래서 다시 A4 용지를 반 갈라 방패연의 가운데 구멍 자리를 그려주고 아이들에게 연 그림을 그리라 했어요.


책 그림처럼 나비를 그리고 싶다던 규현이..
막상 그리려고 하니 어렵다고 무얼 그리면 좋을까 되묻습니다.
그래서 주로 연에는 태극문양이 그려 있다며 집에 있는 책 [사시사철 우리 놀이 우리 문화]( 한솔수북) 책을 꺼내 방패연을 보여주었어요.
모양자로 동그라미를 그리고 태극문양을 넣은 규현이가 아래쪽에 색동을 칠하자.. 유주도 규현이 하는 대로 동그라미를 본따 그리고 태극문양은 그려달라 하더군요.
그리곤 태극 문양 아래쪽으로 여러 색으로 색칠을 해놓았어요.

연을 만든 다음 그 위에 새해 소망을 적는다 했더니 유주는 색칠하다 말고 소원을 적는대고
규현이는 소망이 없다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에게 바라는 것이나 내년 학교 들어가서 경험할 것들, 또는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나 아빠께 드릴 말씀을 적어도 좋다 했두만.. 한자로 쓰겠다고 한참 쓰고 지우고.. 그러다가 소망은 안적어도 될거 같다며 다른 연을 또 만들고 싶다 하네요.
그래서 꼬마연보다 더 작은 꼬꼬마연 모양을 만들어 주었어요.

가운데 동그란 구멍, 방구멍을 새의 배로 하고 큰 새를 그린 규현이..
하늘 위에 실제로 날리면 새가 날갯짓하는 듯 보여질거라 했더니 무척 좋아하더군요.
우리가 먼저 만든 방패연 말고 네모를 옆으로 세운 마름모꼴의  가오리연도 있다고 알려주었더니 가오리연에는 물고기를 그려줄거라 했어요.
그런데 꼼꼼히 꼬리 끝을 오려 붙이고는 물고기 대신 거기에도 새를 그리고 '높이 높이 날아라'하고 적습니다.

규현이가 연을 더 만들 동안 유주는 까치발을 들고 연을 날린다고 폴짝폴짝~
입으로만 '펄럭'거리지만 진짜 연이라면 아주 높이 날거라 말하네요.

우리 유주의 새해 소망은 시간이 해결해 줄거 같습니다.^^
빨리 여섯 살이 되어서 유치원에 가고 싶다는 유주..
다섯 살과 여섯 살은 많이 다를까요? 이제 세 밤만 자면 여섯 살입니다.^^

연을 다 만들고 딱지놀이를 하던 규현이..
소망이 생각났다며 방패연에 적어준다 하네요.
다 써놓곤 혼자 싱글벙글 흐흐~~ 

어제 집에 놀러왔던 동네 형아가 들고온 딱지 상자가 너무너무 부럽더라고..
자기도 그렇게 딱지가 많으면 무지 좋겠다 싶어서 썼다구요...
그런데 잠시 후 형아가 준 딱지 몇 장을 갖고 잘 놀다가 딱지 한 장이 수납장 밑으로 들어가 꺼낼 수 없다고 훌쩍거리더라구요. 하필 가장 아끼고 좋아하던 딱지라 너무 속상하다고 서러운 울음을 터뜨리고.. 결국 내일 한통 사주마 하고 달래었어요.
규현이의 새해 소망(?)은 새해맞이 하기 전에 이뤄질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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