쩌우 까우 이야기 - 베트남 땅별그림책 1
화이 남 지음, 김주영 옮김 / 보림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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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쩌우 까우 이야기]
제목이 좀 우리말같지 않게 낯설고 그림 속 인물들도 어딘가 좀 다른 모습에 본문을 펼치기 전 먼저 표지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아이들도 제목을 보고 먼저 '쩌우 까우'가 무슨 말이냐고 묻더군요.
새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사람들이 쓴 세모 모양의 모자를 보고 인도나 중국사람들 같다고 하면서 '쩌우 까우'는 나무 위를 타고 있는 사람이 주인공일거라 짐작도 내걸었습니다.
과연 '쩌우 까우'란 무엇일까요?
이 책은 우리나라의 옛날이야기처럼 베트남에서 전해 내려오는 민담으로 쩌우까우에 대한 유래담을 들려줍니다.
그동안 우리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솔거나라와 옛날 이야기 까치호랑이 시리즈 그리고 세계 걸작 그림책 지크 시리즈 등이 있는 보림출판사에서 이번에 새롭게 '땅.별.그림.책.' 시리즈를 펴냈는데 그 첫 번째는 베트남의 옛날이야기에요.
지구를 나타내는 순우리말이 '땅별'이라고요...
땅별그림책시리즈는 앞으로 인도나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아프리카, 북유럽까지 우리가 접하기 어려웠던 나라들의 이야기와 낯선 문화를 담아낼거라 합니다. 살아가는 곳이 다 다르고 그들이 가진 역사와 문화가 다른데 앞으로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문화 풍습도 시리즈 이야기책을 통해 볼 수 있을거 같아 기대됩니다.  
 

옛날, 떤과 랑이라는 형제가 있었는데 이들은 일란성 쌍둥이로 가족들조차 누가 떤이고 누가 랑인지 가리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떤과 랑은 마을의 학식 깊은 선생의 집에서 지내게 되는데 선생은 착하고 영리한 떤을 사위로 맞습니다.
결혼 후 새로 지은 집에서 살게 된 떤은 동생과 헤어져 살고 싶지 않아 랑을 새 집으로 데려와 함께 살게 됩니다. 그런데 그것이 결국은 이들 사이에 거리감을 쌓는 원인이 되고 말아요.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해야 할 일이 많아 전처럼 랑을 챙기기 어려웠던 사이 랑은 형이 전만큼 자신에게 말도 잘 걸지 않고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생각해 서운함과 외로움을 키웁니다.
게다가 저녁 늦게 농삿일을 마치고 온 랑을 남편이라 여긴 아내가 실수를 하면서 떤 또한 랑을 피하고 형제의 우애는 전과 같지 않게 되지요.
형제애가 남달랐던 이들, 행복했던 결혼.. 그러나 작은 오해가 이들에게 안타까운 이별을 안겨줍니다.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집을 떠나기로 정한 랑은 강가에서 넋을 놓고 있다가 그대로 사람 모양을 한 바위로 변해요. 그리고 동생을 찾아 길을 떠났던 떤도 남편을 찾아 나선 그의 아내도 이제는 이름 모를 나무와 이름 모를 나무의 줄기를 감아 올라가는 덩굴나무가 됩니다.

떤은 동생이 갔던 길을 따라 걸었어.
넓은 가에 다다르자 사람 모양을 한 바위가 나타났지.
떤의 심장이 갑자기 두근두근 떨리기 시작했어. 그때였어.
커다란 바위 모퉁이에서 가느다란 눈물 두 줄기가 흘러내리는 거야.
떤은 바위 옆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었어.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떤은 이름모를 나무로 변해 있었지. 나무의 줄기는 곧고 높게
기지개를 켜 바위 위에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웠어.   (본문에서)
 
'쩌우 까우'는 바로 쩌우 나무 열매와 바위에서 뽑아 낸 석회가루를  덩굴나무 잎으로 싼 거라고 해요.
아주 안타까운 이별을 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한편으론 동생을 잃은 형의 슬픔과 이들을 끌어 안는 아내의 사랑이 담겨진거 같아요.   
쩌우 까우를 씹으면 입술에 붉은 물이 들어 얼굴빛이 밝아지고, 매콤한 맛 때문에 몸이 따뜻해져서 베트남 사람들은 결혼식이나 제사, 축제처럼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쩌우 까우를 함께 씹는다고 하네요. 베트남에서는 손님이 찾아왔을 때나 우정을 맹세할 때, 사랑을 약속할 때에도 쩌우 까우를 씹고 “쩌우 까우 한입은 이야기의 시작”이라는 말은 그래서 생겨났다 합니다.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다보면 유럽권의 나라에서 출간된 그림책은 많이 접하게 되는데 아시아나 아프리카권의 그림책은 별로 기회가 없었어요.
이번에 땅별그림책 시리즈로 만난 베트남 그림책도 처음.. 그래서 그림이나 글이 더 눈여겨 봐지더군요.
[쩌우 까우 이야기]는 차분한 색감으로 부드럽게 번지듯 수채화풍의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 속에서 우리나라 옛날 사람들처럼 상투머리를 한 남자가 있는가 하면 병사들은 머리가 좀 길고 세모모양의 고뿔 모자를 쓰고 있어요. 슬리퍼처럼 생긴 신발, 둥글게 머리에 띠를 한 것이나 허리 옆에 칼을 차고 있는 이국적인 모습도 만날 수 있고 젓가락, 어깨에 맨 보자기 가방, 바위 옆에 세워진 사당 그리고 집안에 차려진 제단 등 우리나라 문화와 유사한 베트남의 소소한 생활풍습도 살펴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보통 우리는 '거울처럼 똑같다'고 하는데 떤과 랑의 똑같은 모습을 이 책에서는 '마치 물방울 두 개처럼 똑같이 생겨서'라고 표현하는 것이 독특합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지요?
멀리 떠난 남편을 기다리다 돌로 변한 아내 이야기, 우리나라의 망부석 민담설화와도 좀 비슷하고요..
그들이 느끼는 형제애나 생활풍습도 우리 문화와 유사합니다. 
우리 어른들에겐 가깝고도 익숙해진 나라 베트남이지만 어린 우리 아이들에게 이 나라는 아직 생소할 뿐입니다.
아이들도 이야기를 통해 베트남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게 될거 같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베트남어 원문이 수록되어 있어 우리 아이들 뿐만 아니라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거 같아요.
쩌우 까우의 나무는 어떻게 생겼을까? 열매는 무슨 모양 무슨 맛일까? 궁금증도 일고요.
아이들과 지도를 펼쳐좋고 베트남의 위치를 찾아보는 것도 의미있을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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