냠냠 동시야 놀자 10
안도현 지음, 설은영 그림 / 비룡소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안도현 시 / 설은영 그림 / 비룡소

[연어], [관계]를 쓰신 안도현 시인의 동시집입니다.
먹을게 넘쳐 나는 요즘, 시인은 밥 한 숟가락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말하고 싶어 음식을 소재로 이 동시집을 쓰셨다고 하네요.
아이를 키운 엄마라 그런지 '냠냠' 제목에서 아이에게 이유식을 떠먹이던 때도 생각나고 '냠냠 쩝쩝'같은 맛있는 소리, 그리고 아이에게 넣어주던 복된 음식의 의미가 느껴졌습니다.

멸치볶음, 미역국, 국수, 콩자반, 짜장면, 김치, 조개탕, 깻잎장아찌, 된장국 등 우리 밥상에 올리는 많은 음식들이 이 동시집의 주인공들이에요.
프라이팬에서 얌전해진 멸치볶음, 가마솥 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 내 목구멍에 불을 낸 떡볶이, 밥상에 쳐들어온 김치악당, 주먹 쥐고 꾸국 화를 참는 주먹밥..
머릿 속에 그려지는 영상들에 유머와 재치가 느껴지지요? 
음식마다 그것을 지켜보고 관찰하는 시인의 시선이 아이를 닮은 듯 솔직하고 또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줍니다.
동시는 다른 사람이 쓴 것을 흉내내지 말고 또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내 속에 있는 것을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하면 된다는 작가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왔다갔다 말이 오가는 듯 말놀이가 되고 한 줄로만 쓰여진 동시가 가진 유머에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착하고 모범적인 생각, 예쁜 글보다는 때론 삐딱하더라도 솔직하게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구요.. 
<고구마경단 만드는 법> 동시는 요리 재료랑 조리법이 자세하고 친절히 설명되어 있고 <나는 의사>에는 음식이 가진 영양과 지혜가 담겨 있구요.. <깻잎장아찌 아파트>는 똑같은 크기와 모양의 깻잎을 보며 아파트를 연상하는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입니다.
40편의 동시가 실린 [냠냠] 동시집에는 음식냄새와 빛깔, 조리법, 요리도구, 맛 뿐만 아니라 따스한 시선과 구수한 글맛이 담겨 있어요.

<<밀가루 반죽>>

칼국수 만든다고
엄마가 밀가루 반죽을 주물러요
- 나도 좀 만져 봤으면
저리 물러가 앉으라고
엄마는 손사래를 쳐요
- 주먹만큼만 떼어 줬으면
손에 묻히면 안 된다고
엄마는 고개를 저어요
- 탁구공만큼만 떼어 줬으면
축구공만 한 반죽을
엄마는 혼자서만 굴려요
- 나는 하느님처럼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데
엄마는 밀가루 반죽으로
칼국수밖에 못 만들어요

<밀가루 반죽>은 마치 아이가 옆에서 하소연을 하는 듯,,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한 순간이 동시속에 고스란히 들어가 있습니다.
종종 밀가루로 뭐좀 해볼라 하면 아이들 밀가루반죽 만지고 싶어서 옆에서 껌딱지가 되는데 말에요. 
팥칼국수를 해먹으려고 밀가루를 꺼냈더니.. 아니나 다를까 박남매 "우리가 하고 싶다~"는 말을 하더군요.
그래 저는 저대로 반죽을 치대고 아이들에게 반죽을 해보게 했어요.
주먹만큼도 탁구공 만큼도 아닌 밀가루 봉지째!~ 팔을 걷어 붙이고 둘이 신이 났습니다.

마른 밀가루.. 보들보들 부드럽고 간지러워 아이들 손이 바쁘더니 금새 밀가루 장갑을 썼어요. 
양푼에 밀가루는 유주가 붓고 규현이가 계량컵에 물을 부어 따랐어요.
조심스레 물을 부었는데 물이 많아 질척질척.. 밀가루가 들어가고 또 들어갑니다.
손들이 양푼에서 춤을 추고 반죽들은 손에 덕지덕지 달라붙습니다.
아이들 쪼르륵 주먹을 쥐면 손가락 사이로 반죽이 삐져 나오고 손이 무겁다고 엄살도 부리고요.
오랫만의 밀가루 놀이가 마냥 신이 나게 했어요.

"엄마는 칼국수밖에 못만드는데 우리는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어"
동시에 나온 말을 고대로 하더니 규현이는 반죽을 뭉텅뭉텅 떼어 제일 먼저 얼굴을 만들었어요.
유주는 송편을 만들거라고 반죽 소를 넣은 송편을 두어 개 만들구요.
동그랗게 뭉치를 만드는가 싶더니 그 위에 눈 코 입을 붙여 얼굴을 만들었다고.. 제법 모양이 나더군요.

규현이 '쫄라맨'을 만들거라고 동그란 머리 밑에 몸통과 팔 다리를 연결해 한 명 만들더니 축구를 하고 있다고 동그란 공을 놓고.. 그 다음엔 골키퍼와 골대를 만들었어요.
옆모습으로 만들어놓고 재밌다고 희희락락~ 옆에서 어시스트하는 사람을 한 명 더 만들어보랬더니 그이도 옆모습이라 합니다.
유주는 거북이를 만들고 손가락으로 구멍을 내 등을 표현하길래 구슬을 가져다주었더니 규현이도 구멍에 구슬을 넣어가며 거들어 주었어요.

반죽과 구슬을 함께 해 무얼 만들까 물으니 규현이는 자동차를 유주는 꽃을 만든다고요..
자동차가 경주차 같다며 또 유모차로 써도 된다는 규현이^^
유주 반죽을 좀 빌려달라더니 과학관에서 본 티라노사우루스 뼈 모형을 만들거라 합니다.

어느 새 병뚜껑이랑 소꿉놀이 조금, 모양짜는 장난감과 절구 방망이를 가져와서는 둘이 열심이에요.
모양도 찍어보고 방망이로 반죽을 밀어 놓고 그것이 하트라고 생쥐를 만든댔다가 여우를 만든댔다가.. 파란콩 검정콩 눈이 되었다 코가 되었다.. 
제가 칼국수를 만들어 내는 동안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던 아이들은 정말 여러가지 것들을 만들어 가며 놀았어요.

규현이 '쫄라맨'에서 '축구'를 만드는 동안 기분이 아주 좋았어요.
생각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아이를 신나게 했던거 같아요.
티라노의 얼굴엔 눈도 있고 콧구멍도 있고 짧은 앞다리도 있구요.. 마음껏 만들고 즐기고 하면서
자신감도 기쁨도 컸답니다.

<<책 먹는 아이>>
긴 책은 끊어 먹고
큰 책은 베어 먹고
얇은 책은 핥아 먹고
질긴 책은 삶아 먹고
두꺼운 책은 데쳐 먹고
딱딱한 책은 끓여 먹고
싱거운 책은 간장 찍어 먹고
쓰디쓴 책은 설탕 찍어 먹고

먹어도 아무리 먹어도
똥배는 안 나오네

[냠냠] 동시집의 맨 마지막에 실린 동시입니다.
여러 동시들중에 더 맛깔나고 기억에 남는 동시들이 있는데요.. 이 동시는 제게 책읽기와 책놀이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재미있더군요. 
사람마다 입맛이 다 다른것처럼 책이라는게 누군가에게 재미있고 또 혹은 재미없고 지루하다 하겠지만 내가 먹고 싶은대로 내 입맛에 맞게 요리해 맛을 내거나 달리 먹을 수 있다고.. 또 일단 먹어봐야 그것이 맛난 책인지 아닌지 알수 있을거란 의미이지 싶더군요.
아무리 먹어도 똥배 안나오는 책!! 아주 매력있고 맛있는 요리임에 틀림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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