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와 나무꾼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20
김순이 글, 이종미 그림 / 보림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어느날 갑자기!!
세상에서 가장 멋진 모험과 기적을 경험하게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약속만 제대로 지켰더라면 자신의 운과 복을 다 거머쥐었을 것인데 잠깐의 실수로 그 모든 것을 허망하게 놓아버린 사람이기도 하지요.
이 사람은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옛이야기 [선녀와 나무꾼]에 나오는 나무꾼이랍니다.

도망치는 사슴을 도와 선녀의 날개옷을 감추고 결혼한 나무꾼은 사슴의 당부를 잊고 아이 셋을 낳은 후 선녀에게 날개옷을 내줍니다.
옷을 한 번만 입어 보고 싶다는 선녀의 말을 믿고 옷을 주었지만 선녀는 그 길로 아이들을 안고 하늘나라로 가버리지요.
제가 아는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는 대략 이러한데.. 이 책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가 우여곡절 끝에 결국 수탉이 되고 마는 동물유래담으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우리 옛이야기중 권선징악의 대표적인 이야기이기도 해서 어릴 적엔 단순히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는 생각이 남았던거 같은데요..
이제 보니 옛날에 알았던 이야기든 수탉 유래담이든 선녀와 나무꾼은 그 결말이 좀 안타깝네요.



아이 넷을 낳을 때까지 날개옷을 절대 돌려주지 말라는 사슴의 당부가 있었지만 나무꾼은 선녀가 아이를 셋이나 낳았는데 도망가기야 할까 싶어 날개옷을 꺼내줍니다. 하지만 선녀는 옷을 입자마자 하늘나라로 떠나가지요.
나무꾼은 다시 사슴을 찾아가 방도를 구하고 소원한대로 두레박을 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가 선녀와 아이들을 만납니다.
하지만 옥황상제는 하늘나라에서 살자면 그만한 재주가 있어야 한다며 세 가지 시험을 제안합니다.
변신한 옥황상제를 해가 지기 전에 찾아내기, 해가 뜨는 동쪽 산까지 누가 먼저 다녀오는가 그리고 옥황상제가 쏜 세 개의 화살을 동트기 전에 찾아 오는 것까지.. 나무꾼은 아내인 선녀의 도움으로 세 가지 시험을 모두 통과합니다.
그런데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살던 나무꾼은 이제 홀로 지내는 어머니가 걱정됩니다.
단 한 번만이라도 어머니를 만나고 싶다는 나무꾼에게 선녀는 말 한 마리를 내주며 절대로 땅에 발을 디디지 말고 말이 세 번 울기 전에 하늘로 돌아와야한다 일러주지요.
그러나.. 나무꾼은 말 위에서 뜨거운 호박죽을 먹다 땅바닥으로 나동그라지고 결국은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죽어서는 "곧 갈 거요. 곧!" 하듯이 "꼬끼오 꼬꼬!" 그러면서 하늘을 바라보며 우는 수탉이 되었다네요.

우선 여태 알고 있던 이야기와 결말이 다르고 죽어 수탉이 되었다는 유래담이 흥미롭습니다.
아이들에겐 또 다른 상상과 기대도 해볼 여지를 남겨줄거 같고요.
그런데 대개 옛이야기에서는 주인공의 지혜와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모험을 감행하면서 행복한 결말을 보게 되는데 선녀와 나무꾼은 그것과 좀 다릅니다.
사슴이나 선녀가 신신당부한 것들을 지켜내지 못해 결국 자신이 바라던 것들을 모두 놓치고 마는 불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옥황상제의 세 가지 시험을 볼 때도 모두 선녀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좀 그렇더니 우리 옛 사람들은 그에게 행복보다는 불행의 길로 결말을 만들어주었네요. 색다른 결론이라 할 만 하지요.
사슴의 말대로 네 명의 아이를 낳을 때까지 옷을 내주지 않았더라면 혹은 옥황상제의 시험을 볼 때 자신의 기지로 문제를 해결하였더라면.. 그리고 말에서 떨어지지 않고 선녀의 말대로 하늘나라로 되돌아왔더라면 "나무꾼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결말을 맺었겠지요.
당부를 지키지 못해 사랑을 잃고 결국은 가족에게로 돌아가지 못하는 나무꾼의 불행한 이야기는 약속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하게 보여줍니다.

옛이야기답게 부드러운 입말체로 쓰여져 있어 구수한 입담을 가진 이의 이야기를 듣는 듯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구요..
그림 또한 섬세하고 차분한 수묵담채화로 그려져 있어 이야기와 잘 어우러졌어요. 
책 중간즈음 나무꾼이 두레박을 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부분에서는 종이가 넓게 펼쳐지면서 하늘나라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그 페이지도 그렇고 다른 그림에서도 등장하는 여러 사람들과 소재들을 눈여겨 볼만 합니다.
부드러운 색상과 섬세하게 그려놓은 그림들이 좋았는데 간혹 그림 아래로 보이는 밑그림 연필선이 좀 아쉬웠어요.
그것이 원래 그림을 그리신 작가분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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