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입니다 - 2005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대상 수상작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 11
이혜란 글 그림 / 보림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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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란 지음 / 보림

엄마, 아빠, 나, 동생 이렇게 우리 가족 네 명은 살림방이 딸려 있는 식당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시골에 살고 계시던 할머니가 택시를 타고 올라오시면서 우리집의 하루는 순탄치 않습니다.
할머니는 옷장에 젓갈을 넣어 구더기를 나오게 하고, 어디선가 주워 온 옷을 얼기설기 기워 입습니다. 그리고 밥상머리에선 입에 든 음식을 퉤퉤 뱉기 일쑤고, 손님들 앞에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옷을 벗어 나는 할머니가 다시 시골로 가시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할머니가 아빠의 엄마기 때문에 함께 살아야한다고 하십니다.
네 명이었던 우리 가족은 이제 엄마, 아빠, 나, 동생, 할머니 이렇게 다섯 명입니다.
 
아빠, 할머니 다시 가라고 하면 안 돼요?
안 돼.
왜요? 아빠 어릴 때도 따로 살았다면서요.
그래도 안 돼. ......엄마니까.
할머니는 아빠 엄마거든
그럼 아빠, 할머니도 우리 엄마처럼 아빠를 사랑했어요?
.......     (본문에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야기 나누던 아버지는 아이의 마지막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합니다.
아빠가 아주 어릴 적부터 할머니와 떨어져 살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무거운 짐을 지고 힘겹게 오르막길을 걷는 것처럼 학교 담 밑에서 누워 자는 할머니를 업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버지의 모습은.. 가족의 여러 의미를 생각하게 합니다.
보따리를 든 할머니와 활짝 웃는 네 식구의 가족사진... 
마치 내 이야기같고 이웃의 이야기 같은 다섯명의 가족 이야기는 실제로 정신이 온전치 못한 할머니를 모시고 사신 부모님을 지켜보며 자란 작가의 이야기라고 하네요.
그래서일까요? 요강 앞에 흘린 할머니의 오줌을 닦고 실수한 할머니의 옷을 주물러 빨고 할머니를 업고 오르막길을 힘겹게 올라오는 아버지의 모습은 무척이나 현실적이고 또 상징적입니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아이는 "아빠, 나 또 일 센티 컸다!" 하며 아빠를 등에 업고 있습니다.
아마도 아빠가 할머니를 업고 언덕길을 오르던 것처럼 아이도 무언가를 배우며 키도 마음도 자란다는 것이겠지요.
일반적인 밝고 즐거운 가족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 어느것보다 따스하고 또 감동적인 그림책입니다.

이 책을 처음 읽고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 늙으면 엄마 아빠랑 살래?" 하고 물었더니 규현이가 "아니야 따로 살아야지. 엄마 아빠도 지금 할아버지 할머니랑 같이 안살잖아!"하고 말합니다. 그 말은 듣는 순간 기분이 좀 이상하더라구요.
아이들은 정말 보는대로 자라고 부모의 거울로 자라는데 '훗날 어떤 모습으로 부모를 모시고 또 우리 아이들은 무얼 보고 자랄까?' 막막했습니다

오전에 유주랑 책을 읽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셔서 좋으냐?' 물었더니 자기를 사랑해주시니까 좋다고 말합니다.
어느 때가 좋았느냐 다시 물으니 며칠 전 추석 연휴때 함께 나들이 다녀온 것이 생각난다 하네요.
그래 유주에게 그림책 속의 가족사진처럼 유주가 우리 가족의 나들이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오빠가 만세를 하며 신났다고 하더니 폴짝폴짝 뛰어서 배꼽도 나왔다며 빠르게 그려넣습니다.
옆으로 할아버지를 그리고는 아주아주 커다란 땀방울도 그려줄거라 하더군요.
할아버지가 오빠랑 놀아주느라 힘들었다면서요..

머리가 아주 기다란 유주와 옆으로 엄마, 아빠, 할머니를 그렸어요.
규현이 머리는 촘촘하고 할아버지는 머리가 좀 하얘서 색을 옅게 하고 할머니 머리는 뽀글거린다 합니다.
여자들은 모두 속눈썹과 동그란 입술을 그려주고 우리가족들 모두 유주의 도화지 속에서 키다리가 되었어요. 

우리가 나들이 간 벽골제에서 연도 날리고 산을 올라가는 중이라고 해요.
왕관은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씌워주었다는데.. 유주의 하루는 공주로 시작해서 공주로 끝나니 그냥 이것도 그런 것중 하나^^

밑그림 위로 크레파스 색칠을 하자 했더니.. 색연필도 쓸거라 합니다.
그림과 다르게 색을 덮어 칠하기도 하고 앞에 세 명 칠하고는 함께 해보자 하더라구요.
그래서 엄마와 할머니의 치마 그리고 연은 제가 옆에서 거들어주었어요.
산 위를 나는 태극연이 있으니 각자의 손에 풍선도 그려줄거라고 색칠 중간에 풍선도 두 개 더 그렸어요.
조만간 이 그림 뒤쪽으로 할아버지 할머니께 드리는 편지를 쓰고 그림 소개도 함께 써드려야겠어요.
유주 그림을 그리는 동안 이말저말 해보았는데요..
즐거운 한 때를 추억하며 할아버지 할머니를 생각하는 시간도 가져보고
'어떻게 해야 할아버지 할머니가 건강하실까?, 또 어떻게 해야 기뻐하실까?' 등 이야기를 나눠도 좋을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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