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밀화로 보는 나비 애벌레 권혁도 세밀화 그림책 시리즈 4
권혁도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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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동화와 놀이' 원화 전시회에서 권혁도 작가의 세밀화를 본 후 <세밀화로 보는 호랑나비 한살이> 책을 통해 아이들과 세밀화를 따라 그려본 적이 있어요.
말이 세밀화지 투명지를 대고 아이들이 윤곽선을 따라 그려본 게 다였는데 아이들이 눈을 크게 뜨고 집중해 따라하던 모습을 보면서 작가는 하나하나 얼마나 정성을 다하고 그 그림을 그리기 위해 얼마나 숨죽이고 많은 시간 그들의 몸짓과 그들의 변화를 기다렸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세밀화로 보는 나비 애벌레>도 제목 그대로 세밀화로 나비 애벌레 14종을 작가가 직접 관찰하면서 그리고 쓴 그림책이라고 해요.
순간이 아닌 오랜시간,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기다리고 그들의 변화에 놀라면서 만들어낸 생명의 기록이기도 한 것이지요.
우리는 흔히 나비를 보고는 아름답다 말하기 쉽지만 애벌레를 보고는 어깨가 움츠러들고 쉽게 손내밀어지지 않습니다.
알에서 애벌레로 그리고 다시 번데기에서 나비로 성장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생김새때문에 별로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것이죠.
이에 작가는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 위해 겪는 여러 과정을 진솔하게 담아 애벌레가 자연 속에 살아가는 작고도 아름다운 생명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하네요.



그림책은 나뭇잎을 갉아 먹고 있는 애벌레를 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됩니다.
이 아이들은 지금의 우리아이들 모습같기도 하고 꽃잎 위에 앉은 나비를 잡을까 말까 기회를 노리던 어린시절의 제 모습 같기도 하네요.
사방이 조용해지고 작은 벌레의 움직임에 두 눈과 온 신경이 동시에 멈추었던 기억이 어젯일 같습니다.
누군가 아이들을 이끌고 이들에게 자상히 설명을 하는 듯한 대화체로 글이 이어집니다.

집앞 탱자나무에서 호랑나비 애벌레를 찾았어.
처음에는 새똥인 줄 알았는데 꼼지락대서 살펴보니까 애벌레야.
왜 호랑나비 애벌레는 더러운 새똥을 흉내 낼까?
새들은 먹잇감으로 애벌레를 아주 좋아하거든.
하지만 애벌레 몸집이 커지면 더 이상 작은 새똥 흉내를 낼 수가 없어.
네 번째 허물을 벗을 때 몸을 나뭇잎 같은 보호색으로 바꾸고 숨어 살아.
그래도 새들에게 들키면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뿔을 내밀어서 쫓아 버리지.  (본문에서)

한쪽 페이지엔 탱자나무에 있는 초록빛 호랑나비 애벌레가 옆 페이지에는 탱자나무와 2령된 호랑나비 애벌레 그리고 새통 그림이 그려져 있어요.
작가는 꼼꼼하게도 애벌레의 령나이와 발견장소 그리고 애벌레가 좋아하는 먹이와 서식지, 자기 방어 요령과 이를 위한 식생에 대해서도 알려줍니다.
권혁도 작가는 나비 애벌레의 생김새와 아름다움을 어린아이들에게 직접 보여주기 위해 애벌레를 실제보다 훨씬 더 크게 그렸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애벌레들은 제법 큰 판형인 이책의 절반정도 크기에요.
금방이라도 음직일 듯 순간 정지된 모습을 하고 있는 애벌레들은 가는 솜털과 겹이진 주름, 가시, 턱 등 구석구석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서 이제막 곤충과 생물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이라면 한참 눈여겨 보게 될거에요.
제가 갖고 있는 책중에 권혁도 작가가 그린 <세밀화로 보는 곤충의 생활>이 있는데 이책이 더 정교하고 필선이 부드럽게 느껴져 말 그대로 세밀함이 살아있는 듯 합니다.

이 책에 소개된 14종의 나비중엔 '호랑나비'나 '노랑나비'도 있지만 유난히 더 징그럽게 생긴 '사향제비나비애벌레', 가시 끝이 따가울거 같은 '네발나비 애벌레', 생김새와 다르게 이름이 귀여운 '애기세줄나비 애벌레' 사슴뿔을 닮은 더듬이를 가진 '홍점알락나비 애벌레' 한없이 조용하고 점잖아 보이는 '왕자팔랑나비 애벌레' 무서운 경계색을 가진 '암끝검은표범나비 애벌레', 가을에 보이는 '긴꼬리제비나비 애벌레' 등 이제껏 우리가 흔히 알고 있지 못했던 애벌레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작가는 이들을 관찰하다가 때론 집으로 데려오기도 하고 일부러 다른 생태관에서 알을 가져왔다 쓰고 있어요.

아이들과 밖을 나가도 우리들의 눈은 훨훨 하늘을 나는 나비로만 향했지 날아오르는 꿈을 꾸는 나비애벌레에 대해선 그동안 어떤 관심도 없었는데 작가의 노력에 관한 글과 세밀화 그림을 통해 나비의 종류와 애벌레의 모습에 작은 호기심과 계획을 갖게 되었어요.
헤쳐보려 하지 않았던 수풀도 뒤적여보고 우리가 보는 나무에 어떤 애벌레들이 살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도을 가져보았거든요.
아직은 이들의 변화나 개성넘치는 모습이 신기하고 관심가지만 슬슬 그 소중함도 배워나가겠지요.. 

책의 마지막 부록 <나비 애벌레 생김새를 살펴보았어>에서는 애벌레 몸의 구조를 세분화해 그림과 함께 소개하고 있어요.
레코더를 불 듯 애벌레의 여러 다리들이 나뭇가지를 붙들고 있는 모습, 진짜 눈인 줄 알았던 것이 가짜눈이란 말에 아이들은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그리고 나비 애벌레들이 천적에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 서로 다른 생존전략 - 보호색이나 위장술, 고약한 냄새와 공생관계까지 - 을 갖고 있는 것이 새삼스럽기도 하고 작은 생명이지만 그들이 갖는 능력과 재능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겠더라구요.
모두 성장한 나비들의 모습은 책의 맨 뒤 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애벌레를 닮지 않은 다른 모습의 나비들이 훨훨 힘차게 날아오르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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