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벌거숭이 화가
문승연 지음, 이수지 그림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문승연 글 / 이수지 그림 / 천둥거인

엄마가 목욕하자 부르지만 진이와 훈이는 목욕할 생각이 없습니다.
대신 훈이가 서랍에서 찾은 물감으로 아이들은 신나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지요.
각자 얼굴에 고양이수염과 인디언 추장 칠을 하던 아이들은 옷에 물감이 묻자 아예 옷을 벗고 몸에 그림을 그립니다.
벌거숭이가 되어 훈이는 인디언 추장처럼 팔에 무늬를 그려넣고 진이는 가슴에 꽃을 그립니다.
서로 붓을 휘둘러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은 이제 상상의 그림을 그립니다.
파란색 물과 물 위의 배, 바다 속의 고기와 고래, 밤하늘과 반짝이는 별님, 초록풀 섬과 무시무시한 독뱀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인디언 추장...
다시 엄마가 목욕하자고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구정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엉망이 된 아이들은 서로를 바라보다 이내 키득키득 웃음이 납니다.
그리고 목욕탕으로 달려간 아이들은 더러운 사람만 목욕을 할 수 있다며 엄마께도 그림을 그려줍니다.
몸에 묻은 색색 물감이 주르르 씻겨 내려가고 아이들은 다시 물을 튀기며 물장난을 합니다.

표지에서 붓을 들고 신이 난 표정으로 서 있는 벌거숭이 남매들은 얼굴에 그리는 물감을 계기로 즐거운 물감놀이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여느 화가 못지 않게 상상과 생각들을 마음껏 표현하지요.
물감과 붓, 그리고 몸에 그림을 그리면서 아이들은 또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면서 사물을 말하기도 하고 이야기를 지어내기도 하면서 선과 면, 색으로 자신의 것들을 표현하기를 즐깁니다.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의 장난기 어린 표정과 발랄한 모습, 온 방안에 흩뿌린 물감그림들, 아이들의 행동을 바라보는 엄마의 다정한 모습.. 이 책의 글과 그림에선  어렸을 때 벌거벗고 붓을 휘두르며 놀던 기쁨을 떠올려 책을 썼다는 작가의 추억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파도야 놀자]를 쓰고 그린 이수지 작가의 그림인 이 그림책은 작가 특유의 경쾌함이 살아 있고 
수채화 물감의 맑고 깨끗한 색채, 자유로운 상상과 이를 표현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더운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강한 에너지와 시원스러움을 보여줍니다.

우리 아이들도 이 책을 보면서 당장 책속의 아이들처럼 물감그림을 그리고 싶다 하더군요.
한겨울에도 그러던 아이들인데.. 요즘 이 책을 읽고는 진이와 훈이처럼 마음껏 그리며 놀고 싶다 합니다. 

무얼 그리고 싶냐 물으니 이것저것 말이 나오고 그 가운데 서로 자기를 그리고 싶다 하더군요.
그래서 커다란 전지를 깔아놓고 번갈아누워 유주는 규현이를, 규현이는 유주를 그리게 했어요..
규현이는 키가 좀 자랐는지 대각선으로 누웠는데도 발가락이 밖으로 향하고 유주는 가만 안있고 팔이 자꾸 움직이구요.
'간지럽다'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일부러 머뭇거리고 장난치면서 아이들이 희희덕거립니다.
유주를 그리기 전 규현이는 유주가 자기 머리를 작게 그렸다며 한바탕 울기도 했는데..
언제 그랬나 싶게 또 금방 기분이 좋네요.

벌거숭이 화가가 되는 대신 평소와 좀 다르게 각자 쓰고 싶은 물감을 골라 팔레트에 색을 짜가며 그림을 그렸어요.
규현이는 가장 먼저 얼굴을 그린 다음 뺨에 수염을 그려놓고 인디언 분장을 한 자기모습이라고 하구요.
유주는 얼굴을 그린다면서 거꾸로 앉아 얼굴을 그려넣더니 다시 얼굴색을 칠하고 또 거꾸로 앉아 얼굴그림을 그려놓았어요.나중에 커서 공주가 되고 싶다며 왕관까지 그려놓았는데 마르지 않은 상태라 공주의 얼굴엔 여기저기 얼룩이 번졌어요.
유주는 여러 색을 바꿔가며 그림을 가득 채워 색칠하는데 규현이는 무늬를 그리듯 대개 선으로만 표현하더군요. 
유주는 좋아하는 것도 보이고 이름도 써넣고 또 이야기도 만들어가며 그림을 그리고.. 규현이도 자기가 어떤옷을 입은 것인지 설명을 했어요. 

왼쪽 유주가 그린 유주 모습은 무척 당당해 보이고 발걸음도 씩씩합니다.
위에 점점이 쳐진 길을 따라 걸어온 그림 속 유주는 당근을 맛있게 먹고 방긋 웃고 있다는군요.
그리고 꽃과 하트를 좋아한다 말합니다.
규현이는소원을 들어주는 막대를 갖고 있고 주머니가 여러개 달린 옷을 입고 있다 하네요.
각자 자기를 그린 아이들.. 주인네의 얼굴은 긴가민가 하건만 각자의 개성은 뚜렷이 보여지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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