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이 살아났어요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11
박수현 글, 윤정주 그림 / 책읽는곰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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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사람이 나고 자라는 가장 기본적인 공간이자 가족과 함께 살아가면서 안정을 얻고 각자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곳입니다.
온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램은 지금과 다르지 않아 우리 조상들은 집 안에 신이 있다고 믿어 그들에게 가족의 안녕과 복을 빌어 왔습니다.
이렇게 집이나 마을에서 중요한 공간에 자리를 잡고 그곳을 든든히 지켜주는 신을 '지킴이 신'이라 부른다 합니다.
[시골집이 살아났어요]는 집 안 곳곳에 깃들어 가족을 지켜주는 지킴이 신들을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옛 사람들의 마음가짐과 지혜로움을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전 어릴 적 제사를 모시는 걸 보면서 자연스럽게 성주신이나 삼신할머니를 알게 되었는데 이책을 보니 지킴이 신은 무척 많습니다.
어느 날 한밤중에 지킴이 신들을 만나게 되는 세 쌍둥이들의 이야기..
우당탕탕 아이들의 뜀박질 소리, 때론 속삭이듯 때론 우렁차게 속삭이는 지킴이신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우리도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한참 자라는 아이들에게 아파트는 '뛰지마라' '조용히 해라' 잔소리를 듣게 만드는 곳입니다.
둘이어도 그 잔소리를 제법 하는데.. 세 쌍둥이 아들을 둔 집에선 오죽할까요?
그런 개구쟁이 세 쌍둥이가 시골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마음껏 뛰고 소리치며 놀 생각에 신이 났지요.
종일 쿵쾅쿵쾅 달리고 우물엔 돌멩이도 던져 넣고 장독대 항아리를 밟고 다니는가 하면 대문에 매달려 그네도 타는 못말리는 개구쟁이들입니다. 그런데 하루는 아이들을 잘 안다는 할머니가 나타납니다.
아이들은 달리고 할머니는 성주할아범, 용왕님, 철융할미, 수문장을 이야기하며 걱정하네요.
엄마가 외출하고 없는 밤, 아이들 장난도 시들해지고 잠잠해진 집 안이 으스스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하필 그때 화장실이 가고 싶어지니.. 아이들은 일부러 쿵쾅거리며 뒷간으로 달려가 문을 벌컥 엽니다.
그러자 치렁치렁 머리를 풀어 헤친 귀신이 나타나 아이들 때문에 머리카락 세던 걸 까먹었다며 달려 드네요.
강이는 너무 놀라서 똥이 쏙 들어가고 산이는 벌써 바지에 쉬를 하고 들이는 꽁지가 빠지도록 내달립니다.
그런데 뒷간 귀신만 아이들을 쫓는 게 아닙니다.
커다란 칼을 찬 수문장은 아이들을 붙잡아 뒷간귀신한테 넘겨주겠다 소리치고 지붕 위의 바래기는 한 번 용서해주라 설득하구요..
우물 속에서 나온 용왕님은 술래잡기를 끼워달라 조르고 장독대의 철융할미는 지린내를 풍긴다며 장독대 가까이에 못오게 합니다.
부엌의 조왕님은 아이들이 물을 훔쳐 마셨다며 벌을 세우면서도 뒷간귀신을 쫓아주고 대들보의 성주할아버지는 아이들이 낮이고 밤이고 쿵쾅거린다며 뭐라 하는데 때마침 삼신할머니가 나타나 할아버지를 달래주십니다.

"이제 걱정 마라. 너희가 건강하게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도록 지켜 주는 게 이 삼신할미 하는 일이니, 걱정 말고 푹 자려무나."

놀랜 아이들을 다독거리고 잠을 재우는 삼신할머니는 살살 부채질을 해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한바탕 시끌벅적하게 강이, 산이, 들이와 집 안 이곳저곳 지킴이신들의 이야기가 여름밤에 펼쳐지는데  무서움을 준 뒷간귀신이나 수문장, 철융할미나 조왕님은 각각의 공간이 가진 신성함과 그곳에서 지켜야할 예절에 대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잊혀져가는 우리 옛집의 모습과 소박하고 정겨운 세간살이들을 보여줍니다.
표지를 펼치자마자 강이, 산이, 들이의 모습과 한옥집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는 그림이 있는데 장독대며 우물가, 부엌과 마루, 기와지붕, 본채와 멀찍이 떨어져 있는 뒷간 그리고 집 전체를 둘러싼 담장 울타리가 보입니다.
그리고 페이지마다에는 나무결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마루와 기둥, 창호지 바른 문과 돌로 만든 토방과 널찍한 평상까지 좀 더 다양하게 그려놓고 있어요.
지킴이 신들은 귀신이나 장군, 해태상, 용왕이나 대감의 모습으로 각자의 개성을 보여주고 있구요..  
줄무늬 색이 다른 옷을 입고 또 머리카락 꽁지 수가 다른 아이들 강이, 산이와 들이^^
그 셋의 개구진 표정과 행동 그리고 집안 곳곳을 분주하게 달리는 장난끼 넘치는 모습, 페이지마다 다른 공간의 변화와 동선 이동은 이 책의 맛을 살리는 즐거움과 생동감을 줍니다.

요즘은 시골에서도 옛날의 시골집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살기 편하도록 아궁이 대신 보일러가 놓이고 마루 대신 거실이 생겨났지요.
하지만 집의 모습이 바뀐다 해서 사람 사는 본 모습은 바뀌지 않는 듯 합니다.
옛 우리 조상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오늘을 사는 우리도 가족의 복을 빌고 스스로의 마음에 의지를 두고 있지요. 그러면서 한편으론 내가 언제 어느때고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도 갖게 됩니다.
이책은 잊혀져가는 우리 옛집의 모습과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가졌던 또 지키려고 하였던 바른 마음들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본문에 실린 여러 지킴이신들의 역할과 유래, 사람들의 지혜를 설명하고 있고 또 다른 지킴이 신들 터주신과 우마신, 칠성신도 알려주고 있어요.   
그리고 지킴이 신앙을 미신으로 여기기 보다는 대가족이 어울려 살아가는 공간에서 지켜야할 예절과 질서, 어려움을 이겨낸 삶의 지혜였다는 것을 인정하고 늘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고 겸손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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