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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가 준 삼백 냥 ㅣ 수북수북 옛이야기
이미애 지음, 이광익 그림 / 한솔수북 / 2009년 10월
평점 :
이미애 글 / 이광익 그림 / 한솔수북
옛날 한 암행어사가 날이 저물어 외딴 주막에 들렀어요.
그곳에서 그는 거지를 만나 함께 식사도 하고 함께 길을 떠나게 됩니다.
그들이 가는 동네 부잣집마다에는 어려운 일이 일어나 있고 거지는 그 일을 해결해 돈 백 냥씩을 받아내지요.
사건을 해결하고 모은 삼백 냥을 어사에게 주고 그는 가다보면 사람을 만날거란 말만 남기고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정말 거지의 말대로 장승 앞에서 울면서 빌고 있는 처녀를 만나고 암행어사는 삼백 냥을 처녀에게 건네주지요.
그리고나서 본 장승은 아무래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입니다.
옛날부터 장승은 앞일을 훤히 내다보고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존재이자 믿음과 의지, 따뜻하고 지혜로운 마음을 가진 넉넉한 우리네의 이웃이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서도 처녀의 바램을 위해 사람으로 변한 장승은 그의 기지를 살려 능청스레 돈을 구하고 그 일을 암행어사가 도울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기다랗고 주름진 얼굴, 커다란 코, 퉁방울 눈.. 얼굴만 봐도 그의 성격이나 독특함이 짐작될 만큼 개성진 그림이 눈에 띕니다. 전체적인 그림들 또한 수묵담채화처럼 부드럽고 따뜻하고요..
마치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술술 이야기가 쓰여져 있어서 구수하게 읽으면 우리가 어릴 때 옛날이야기를 듣던 그 기분이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해질 듯 합니다.
마지막에서는 거지와 장승의 얼굴을 비교해봤는데 아이들은 장승의 부리부리한 퉁방울 눈과 커다란 이가 무섭다고 해요..
그래 장승이 착한 사람만 도와주는 게 아니라 나쁜 사람은 혼내주기 위해 버럭 하는 얼굴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해주었어요 ㅋ
두 장승이 서 있는 그림에는 사람들의 바램을 담는 돌탑도 그려져 있는데.. 사람들이 돌을 하나씩 더 얹으며 자신이 바라는 것들이 꼭 이루어지길 기도했다는 말을 하면서 집에 있는 돌로 탑을 쌓아 보기로 했어요.
조심스럽게 돌을 올렸는데 탑이 자꾸 무너진다고.. 규현이 탑은 위로 올라가는게 아니라 옆으로 넓혀져 가고, 작은 돌로 쌓은 유주 돌탑은 유주 주먹만하게 작습니다.
탑은 위로 높게 쌓아 올리면서 그 돌에 조심스레 자기 마음을 담는 거라고.. 말하지만 아직 아이들에겐 그보다 돌이 어떻게 올려질지만 관심사입니다.
며칠 전부터 유주가 물감놀이를 하자던 차,, 아이들에게 돌멩이에 물감으로 얼굴 그림을 그려보자 했어요.
여러가지 색을 고르면 섞이니까.. 두 개씩 네가지 색을 골라 칠하자 했더니 규현이는 연한 노랑색과 연한 하늘색을 유주는 연두와 빨강색을 고릅니다.
대부분 한 가지 색으로만 칠하고 몇 개는 머리색까지 칠해주고..
빨강을 칠하다 노랑을 칠하다.. 처음 돌멩이에 그림을 그려서인지 조심스러우면서도 부지런히 칠을 합니다.
아크릴물감이 마를 동안, 돌멩이에서 우리 가족 얼굴형을 골라 보는데 아이들이 아주 재미있어 하고 또 아이들 말도 웃기더라구요.
돌멩이 모양이 각양각색이라 말을 하면서 우리 가족 뿐만 아니라 친척들, 친구들 얼굴이 돌멩이에 떠올려지나 봅니다.
얼굴 그림을 그릴 때는 매직으로 하자 했더니 규현이는 매직펜을 택하고 유주는 또 물감으로 그려줄거라고요.. 그래 집에 있는 가장 숱이 적은 붓을 주었는데도 눈, 코, 입 모두 부리부리~ 섞이기 마련입니다.
규현이는 아빠, 엄마도 그렸대고.. 친구도 있고 메롱이도 있고 이가 커다란 사람도 있습니다.
유주는 유난히 빨간 얼굴에 필이 받아.. 까만 머리에 하얀 눈썹, 눈, 코, 입의 쌍둥이들을 그리면서 길쭉이 뚱뚱이가 있다 하네요.
한참 그린 후에 장승얼굴을 한 번 그려보라 했더니 둘 다 무서워 싫다 합니다.
유주는 규현이보다 더 많이 그려놓고도 더 하고 싶어해 색칠이 안된 돌멩이에 빨강 눈 코 입 얼굴을 그렸어요.
왼편이 유주가 그린 돌멩이 얼굴이고.. 오른쪽 위에 석줄은 규현이 것, 그리고 오른쪽 아래 네 개는 제가 그린 것들이에요.
모두 모아놓고 나니.. 삐에로랑 곰도 있고 바둑이도 있다 합니다.
돌멩이에서 우리 가족을 골라 보기도 했는데 유주는 엄마가 그린 장승의 얼굴이 아빠이고 빨강 역삼각 얼굴은 삼촌을 닮았다네요.
그리고 옆으로 넓죽한 돌멩이들은 아이들 여럿이 노래를 하고 있는거 같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