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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사는 게 즐겁냐? ㅣ 바우솔 그림책 2
김남길 지음, 김별 그림 / 바우솔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까만 표지에 알록달록 귀여운 박쥐들이 늘어서 있는 그림이 예쁜 그림책이에요.
그런데 예쁜 색깔 글꼴로 쓰여진 책 제목은 그 경쾌한 모양새와 다르게 답하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얘들아, 사는게 즐겁냐??" 책읽기를 하기 전 아이들에게 제목 그대로 물어보았어요.
우리 아이들은 '무슨 소리야?!'하는 표정으로 멀뚱멀뚱 바라보네요.
저라도 당장에 이런 질문을 받는다치면 무어라 답해야할지 좀 어려울꺼 같아요.
이런 답에 '즐겁다' '안즐겁다' 두 가지로 나눠 답할 수도 없고.. 또 항상 같은 답일 순 없으니 말에요.
산다는 것은 날씨처럼 어떤 날은 맑고 화창하고 또 어떤 날은 눈이나 비가 펑펑 내리기도 하고 또 흐리다 개이기도 하고 말이죠..
그런데 어두운 동굴 속에 모여 사는 박쥐들은 박쥐대왕의 질문에 항상 "즐거워요오오오오!" 하고 대답한답니다.
그리고 그 무리 속엔 그 대답이 너무 싫다하는 투덜이 박쥐가 있어요.
텔레비젼을 볼 때조차 이리 저리 밀치면서 자리다툼을 하고 채널싸움을 하느라 밤새 프로그램 하나도 제대로 볼 수 없고 모든 물건을 함께 사용하고 줄을 서야 하는 공동생활을 어떻게 즐겁다고 할 수 있는지 투덜이박쥐는 친구들이 멍청하게 보일 뿐이지요.
결국 투덜이 박쥐는 박쥐대왕의 허락을 받고 자신이 원하던 바깥세상으로 떠납니다.
여태 살아온 동굴과 다르게 밝고 화려한 세상,,
하지만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도 호텔방을 얻어 잠을 자는 것도 호락호락 쉽지가 않습니다.
투덜이 박쥐는 집과 자기가 갖고 싶어하던 물건들을 구하고 그토록 바라던 혼자만의 생활을 즐깁니다.
그렇지만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투덜이 박쥐를 좋다할 친구는 없고.. 혼자서 몇 달 홀가분하게 지내던 박쥐는 슬슬 텔레비젼도 재미없어지고 지긋지긋하던 예전의 동굴생활이 그리워집니다.
복작복작 함께 지내던 친구들이 그리워지면서 투덜이 박쥐는 정말 즐겁게 사는 것이 무언지 깨닫게 되지요.
내 맘대로 나 하고픈대로 하며 살 수 있다면 좋겠지요.
하지만 세상은 혼자 사는 곳이 아닌 더불어 어울려 사는 곳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제약과 책임, 배려같은 규칙이 필요하답니다.
우리 큰아이도 처음 유치원 생활을 하면서 적응하기 힘들어하더군요.
지금도 종종 그게 서운하고 힘들게도 하지만...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아이도 자기가 속한 교실에서 세상을 알아가고 자기가 해야할 것들에 대해 이해를 해나가는 듯 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 당장 불편한 현실을 떠난다고 다른 곳에서 내 행복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란 걸 보여줄 수 있었어요.
불평 불만, 욕심보다는 배려와 이해 그리고 양보가 먼저 필요하다는걸 알게 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지만 페이지수도 많고 책의 내용도 좀 철학적인 면이 있는 듯 해요.
[얘들아 사는게 즐겁냐?]를 읽으면서 오늘 내가 혹여 투덜이 박쥐처럼 살고 있지는 않은가 돌아보기도 했구요..
그리고 이책은 독특하게도 아빠가 글을 쓰고 딸이 그림을 그렸다고 하네요.
박쥐들이 어울려 사는 동굴 세상처럼 책의 페이지는 모두 까맣고 대신 박쥐들의 모습은 파스텔로 그린 듯 색이 부드럽고 밝아 아이를 닮은 듯 박쥐들의 표정 또한 밝고 경쾌하답니다.
책을 읽기 전 표지만 보고도 혹! 눈길이 가던 그림책인데 아이들과 투덜이 박쥐를 그리고 동굴속 내 이름을 가진 박쥐를 그려보면서 자기가 가진 불평과 불만 혹은 희망과 바램에 대해 이야기 나눠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