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자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29
이지선 글.그림 / 한솔수북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같은 그림이더라도 보는 이에 따라 그림은 또 다른 색과 모양, 이야기를 갖게 됩니다.
그림책을 읽을 때 미처 보지 못한 그림을 읽어내는 아이들의 기지를 보더라도..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한 발 앞서 자유로운 상상을 하고 색과 모양을 느끼고 또 즐거움을 얻습니다.
커다란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
그리고 책 제목이 아니었더라면 덤불 더미라 생각했을 만큼 털이 부숭부숭하게 난 사자가 아이들 등지고 앉아 있습니다.
아이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면서도 괜시레 말을 걸면 안될 듯 조용한 분위기네요.



엄마, 아빠와 함께 미술관에 온 아이가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엄마 손을 잡아 끕니다.
그리곤 혼자서 소리 나는 곳으로 다가가.. 커다란 그림 앞에서 멈추지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림에는 그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살짝 열려 있어요.
저벅저벅 안으로 들어간 아이는 망설임 없이 씩씩하게 더 깊은 그림 속 세상으로 향합니다.
그러다.. 털이 부숭부숭 나고 눈알이 떼구루루 커다란 사자와 맞딱뜨렸어요.
금방이라도 기절할 듯 겁이 나지만 아이는 겉으로 태연한 척 사자에게 소리를 칩니다.
"날 잡아먹을 생각은 절대 하지 마. 난 정말 맛이 없을 테니까!"
그런데 어쩌죠?? 아이를 바라보던 사자가 으르렁 큰 입을 벌려 아이를 삼킵니다.
"안 돼!"
책 속의 글처럼 우리 아이들도 그림을 보다 "안돼"를 외쳤어요.
하지만 우리가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아이를 입 안에 넣고 사자는 높은 하늘을 둥실 날아 올라 둘은 그림 속 세상에 내려 앉습니다.  
늘 혼자였던 사자는 아이와 함께 노는 것이 행복하고 아이는 그곳에서 꿈 속 같은 신나는 일들을 맘껏 즐기며 행복한 하루를 보내지요.
그리고 다시 놀러 오겠다 약속을 하고 아이는 미술관을 나섭니다.

처음 사자를 보고 겁먹었던것과는 달리 아이는 이내 사자와 친구가 되어 함께 어울리고 함께 즐거움을 나눕니다.
어른들이라면 처음 만난 이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것조차 어려운 일일수 있지만 아이들은 낯선 이 뿐만 아니라 갖고 노는 인형에게도 쉽게 이름을 지어주고 먹을 것을 냠냠 먹여주고 재잘재잘 대화를 나누기도 하지요.
무서운 줄 알았던 사자는 아이가 타는 그네의 기둥이 되기도 하고 기차여행을 갈 때는 보드라운 손등을 아이에게 내주기도 하네요.
그리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인도해 함께 아름다운 광경을 구경하기도 하구요.

조용한 미술관에서 그림감상을 하는 부모님을 두고 이렇게 그림 속 상상을 즐기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 아이들의 모습같습니다.
가만히 서서 조용히 그림을 감상해야 한다는 것, 
잠시라도 가만 있기 어려운 아이들의 특성대로라면 대개의 아이들에게 미술관이란 영 따분하고 별로 재미없는 곳인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두 아이를 키우며 볼 때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건 자기 나름대로의 상상을 꾸준히 해내는 능력도 가졌지요.
책 속의 아이처럼 아이들은 그림을 볼 때 그때그때 자신만의 상상 이야기를 만들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검은 사자를 만나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세상에서 마음껏 뛰노는 아이처럼.. 우리 아이들도 자신이 꿈꾸는 그리고 자기가 상상하는 다른 비밀친구와 이야기를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도 해보았답니다. 

2006년 볼로냐 어린이 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와 2009년 CJ그림책잔치 올해의 그림책을 수상한 이책은 그림이 독특하고 깨끗해요.
처음 아이가 사자를 만날 때 그것이 미술관에 전시중인 그림이었던 것처럼.. 아이와 사자가 뛰놀던 곳들은 미술관의 그림이기도 하답니다.
바퀴 달린 배, 주전자로 만들어진 집, 뾰족 구두를 신은 코끼리, 막대사탕 가진 붉은 새, 고깔 모자 쓴 개와 하얀 토끼, 새장과 집, 여행가방으로 만들어진 기차..
검은 사자가 있는 그림 속 세상엔 희안한 것들도 참으로 많고, 아이들 상상같은 그림들이 많이 어우러져 있어서 아이들과 숨은 그림찾기하듯 그림을 찾아보아도 재미있답니다.
평범하지 않은 상상,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그림 속 세상을 둘러보며
비밀친구와의 이야기도 지어내고 이전에 보지 못했던 그림을 보듯 아이와 새롭게 그림읽기를 해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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