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오줌보 축구 국시꼬랭이 동네 16
이춘희 글, 이혜란 그림,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빨갛게 상기된 얼굴, 땜빵난 머리, 덧대 기운 바지, 구멍난 양말, 검정 고무신.. 왁자지껄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올 듯 한 그림 속에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하늘 높이 날아가는 돼지 오줌보 축구공입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이런 옷과 신발을 입히고 돼지 오줌보 축구공을 준다면 기겁을 하겠지요?
하지만 이들의 신나는 축구경기만큼은 나도 해보고 싶다 손을 번쩍 들거 같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 시절의 문화와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국시꼬랭이 시리즈는 읽을 때마다 정겨움과 추억을 안겨줍니다.
국시꼬랭이 시리즈가 저 이전 세대 이야기를 담고 있긴 해도 책 속에서 제가 보고 자랐던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어 추억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아이들 데리고 아웅다웅 지내는걸 보면 어른들께서는 우스개 소리로 "그 시절엔 밥만 먹여놓으면 나가 놀고 추운게 어딨고 챙겨줄게 어딨어? 없어서 서로 먹을라고 덤비고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살았지. 내가 키웠나? 알아서들 컸다!" 하시곤 하지요.
그런데 정말 그 말이 맞아요.
저만 해도 밥만 먹으면 언니 오빠 따라다니며 산과 들로 다니며 원없이 뛰놀았구요.. 한나절 놀다 배가 고프면 점심인 것이고 누구네 굴뚝에 연기가 나기 시작하면 집에 돌아갈 시간이었지요.      
그들 따라 어울려 노는 것도 배우고 밖에 나가 놀면서 사람과 자연, 세상을 배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랍니다.
어릴 땐 시골에서 사는 것이 좋지만은 않았는데.. 이런 추억을 할 수 있다는 것, 또 우리 아이들에게 제가 자란 이야기며 외갓집에서 간혹 옛물건들을 보여줄 수 있는 지금은 다행이다 싶기까지 합니다.
국시꼬랭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데 있구요.



명수는 방앗간집 할아버지 환갑날을 기다립니다.
잔치에 쓸 돼지를 잡으면 오줌보를 얻어 축구를 할 생각에 벌써부터 신이 났거든요.
잔치 전날, 돼지 잡는 소리에 동네 아이들이 잔칫집으로 모여들고 돼지 오줌보를 두고 명수와 아이들이 서로 달라고 아우성입니다.
돼지 오줌보를 차지한 명수가 텃논으로 향하고 동네 아이들이 우르르 명수 뒤를 따라 달려가네요.
뒤따라온 여자 아이들을 향해 돼지 오줌을 뿌리는 개구진 명수는 고약한 냄새 따윈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명수와 아이들은 코를 틀어쥔 채 돼지 오줌보에서 오줌을 모두 뺀 뒤, 대나무 대롱으로 바람을 불어 넣어 빵빵한 고무풍선처럼 만든 다음 실로 묶었어요.
두 팀으로 편을 갈라 사내아이들이 텃논을 운동장 삼아 달립니다.

"너는 주는 공도 빼앗기나?"
"오줌을 다 빼니까 공이 너무 가벼워서 달아나잖아"
명수는 공 패스를 제대로 못한 태영이한테 화를 내고 태영이는 명수 탓을 하며 서로 다투기도 합니다.
그 사이 골인을 한 철호는 기분이 좋아서 방방 뛰며 신이 났고 명수도 다시 공격을 시작하지요.
골문을 향해 길게 던진 공 대신 고무신이 골안으로 들어가는 헤프닝도 벌어지네요.
다시 명수가 공을 슛하려는 순간 철호가 명수의 옷자락을 잡아당기고.. 명수 밑에 깔린 오줌보 축구공은 서로 공을 차지하려던 아이들의 발길질에 터져버리고 말아요.
속이 상한 명수는 눈물이야 콧물이야 범벅이 되어 엉엉 울고 친구들은 명수를 달랩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이들은 잔칫집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마냥 즐거워 합니다. 

실로 짠 조끼, 줄무늬 파란 체육복, 구멍난 양말과 옷소매로 코 딱는 아이.. 이것은 저 어릴 적 제 모습이자 아이들 모습이기도 합니다. 
어머니들이 머리에 쓴 수건, 하얀 고무신과 일바지, 처마에 매달린 씨옥수수, 보리밥과 무김치, 텃논에 쌓인 짚가리, 잔칫집에 깔린 멍석과 차양.. 이십 여년 전의 일이지만 제 머릿 속에 남은 풍경과 많이 닮았네요.
이 책은 국시꼬랭이 시리즈 <똥떡>, <아카시아 파카>, <각시각시 풀각시>를 쓴 이춘희 작가님이 쓰셨고 그림은 <우리 가족입니다>의 이혜란작가님 작품으로 돼지 오줌보로 축구공을 만들고 또 마음껏 뛰노는 아이들의 자유로움과 옛 시절을 소중히 담아 보여주고 있어요.
함께 어울려 노는 동안 티격거림도 많고 시샘도 있지만 금방 돌아서면 씨익 웃고마는 친구들, 그리고 모든 것이 귀하던 시절 놀잇감을 스스로 찾아 만들어 놀던 아이들의 모습, 누구네 잔칫날 온 동네 사람들이 자기네 잔치인양 서로 거들고 나누면서 마을 잔칫날이 되는 것 등 사람 사는 맛나는 정겨움들이 많이 보여집니다.

그림만 보고 터진 오줌보 공이 명수 옷에 붙었다며 어떡하느냐 걱정하던 우리 큰 아이에게 오줌보 축구가 전하는 놀이의 의미를 이야기해주었습니다.
통통 멋진 축구공, 가볍고 날씬한 축구화가 없던 시절.. 텃논의 그루터기를 밟고서도 거침없이 뒹굴고 뛰어 놀았던 아이들의 이야기에 엄마는 지난 옛 시간들이 떠오르는데 우리 아이는 그냥 웃으며 끄덕이며 듣습니다.
시간은 지났어도 아이들의 표정, 마음만큼은 여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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