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마중 그림이 있는 동시
김미혜 지음, 이해경 그림 / 미세기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꽃 피는 봄이라설까요?
표지에 그려진 붉은 동백꽃 무리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함박웃음을 짓는 듯 환하게 핀 동백꽃을 보고 우리 아이는 하하 웃는 얼굴, 노래하는 얼굴같다고 하네요.
아이 말을 듣고 보니 정말 점잖고 우아해 보이던 꽃무리가.. 하하 큰 입을 벌리고 웃고 있는 듯 합니다.
[꽃마중]에는 이름과 모양과 색과 향이 제각각인 여러 꽃속에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어요.
바로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동시랍니다.

동백나무 아래에
둥그런 이불
빨간 꽃 이불
한 채

눈사람 녹은 땅 덮어 줍니다
포근포근 덮어 줍니다

<동백꽃 떨어집니다> 라는 동시인데,, 떨어지는 꽃잎을 바라보며 따스한 상상을 하는 작가의 시선이 전해오는 듯 하네요.
춥고 차가운 땅을 포근히 덮어주고 싶은 마음이 마치 아이의 마음같기도 하고요.
이 시를 읽으면서는 '내가 어릴 적에 어떤 동시를 썼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꽃과 나무, 하늘과 운동장, 친구, 강아지, 부모님.. 
수업시간에 쓰던 동시 속엔 이런 낱말들이 빠지지 않았던거 같네요.
천일홍, 진달래, 배꽃, 동백꽃, 아까시꽃, 달맞이꽃, 달개비, 접시꽃, 채송화, 애기똥풀, 산딸기맛, 은방울꽃, 개망초, 개나리꽃, 초롱꽃, 제비꽃, 금낭화, 코스모스, 옥잠화,.. 열아홉가지 꽃들을 보며 김미혜 시인은 꽃에게 모두 다른 말을 건네고 또 자신의 마음을 들려주기도 합니다.

꽃이 아닌 친구에게 말하듯 '천일홍아 귀 막아라 우리 아빠 하는 말 들으면 너 기절할거야'하고 '입술 가득 꽃물 환하게 들이고 진달래가 되자 봄빛이 되자' 하며 친구에게 꽃놀이 가자 하고요.. 엄마 생일 선물로 보랏빛 제비꽃 반지를 만들려는 귀여운 여자 아이의 마음도 담겨 있고 옆집 개나리를 꺾어 왔다가 옆집 할머니가 오실까봐 대문소리가 날 때마다 가슴이 콩닥콩닥 걱정하는 마음도 그려지네요.
그리고 금낭화를 보며 가르마탄 말괄량이 삐삐머리를 떠올리는 시인의 장난기 어린 시어도 다정합니다.



동네에서 보니 산수유꽃이 노랗게 점을 찍은 듯 가득 피고 개나리도 꽃망울을 터뜨리는가 싶다가 이제 주변까지 환해 보일 정도로 소담스럽게 피었더군요.
나뭇가지에 붙은 새순에서도 아이 손톱만한 잎사귀들이 한참 기지개를 켜고 있고요. 
이들은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이 오길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꽃을 보고 있노라면 '꽃 좀 봐~ 참 예쁘다"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저마다 꽃을 피우려고 얼마나 안간힘을 쓰며 세상 밖으로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꽃마중]에 그려진 꽃들을 보아도 그런 생각이 들어요.
하나하나 정성스레 피어난 꽃들은 모두가 점잖고 소박하면서도 명랑하게 느껴집니다.
맑고 차분한 색감은 무척이나 동양적이고 봄꽃인 진달래나 배꽃, 동백꽃과 개나리, 여름꽃인 채송화와 달개비, 달맞이꽃, 접시꽃.. 모두가 제가 보고 자란, 소박한 우리 꽃들이어서 더 좋구요.

아이들과 소리내어 읽다보면 이 예쁜 말, 이 고운 그림들을 커서도 오랫동안 기억해줬음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또 꽃을 좋아하는 우리 엄마께도 이 책을 보여드리고 옆에서 읽어드려야겠단 생각을 했답니다.
아이가 말하는 듯 아이들의 마음을 소박하고 예쁘게 담아낸 [꽃마중]은 동시와 꽃그림이 서로 잘 어우러져 독특한 동시책이라는 향을 머금은거 같아요.    

작년 이만때 아이들과 동시집 만들기를 해본 적이 있어요.
제본된 빈 책에 우리 가족이 직접 동시도 짓고 그림을 그리는데.. 열 페이지를 채우기가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아이들의 눈으로, 아이들의 생각처럼 소박하고 순수하게 쓰고 싶은 마음은 큰데 막상 써놓은 동시에선 어렵고 딱딱한 단어들만 열거해 놓은 듯 하더라구요.
일 년이 지났으니 아이들의 동시짓기는 어떨까? 기대 반 걱정 반도 되고... 남은 페이지를 채워보자 해야 겠어요.
아무래도 아이들이 꽃마중처럼 꽃을 바라보며 동시를 쓰자 할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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