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마지막께 '좀 황당한걸??' 하는 찰나 페이지를 넘기니 거기가 마지막이더군요. 그러자 우리 아이도 한 마디 합니다. "뭐야! 이거 왜이래??" 아이들 그림책을 읽다보면 사람 사는 이야기, 무한한 상상력, 용기와 도전, 맑고 순수함같은 다양한 주제가 있는데 [이가 아파요]책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무시무시한 반전으로 결말을 맺어 이해하기 어려운 아리송함과 궁금증이 남더군요. '이게 과연 어떤 내용인가?' 하고 엄마입장에서도 당황스러웠는데 아이도 영 개운치 못한지 뜨악한 표정으로 '왜 악어가 의사를 잡아 먹으면서 끝났느냐?'고 묻습니다. '글쎄.. 악어가 너무 본능에 충실했다거나 의사가 악어를 너무 믿었거나...' 아니면 글을 쓴 작가가 현실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그 과정을 그대로 보고 느끼기를 기대한것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가에 사는 악어는 이가 너무 아파 참다못해 강을 떠나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찾아 갑니다. 작은 마을의 마법사를 찾아갔지만 그는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조금도 악어를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죠. 악어는 계속해서 더 큰 마을의 더 훌륭한 마법사를, 더욱 더 큰 마을의 더욱 더 훌륭한 마법사를 찾아다니며 이를 치료해달라고 부탁합니다. 하지만 악어를 절대로 믿을 수 없는 마법사들은 악어의 치료는 커녕 아예 진료실이나 병원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합니다. 마침내 콘크리트로 된 아주 큰 도시에 찾아간 악어는 훌륭한 치과의사를 만나게 됩니다. 그동안의 의심 많은 마법사들과 다르게 훌륭한 치과의사는 악어를 최신식 진료실로 반갑게 맞이해 치료를 해줍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치료를 받고 난 악어는 계속 이가 아프다고 하네요. 자! 악어씨, 이가 아직도 아픕니까? 어디가 아프죠? 거기, 거기, 더 안쪽이! 그 훌륭한 치과 의사는 어디가 아픈지 보려고 악어 입 속으로 얼굴을 조금씩, 조금씩 넣었는데...... 권선징악의 결말을 예상했던터라 도시의 의사가 흔쾌히 악어를 치료한다고 했을 때 당연 이 의사에게 멋진 행운이 따르겠구나 기대했어요. 하지만 [이가 아파요]에서는 완전 '어긋'났습니다. 이 책에서는 포만감에 행복한 웃음을 짓는 악어의 모습으로 맺음하고 있거든요. 그냥 악어가 본능에 충실했던 것 뿐이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자신을 너무 믿었던 치과 의사를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꿀꺽 삼켜 버린 악어 이야기는 아직 우리네 정서상 너무 괘씸하고 한편으론 섬뜩함마저 줍니다. 제목이 [이가 아파요]이기 때문에 표지 그림 속 악어가 입을 앙 다물고 한쪽 볼을 잡고 있는 게 무척 아픈 것처럼 보였는데.. 책을 읽고 난 뒤 다시 볼 때는 '어떻게 하면 쉽게 사냥을 할 수 있을까?' 궁리하는 듯한 표정으로 보이더군요. 순간 내가 바로 볼 것을 삐딱하게 생각하고 의심해서 보는가 싶었어요. 그래서 이왕 삐딱하게 읽어보기로 하고 아이들과 이 이야기 끝에 다른 결말을 보태 만들어보자 했어요. 의사를 잡아 먹은 죄로 경찰에게 붙잡혀가 감옥에 갇혔다는 이야기도 내보고 다시 이가 똑 부러져 무진장 아프게 된 악어가 다음 번엔 이빨을 치료해줄 의사를 찾지 못해 맨날맨날 엉엉 울고 다녔다는 이야기도 지어내보고요.. 너무 똑똑한(?) 악어를 보며 이해하기 어렵다 하는거 보다 그냥 이야기 내용대로 읽고 또 다른 결말을 지으며 만족을 구하는 방법도 그림책읽기를 하는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