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 봐, 바틀비! 웅진 세계그림책 131
로빈 크루즈 지음, 케빈 호크스 그림, 엄혜숙 옮김 / 웅진주니어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아기들은 태어나 세 살까지 평생에 할 효도를 다 한다고 해요
아이가 하는 표정, 행동 하나하나, 심지어는 트림과 방귀마저도 너무 이쁘기만 하고 아이가 보여주는 재롱은 부모에게 행복이란 감정을 선물하니까요
특히나 처음 뒤집기를 한 날, 처음 엄마 소리를 한 날, 또 아이가 첫 걸음을 떼었던 날, 첫 생일날 등은 아이를 키우며 갖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던거 같습니다



바틀비도 엄마와 아빠 그리고 누나에게 특별하고도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바틀비는 기분이 좋으면 옹알거리고 트림도 하고 방귀도 뀌었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여느 아이들처럼 걷고 뛰고 또 깔깔거리며 웃고 콧노래도 흥얼거렸지만 말은 전혀 한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아가' '맘마' '깍꿍' '엄마' '내꺼야' 같이 아이가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으니 가족들은 바틀비에게 어떤 말이든 하게 하려고 야단입니다
저도 우리 아이들 한참 옹알이를 할 때 "엄마! 해봐" "아빠! 해봐" 해가며 아이에게 말을 가르치던게 생각나는데요.. 

바틀비 엄마는 아침마다 바틀비 방에 가서 이탈리아어, 독일어, 라틴어로 오페라 노래를 부르고 아빠는 매일 밤 첼로를 연주하며 자장가를 들려주지만 바틀비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누나가 탭댄스 춤을 열심히 추어도, 심지어 강아지가 바틀비에게 꼬리를 흔들며 ‘멍멍’ 짖어도 바틀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한마디도 하지 않는 바틀비가 가족들은 너무 걱정스러운데 경험 많은 의사 선생님은 아무 문제가 없다며 곧 말할 거라고 하지요
다른 행동은 또래 아이들처럼 다 하고 말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데다 가족들도 바틀비에게 모든 사랑을 쏟고 있는데 바틀비는 왜 말을 하지 않는걸까요?
바틀비가 내 아들이라면 그 기다림의 시간이 얼마나 애타고 길기만 할지.. 생각만으로도 눈앞이 깜깜해졌습니다
그러니 바틀비 가족의 애타는 마음도 알거 같고요..
바틀비의 세 번째 생일이 돌아오자 가족들은 바틀비를 위해 멋진 생일잔치를 열어주기로 했어요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너무나 조용한 아이, 바틀비
바틀비가 한 살 한 살 더 먹자 가족들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호들갑스러워지네요
하지만 바틀비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오신 할아버지는 조용히 바틀비와 그네에 앉아 함께 나비를 보고 라일락 향기를 맡습니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둘은 편안한 시간을 함께 보내고요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끄는 순간, 할아버지는 바틀비에게 촛불을 끄면서 소원을 빌어 보라고 말씀하시지요
그러자 신기하게도 바틀비가 말을 합니다
"들어 보세요"
바틀비의 말에 한참 시끄럽기만 하던 가족들은 아주아주 조용해집니다
그리고 그네 소리, 바람소리와 새와 벌의 노랫소리, 그리고 심장 뛰는 소리를 듣게 되지요
그리고 케이크를 먹던 바틀비가 두 번째 말을 합니다
"음, 맛있다"라고요

할아버지도 가만히 듣고 있었어요.
그러더니 빙그레 웃으며 말했지요.
"나는 우리 바틀비가 말하는 게 들리는구나.
얘야, 뭐 또 말하고 싶은 거 없니?"

바틀비는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 노력으로 입을 연것이 아니라 할아버지의 지혜와 믿음으로 말문을 열게 된거 같아요
할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육아는 기다림의 연속이란 걸을.. 조급해 하지 말고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는 것임을 알게 합니다
바틀비는 말하는게 조금 늦된 아이였을 뿐이지요
그리고 바틀비는 말이 늦는 대신 가족들의 말과 행동을 신중히 들어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말하기 보다 듣기가 어려운 것임을 알 수 있어요
어른들도 그렇지만 특히나 아이들은 나에게 필요한 것, 내가 하고싶은것이 먼저라고 생각하고 또 자기 중심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타인의 말을 듣는 데에는 자라면서 훈련이 필요합니다
저 자신도 그렇지만 아이들을 키우면서 말하기의 중요성과 함께 듣기의 소중함도 꼭 알려주어야 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조용한 바틀비 그리고 가족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은 이책의 그림이 한몫 합니다
[도서관에 간 사자]의 그림작가 케빈 호크스가 그린 이책은 귀여운 바틀비의 천진난만한 표정과 행동, 가족들의 개성넘치는 모습이 꼼꼼히 담겨져 그림책이 주는 즐거움을 마음껏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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