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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 이야기 ㅣ 보림어린이문고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글, 이상희 옮김, 김령언 그림 / 보림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 노는 모습을 조용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살포시 웃음이 납니다
엉뚱한 말 같은데도 둘이는 말이 통하고 혼자서도 역할놀이를 하며 이런저런 상상의 이야깃거리를 지어내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문득 '나도 저만할 때 저랬을까?' 싶은 맘이 생겨나 종종 아이들 이야기를 하며 엄마께 묻곤 합니다
"그럼 너는 뚝딱 그냥 큰 줄 알아? 너도 그러고 컸지!! "
그러면 어렴풋이 이런저런 기억들이 조각난 채 떠오르는 듯 하구요..
어른이 되고 한 살 두 살 나이를 보태는게 섭섭지만 그래도 유년시절을 동경하고 기억할 수 있다는게 다행스럽고 흐뭇하기도 합니다
노오란 티셔츠를 입고 귀여운 웃음을 짓는 윌리를 보니 또 한 번 그런 마음이 드네요
해맑고 사랑스러운 아이 윌리에게서 발랄하고 유쾌한 유년시절을 떠올려 보는건 어떨까요?

동그란 얼굴 동그란 눈, 마음과 웃음까지도 둥글게 느껴지는 윌리는 한참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입니다
아마 여섯 일곱 살쯤 되었을까요?
우리 큰아이도 작년 가을부터 사슴벌레며 장수풍뎅이를 키우고 싶다 했는데 윌리도 자기와 함께 놀 동물친구를 갖고 싶어 합니다
시골에는 동물들이 많다는게 생각난 윌리는 당장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지요
할머니가 내일 오후 창가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동물이 도착할거라고 말씀하시고 윌리는 어떤 동물이 올까 궁금해 마음이 설레입니다
꿈속에서는 기린이며 원숭이 강아지, 토끼, 거북이가 나와 윌리를 향해 미소 짓고요
아침이 되자 오리랑 작은 물고기, 개구리를 상상하고 무당벌레나 다람쥐를 키워도 좋을거라 생각합니다
정말 이랬다 저랬다 맘이 바뀌는 아이의 모습이 영락없는 우리 아이들 모습 같지요?!^^
집 앞에 도착한 커다란 트럭을 보고 할머니가 코끼리를 보냈을까봐 걱정하는 윌리!
하지만 아저씨는 코끼리 대신 작은 나무상자를 주고 가시네요
나무상자 안에서는 복슬 둥근 몸에 기다란 수염과 파란 눈을 가진 귀여운 아기 고양이가 나오고 윌리는 동물친구에게 '할머니야옹이'란 이름을 지어줍니다
그렇게 갖고 싶던 동물친구를 가졌으니 윌리는 얼마나 행복할까요?
고양이에게 소근거리는 윌리의 말소리가 들리는거 같기도 하고 윌리의 표정은 마냥 따스하고 즐겁기만 합니다
윌리에게 생긴 새옷엔 주머니가 일곱 개나 달려 있습니다
한참 궁금한 것이 많은 윌리는 아빠에게 호주머니에 무얼 넣어야할지 묻습니다
"아빠, 호주머니는 어디에 쓰는 거예요?"
"물건을 넣어 두는 데 쓴단다."
"어떤 물건을 넣는 거예요?"
"앞으로 호주머니에 넣어 둘 물건이 많이 생길거야."
윌리는 다른 사람들이 호주머니에 뭘 넣어두는지 세상의 호주머니들을 생각해 봅니다
돈과 손수건이 들어 있는 아저씨의 주머니를 시작으로 아기를 넣고 다니는 엄마 캥거루 주머니, 호루라기가 들어있는 경찰 아저씨의 호주머니까지도요
그리곤 세상의 주머니들을 떠올리며 윌리도 자기의 주머니를 채우기 시작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조가비, 코르크 마개, 반짝이는 조약돌, 유리병 조각과 노끈 그리고 도토리와 사과, 금메달까지 일곱 개의 주머니니에 채워 넣고 엄청 뿌듯해 하지요
쓸모라곤 하나 없을 듯한 것들이지만 어른들의 눈과 다르게 아이들에겐 더없이 소중한 것이에요
우리 딸도 보물이라고 손가방 안에 이것저것 담아 놓는데 정작 꺼내보면 건전지며 병뚜껑, 빈 로션병, 공기알 같은 것만 잔뜩 들어 있거든요
윌리는 저녁에 돌아온 아빠에게 조가비를 선물하고 아빠는 윌리에게 집 열쇠를 선물합니다
그리고 윌리와 아빠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산책을 나가고 아빠는 윌리에게 휘파람 부는 걸 가르쳐 주시죠
두 사람의 그림자까지도 노래를 부르는 듯 아주 기분좋아 보입니다
이 책에는 세 가지 윌리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마지막 '윌리의 산책'을 읽을 땐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할머니집 가는 길]이란 책이 떠올랐어요
글이 더 짧고 그림도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이라 아주 따스하고 부드럽다 느껴졌던 책이었는데 내용이 같은 듯해 검색을 해보니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글로 되어 있더라구요
이 책은 원문이고 [할머니집 가는 길]은 한편의 동시처럼 아이의 말만으로 구성해 놓은 책이라고 하네요
작가가 같아도 그림 작가가 다르니 두 책이 좀 다른 느낌으로 와 닿습니다
[할머니집 가는 길]이 정겨움을 준다면 [윌리 이야기]는 발랄한 느낌이 더 강하게 남네요
할머니가 윌리에게 전화를 걸어옵니다
혼자서 시골에 사는 할머니집에 지금 바로 놀러오라구요
할머니가 말씀해주신대로 '똑바로 앞을 향해' 걷는 윌리는 오는 길에 들꽃을 꺾고 빨간 산딸기를 세 알 따 두 알은 목고 한 알은 주머니 안에 넣습니다
윌리가 걸어오는 길 중간중간엔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들이 많아 윌리를 망설이게 해요
그래도 윌리는 되돌아가지 않고 아빠에게 배운 휘파람을 불며 할머니 집을 향해 '똑바로 앞으로' 계속 걷습니다
윌리는 언덕에 이르렀어요.
아주 높은 언덕이었지요.
윌리가 그만 돌아설까요?
아니에요. 윌리는 그러지 않았어요.
윌리는 뒷걸음질로 언덕을 올라갔어요.
언덕이 얼마나 높은지 보지 않으려고요.
언덕을 넘어 내려갈 때도 뒷걸음질로 내려갔어요.
이번엔 언덕이 얼마나 높은지 보려고요.
똑바로 오다 보니 시냇물도 만나고 언덕길도 만나지만 윌리는 차가운 시냇물도 맨발로 들어가 건너고 나름 지혜를 발휘해 뒷걸음질로 언덕을 올라가기도 합니다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집 앞에 도착한 윌리는 마굿간과 개집, 꿀벌집도 보게 되고.. 창문을 들여보다가 할머니를 찾게 됩니다
얼마나 반가울까요? 그리고 또 얼마나 기쁠까요?!!
할머니도 이 기특한 손자를 품에 안고 대견하다 칭찬해 주십니다
그리고 할머니 집만 제대로 찾아온 윌리가 아니지요
윌리는 오는 길에 꺾은 들꽃이랑 냄새나는 풀줄기 그리고 빠알간 산딸기도 할머니께 드립니다
할머니는 손자의 따스한 마음을 선물받고 윌리는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달콤한 초콜릿 케이크를 맛있게 먹습니다
글과 함게 곁들여진 윌리의 그림은 담백하면서도 경쾌 발랄하고 글밥은 좀 있지만 문장이 짤막짤막해서 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라면 혼자 읽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읽기책이 될거 같아요
글을 읽다보면 윌리의 재잘거림이 들리는거 같기도 하고, 아이들의 평범한 일상과 호기심, 바램, 모험과 용기, 즐거운 마음과 생각을 들여다 보는 듯 흐뭇합니다
할머니와 아빠의 따뜻하고 세심한 사랑, 그리고 윌리의 명랑한 표정은 한편의 명랑 시트콤을 본듯한 기분도 들구요
어쩌면 우리 아이들도 자기가 윌리인양 주인공이 되어 윌리의 모험을 함게 한단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어요
윌리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즐겁고 행복함이 느껴졌는데..
우리 아이들의 일상도 찬찬히 들여다 보면 재미난 이야기가 만들어질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윌리 이야기와 똑같이 거긴엔 아이들의 순수함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