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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야 놀자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204
이수지 지음 / 비룡소 / 2009년 5월
평점 :
<파도야 놀자>는 <나의 명원화실>, <동물원>,<검은 새>의 작가 이수지님의 그림책으로 넘실거리는 파도와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는 여자아이의 뒷모습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파도를 따라 달리다 "파도야 놀자~" 하고 바다를 향해 외치는 듯 하기도 하구요
갈매기도 날고 덩달아 책 제목도 갈매기를 따라 너울거리는 듯 보입니다
뒷표지에는 여자 아이가 원피스에 조개껍질을 가득 주워 담고 누군가에게 자랑는 듯 내보이며 아주 신이 난 표정으로 서 있어요
이내 갈매기도 아이의 친구가 되었는지... 아이의 머리 위에 있네요
그동안 '아이는 파도와 어떻게 놀았을까?' 궁금해집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아이의 모습과 바다의 모습은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르고, 계속 이어지는 그림으로 아이의 행복한 하루 이야기 한 편을 만들 수 있겠어요
이책은 그림은 가득하지만 글이 없어요
그래서 읽는 그림책이라기 보다는 보는 그림책이라 해야 맞겠고요..
읽을 때마다 마음껏 이야기를 만들며 볼 수 있어요
(읽는 이에 따라 이야기와 수식어가 바뀌긴 하겠지만) 모두 이책을 읽는 동안은 아마도 아이의 웃음소리와 파도 소리, 갈매기소리, 엄마를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를 듣는 듯 할것 같네요
대 여섯 살의 여자아이와 엄마가 바닷가로 놀러 나왔습니다
아이는 바다 가까이에서 파도를 바라보다 자기 가까이 다가오는 바닷물에 놀래 물러났다가 이내 파도의 움직임을 이해하고는 파도를 향해 우아앙~ 소리를 지르거나 파도소리에 깜빡 졸기도 합니다
바닷물을 만지고 싶어하던 아이는 아직 경계심이 남아 조심스럽게 살짝 발끝을 담갔다가.. 아주 신나게 물장구를 치며 뛰어놀기 시작합니다
커다란 너울파도가 아이를 향해 달려 오고... 파도의 바뀐 모습에 놀라 달아나던 아이는 멀찌기 서서 이제 메롱까지 하는 여유를 부립니다
(우리 아이들도 갈매기처럼 이 여자아이가 된 양 이 페이지에서는 메롱을 한답니다)
하지만 파도가 더 가까이 왔던가, 큰 파도가 아이를 덮쳤어요
아이는 놀래 울지 않습니다. 파도는 아이에게 멋진 조개껍질과 고둥, 불가사리를 모래밭에 잔뜩 선물해 주었거든요
아이의 얼굴에도 갈매기의 얼굴에도 즐거움이 가득~ 아이는 모래밭에 앉아있는 엄마에게 빨리와서 이걸보라고 부릅니다
한바탕 조개껍질을 갖고 놀던 아이는 이제 바닷물과 다시 놀기 시작합니다
아이 근처에서 마음껏 자유롭게 노는 모습을 지켜보던 엄마는 이제 그만 돌아가자며 아이 옆에 서 있고요..
아이는 물결치는 바다와 그리고 갈매기들과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청명한 그림책!! '청명함' 말 그대로 맑고 깨끗한 느낌의 그림책이에요
이책은 보고 또 한참 들여다보다 봐도... 그 느낌이 아주 처음처럼 그대로 전해집니다
흰색과 하늘색, 담백한 먹선을 이용해 간결하고도 담백하게 그려진 이책은 그 조화가 차가움 대신 바다를 부드러우면서도 시원스레 표현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활발한 움직임과 귀여운 제스처, 다양한 표정도 볼만 하구요
아이 근처에 있던 여러 마리의 갈매기도 날개를 맘껏 펼치고 함께 노닙니다
책 속의 갈매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와 함께 호기심, 즐거움 등의 감정을 공감하는 듯 하네요
아이와 바다, 그리고 파도, 갈매기.. 아이와 함께 즐겁고도 신나는 바다에서의 하루를 보낸 기분이에요
그리고 바다에 대한 이미지가 아주 깨끗하고 부드럽고도 이국적인 느낌으로 남습니다
바다의 소리와 아이의 목소리, 갈매기소리, 또 바닷물이 손끝에 닿는 듯한 촉감까지 생생하게 전해지는 그림책이었어요
이수지 작가가 '나의 아기, 산에게' 라고 써놓은 첫 글을 보면서
아마 작가 본인이 책 속의 엄마이고, 여자아이가 산이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바다를 호기심과 즐거움으로 경험하는 아이를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이 이 책이 주는 순수함으로 고스란히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