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 낭송동시 100편 - 소리 내어 읽을수록 맛이 나는
박두순 엮음, 김천정 그림 / 큰나(시와시학사)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 둘째는 놀면서도 재잘재잘 무어라 그리 해대는지.. 혼잣말로 일인 다역의 역할놀이도 하고 유행가요도 흥얼거리고요.. 
엄마가 하는 소리도 고스란히 읊고 또 어느땐 책에서 본 구절이나 동시를 외우곤 해요
그중에서도 동시 한 구절 외우는걸 보면 왜 그리 귀여워 보이는지..
아마도 아이 입에서 나오는 동싯말 그 자체가 예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고요

작은 아이 두 돌 지나 말이 좀 늘 무렵부터 큰아이와 함께 말놀이 동시집을 읽어주었어요
오빠보다 어린데도 여자아이라 그런지 동시 구절도 잘 따라읽고 사물을 다른 낱말로 표현할 줄도 알고 말이 눈에 띄게 늘더군요
그리고 세 돌부터 띄엄띄엄 혼자 글을 읽기 시작하더니 짧은 글줄의 그림책과 꼭 동시집을 함께 꺼내 책읽기를 혼자서도 하더라구요
남매를 키우다보니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성향이 조금 달라서 애먹을 때가 있어요
그래서 그림책 말고도 동시읽기를 자주 하는데 아이들 감성에도 잘 맞고 즐겁게 반복해 읽을 수 있어서 말수가 적고 소리내어 읽기 싫어하는 큰 아이도 쉽게 따라 읽곤 합니다


콩, 넌 죽었다

콩 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쥐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님의 '콩, 넌 죽었다' 라는 동시에요
동시 제목도 우습고 읽다보면 자연스레 콩 두드리는 것과 콩 굴러가는 모습도 그려지고요.. 
쥐구멍으로 들어간 콩을 쥐가 먹어버릴 거란 생각에 콩보고 죽었다고 하는 시인의 장난스런 말이 어른들에게도 재미난 웃음을 주는 동시에요. 
예전에 알았던 동시인데 이책에서 만나니 반갑네요
[소리 내어 외울수록 맛이 나는 한국대표 낭송동시 100편]은 100년 동안 발표된 우리나라 동시중 대표적인 작품 100편을 한국동시 100년을 기념해 엮은 책이라고 해요
'콩콩', '또르르또르르'.. 이런 모양말이나 소릿말처럼 동시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보다 사물에 대한 다양하고 재미있는 표현이 많아 짧은 문장이어도 아이들에게도 쉽게 받아들여지는거 같아요
그것이 바로 우리말의 아름다움, 또 동시가 주는 즐거움이기도 하고요

감자꽃 

흰 꽃잎이 작다고
톡 쏘는 향기가 없다고
얕보지는 마세요

그날이 올 때까지는
땅속에다
꼭꼭
숨겨 둔 게 있다고요

우리한테도
숨겨 둔
주먹이 있다고요





안도현 시인의 '감자꽃' 동시인데 우리 큰아이가 이 동시의 그림을 보고 재밌다고 하더군요
예쁜 동싯말 말고도 이책에서는 따뜻하고 파스텔톤의 맑은 그림들이 참 예쁩니다
작은 감자꽃 아래 주먹모양으로 자라난 감자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어요
엄마나 아빠가 동시를 읽는 동안 아이들은 귀로 시를 담고 그림을 보며 동싯말의 구체적인 이미지를 관찰하기도 해요
아이들이 감자밭에 가 진짜 감자를 캐게 되면 줄줄이 튀어나오는 감자들 속에서 주먹쥔 감자를 먼저 찾을지도 모르겠어요

책 제목처럼 소리 내어 외울수록 맛이 나는 것이 동시인데.. 책머리에서는 맛있는 시 낭송법을 소개하고 있어요
여러번 읽고, 외워서 나만의 시로 만들기, 크고 또렷하게 발음하기, 내용에 알맞게 높고 낮고 길고 짧게 읽기, 즐거운 시는 즐겁게 슬픈 시는 슬프게 읽으면서 시의 맛을 살리기, 그리고 자연스러운 표정과 손짓 목소리를 편하게 읽으라고 권합니다
독특하게도 이 동시집에서는 '함.께.읽.어.보.기'라고 해서 동시 아래에 각 시마다 시를 감상하는 방법과 재미나게 낭송하는 방법을 일러주고 있어요
시의 내용과 느낌에 따라 밝고 켱쾌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읽기도 하고 어느땐 새침한 목소리로 낭송해야 하기도 하구요
내용을 상상하며 때론 속삭이듯 때론 동싯 속의 주인공이 되어 마음을 담아 강조하며 읽어보라 합니다
동시의 아름다운 말들을 자기의 마음과 낭송하는 목소리에 담다보면 자연스레 고운 말, 아름다운 말, 바른말을 쓰고 거칠고 나쁜 말은 줄거 같아요

거미가 오롱조롱 / 콩콩거리지, 콩닥거리지 / 보잘것 있단다! / 할머니 쪽, 엄마도 쪽 / 우주, 얼마나 크기에?
차례편에서 100편의 동시는 다시 다섯 가지 주제로 나뉘어 (자연 속 곤충과 동물, 아이들의 마음, 식물, 따뜻한 일상, 우주등에 관한 동시들로 가름하고) 동시마다 ★ ♥ ♣ 표시를 하나씩 달아 초등 학년별 저학년, 중학년, 고학년 추천동시를 확인할 수 있어요   
나이를 불문하고 읽어도 좋은게 동시이지만요
아이들의 눈과 귀 그리고 마음까지 맑아지게 하는 동시는 언어의 요술사라 해도 맞겠어요
읽을 때마다 아이들의 마음처럼 동싯 속에 편히 들어앉게 되네요

잠자리 들기 전이나 평소 아이들과 책읽기할 때 몇 편씩 읽어주기 편해 저희집에선 아빠가 이 동시집을 더 선호해요
아빠가 운율을 넣어 기분좋게 큰 소리로 읽어주면 장난치고 놀때만치나 아이들이 좋아하더라구요
동시는 아이들의 언어감각과 감성, 상상력을 키우는 데 최고의 교육이라고 해요
감성과 상상력.. 아주 솔깃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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