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우리말을 담는 그릇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5
남경완 지음, 정성화 그림 / 책읽는곰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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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이 누군지 알아?"
"나 알아! 한글을 만든 임금님이야"
"세종대왕이 왜 한글을 만드셨을까?"
"모든 사람들에게 글자를 알려주려고 만들었지"
작년 한글날, 유치원에서 세종대왕을 배웠다며 엄마한테 세종대왕이 누군지 아냐고 물어보던 큰 아이에게 오늘 아침 질문을 해보았어요. 
'한글' 하면 세종대왕이란걸 일곱 살 먹은 아이도 아는 요즘이지요
[한글 우리말을 담는 그릇]은 우리가 매일 읽고 쓰는 글이라는 한글의 개념 뿐만 아니라 한글의 의미와 창제원리 그리고 중요성에 대해 더 깊이 일깨워주는 책입니다

세상에는 육천 가지가 넘는 말이 있지만 모든 말이 글자를 가진건 아니라고 해요. 
고작 이백 가지에 지나지 않는 귀한 글자중의 하나에 한글이 있습니다
우리말이 생겨날 때 한글이 함께 생겼으면 좋았으련만 한글은 1446년 조선 세종때 만들어졌어요
그 이전까지는 중국의 앞선 학문과 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 한자를 써왔는데 한자는 우리말을 소리나는 대로 적을 수 없었고 새로운 뜻이 생겨날 때 마다 생겨나는 새로운 한자를 먹고 살기 위해 일년내내 농사짓기 바쁜 일반 백성들은 배울 수가 없었어요

글자를 모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 
어렸을 때 우리도 그랬겠지만.. 어린 아이들은 아직 이해할 수 없는 것이지요
지금은 책을 읽다가 길을 지나다 간판을 보면서 글을 읽어서 무엇을 이해하고 안다는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지만요..
"말로하면 되지?? 왜 한글을 배워야해??"  큰아이가 처음 한글을 배우면서 볼멘 소리를 하던 기억이 납니다
옛날 사람들중에 장쇠가 머슴살이하며 땅을 사려했다가 글자를 모른다는 걸 안 주인이 파는 것이 아닌 빌려주는 문서로 꾸며 결국엔 피땀흘려 가꾼 땅을 말한마디 못하고 억울하게 빼앗겨 버리기도 하고 새로운 법이 곳곳에 방으로 붙었지만 까막눈이 막동이는 법을 어겨 곤장을 백 대나 맞구요.. 또 멀리 떨어져 있는 그리운 가족에게도 소식을 전할 수 없고 기록해두면 잊지않고 좋을 것을 글자로 남기지 못해 실수를 하는 예를 보면서 엄마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도 알만하다 합니다




"우리나라 말과 소리가 중국과 달라서 한자를 가지고는 서로 통할 수 없으므로, 백성들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그 뜻을 펴지 못하는 일이 많다. 나는 그것을 불쌍히 여겨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들어, 백성들이 쉽게 배워 날마다 편하게 쓸 수 있도록 하려 한다." (본문에서)

글자를 몰라 백성들이 겪는 어려움을 헤아린 세종대왕은 우리말에 꼭맞는 글자 바로 우리 한글을 만들게 되었어요
훈민정음의 서문과  닿소리 열네 자와 홀소리 열 자도 그냥 만들어 진것이 아니라 닿소리는 소리를 낼 때 혀나 입술, 이, 목구멍의 모양을 홀소리는 하늘, 땅, 사람등 사람과 우주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이치를 담아 만들었다는 과학적인 한글의 원리까지 보여주고 있어요
한자로 표현하기 어려운 모양말이나 소리들을 그대로 옮겨 적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쉽고 빠르게 익힐 수 있으니 한자를 모르던 사람들에겐 그 기쁨이 오죽했을까요
아이들이 크면서 글자에 관심을 보이고 ㄱㄴㄷ 그림을 그리듯 흉내를 내다가 자기 이름을 써넣고 뿌듯해하던 것 그리고 한글자씩 손가락을 짚으며 처음 책읽기를 할 때 아이도 엄마도 박수를 치며 기뻐했던 것이 떠올랐어요
그런데 일제강점기 일본은 우리의 민족성을 해하기 위해 우리말과 글을 쓰지 못하게 하고 우리말 한글은 큰 위기를 겪기도 해요
우리 말을 지키기 위한 언어학자들의 노력으로 한글은 지금 당당히 우리가 쓰고 있어요
당연히 쓰는거라 생각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쓰는 이 한글은 많은 사람의 희생과 자존감으로 당당히 남은 우리의 유산이란걸 알게 되었어요




외국어 간판으로 난무한 거리, 그리고 옛 사람들의 생활모습, 한글이 만들어지는 과정, 또 글을 쓰고 읽는 사람들이 그려진 일상 그림 등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자생활과 한글의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게 합니다
다른 그림책에서도 그렇지만 이 책은 그림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마지막 우리나라 태극기를 들고 행진하는 아이는 처음 서당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책읽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글을 몰라 억울한 상황에 빠진 아버지를 보며 안타까워 하고 있어요
한글이 만들어진후 한글을 보며 만세를 부르던 아이는 낫을 들고 글을 읽기도 하고 가족이 함께 모여 책을 읽고 있고요
일제시대엔 교실 밖에서 일본어 책을 들고 슬퍼하던 아이가 국어책을 읽는 아이들을 보고는 기뻐하며 함께 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한자만 가득 차 있던 그림이 장을 넘길수록 점점 한글로 바뀌어 늘어나 있고.. 책과 신문, 옷과 간판에까지 우리글이 쓰이는 곳을 보여줍니다 
닿소리가 만들어지는 원리와 아이들이 국어 읽기 책을 펼쳐놓고 즐겁게 읽는 모습을 세종대왕이 창밖에서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어허허 ..기쁘도다 오백년을 살아 내 이름을 써주고 읽어주는 아이들이 있어 행복하다!!"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하면서 그림 속 세종대왕이 아마 이렇게 말씀하실거라 이야기 했답니다     

책 제목 '우리 말을 담는 그릇'이란 제목글이 눈여겨 봐지더군요
같은 그릇이라도 어떤 음식을 담느냐에 따라 값어치가 달라지는 것처럼 우리가 한글을 어떻게 쓰고 말하느냐에 따라 한글의 값어치 또한 달라질 수 있다는.. 한글의 제 의미를 생각하게 합니다
텔레비젼이나 인터넷 상에서 새로운 신조어들을 보면 그게 무슨 뜻인지 어떻게 생겨난 말인지 모를 때가 많아요
아름다운 우리말을 두고 쉽고 재미난 것을 추구해 의미없이 쓰게되고 그러면서 사람들 사이에 말과 글이 가볍고 때론 상처를 줄 때도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담은 말을 표현하는 글자.. 그 글이 아름답고 바른 말이었으면 좋겠어요
국제화시대 영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외국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한글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되새겨 보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말을 왜 써야 하는지 그리고 왜 바르게 써야 하는지 우리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자상히 알려주는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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