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니쩌
레이너 더 펠스니어르 지음, 정신재 옮김, 힐더 스퀴르만스 그림 / 세상모든책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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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발견한 메모 한 장, "날 찾아봐!!"
누군가 시시한 장난을 치는 거라 생각했지만 작은 서랍장에서 찾은 쪽지의 주인공은 결코 시시한 존재가 아닙니다
작은 안경에 까만 모자를 쓰고 짙은 콧수염을 한 니쩌는 사람처럼 말을 할 줄 알고 글까지 쓸 줄 아니까요
그리고 아주 특별한 친구, 영원히 잊지 못할 친구가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말이야, 나는 내가 누군가의 친구가 되는 걸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 (p.35)

페이가 처음 니쩌에게 자기를 소개하는 말이에요
페이는 학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수업중에는 집중을 못한다며 선생님께 종종 지적을 받곤 합니다
친구들이 노는 모습만 멀리서 지켜볼 뿐 함께 놀이를 즐기지 않고 좋아하는 남자친구에게 자기 속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내성적인 성격이지요. 게다가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고 한 아빠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할머니 집에 맡겨진 페이는 모든 것이 복잡하고 슬퍼집니다
하지만 니쩌와 함께 할머니집에 가면서 페이의 마음에는 새로운 무언가가가 생겨나게 되지요
자신을 표현할 줄 몰랐던 페이는 니쩌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레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감과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경험하게 됩니다. 가족을 사랑하고 또 가장 자신을 사랑할 줄 알게 된 사춘기 소녀 페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이를 이해하고 격려해야할 이유를 찾게 됩니다


"페이야 사랑에 빠지는 건 자연스러운 거야.수줍어 하지 않아도 돼. 누구나 사랑에 빠지거든" (p.57)
"네가 여기서 이러고 있든 그렇지 않든 아빠의 상태는 변하지 않아. 그리고 아빠는 네가 밝고 명랑하게 지내길 바라실거야." (p.77)

아빠가 아프니까 슬퍼해야 하는데 한 반 친구 스테인을 사랑하는 감정이 동시에 느껴지는 게 옳지 않다 말하는 페이
그리고 아빠의 수술이 혹시 잘못될까 걱정되어 화장실에 혼자 문을 잠그고 들어 가 있을 때에도 페이의 혼란스러움을 가까이에서 진정시켜주는 것은 작은 쥐 니쩌에요
한참 우울하고 설레이기도하고 정리될 듯 하다가도 복잡한 마음을 니쩌는 지혜로운 말로 다독여주네요


"내가 길을 걸으면 말이다, 사람들은 내 옷차림을 보고 깜짝 놀라거나 뭐라고 한단다. 내 나이대의 여자가 이런 옷차림을 한다고 말이지. 하지만 난 그런 말에 개의치 않는단다. 설령 내가 바나나 모양의 옷을 입는다 해도 내가 나인건 변함이 없으니까. 게다가 할머닌 좀 더 다채로운 삶을 좋아하거든" (p.64)
니쩌 말고도 페이는 세르펜티너 할머니의 지혜를 통해 한걸음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페이의 축제 발표를 앞두고 할머니는 잼을 바른 케이크를 제안하고 직접 케이크를 준비해간 페이는 친구들 앞에서 자신있게 발표를 하고 오랜만에 행복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페이의 비밀친구를 할머니도 함께 알게 되는 특별한 관계를 맺기도 하구요


"뭔가 판단을 제대로 못할 것 같을 때는 말이야. 이게 진정 내가 하고 싶은 건지 아닌지만 생각해"

수술후 창백하게 누운 아빠를 보고 와 슬픈 페이를 달래주고 스테인을 만나러 나갈 때에 용기를 주는 니쩌는 페이의 주머니에 쪽지를 넣어주었죠
페이에게 뿐만 아니라 이 말은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메시지 같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시간이 멈추고 그 순간만 영원히 반복된다면.. 
그렇게 되더라도 잘 견딜 수 있을거라고.. 아주 어렵고, 고통스럽고, 슬픈 순간으로 가득찬다고 해도 잘 견뎌낼 수 있을거라고 이야기하는 페이를 보며 어쩌면 니쩌는 페이의 마음 안에 담긴 자기 본연의 자신감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우리 마음안에도 어떤 일을 하면서 어떻게 할까 갈팡질팡 하기도 하고 잘 하는가 의구심같은 것이 있을 때 마음 한 편엔 스스로를 응원하고 때론 해보고자 하는 용기가 생겨나는 것처럼요

친구들이 박은 스테플러 심이 니쩌에게 특별한 무언가가 된 기분을 남겼던 것처럼
니쩌는 페이에게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어줄 자신감을 선물하고 다른 친구를 찾아 떠나게 됩니다
어디서든 니쩌가 잘 지낼거라며 기꺼이 헤어지는 페이! 이제는 몸도 마음도 한 뼘쯤 더 자랐겠다 싶습니다
분홍 책표지의 하트만큼 사랑스러운 동화에요
지금 니쩌는 누구의 친구가 되어 있을가요?
우리 아이들이 페이의 나이쯤 되어 있을 땐 제가 니쩌가 되고 싶단 생각을 해보았어요
잔소리하는 엄마가 아니라 가장 가까이에서 아이의 마음을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니쩌같은 엄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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