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더위 사려!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10
박수현 지음, 권문희 그림 / 책읽는곰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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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설을 지내고 정월대보름이 가까워지면 엄마는 마른 나물을 물에 담그고 콩과 팥을 꺼내 잡태를 골라내고 작은 설 준비를 시작하셨어요
전날이면 여러가지 나물을 준비하느라 하루종일 부엌에서 동동~ 
정월대보름 이른 아침엔 제사를 모시기 위해 오곡밥을 찌고 식구들 아침상엔 푸짐한 나물반찬에 들기름에 구운 김냄새가 코를 간질였던 기억이 납니다
오곡밥에 뭐가 들어갔나 친구들과 찾아보던 것, 동네 언니 오빠들 따라 하던 불놀이, 동네 어른들의 농악, 친구 집에서 먹던 땅콩 부럼! 그러고보니 시골에서 나고 자라서 정월대보름에 관한 추억이 많네요 
그중에서도 정월대보름 아침이면 해마다 우리 아버지한테 더위를 샀던 기억이 나요
그때는 정말 아버지의 더위까지 사서 여름내 더위를 먹으면 어떡할까? 걱정도 하고 엉엉 울고 떼도 썼는데.. 지금은 그만때의 아이를 둔 엄마가 되었어요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의 정월대보름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주면 좋을까요?
올해는 저도 우리 아이들에게 더위를 좀 팔아볼 수 있을까요?!^^ 

책읽는 곰의 온고지신시리즈는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이야기를 새롭게 엮어 들려주는 그림책인데 이번에 나온 [내 더위 사려!]는 그 열 번째 책이랍니다
새해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대보름날.. 동이와 동이가족 그리고 동이네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하룻동안의 여러 풍경과 이야기를 통해 정월대보름의 의미와 다양한 풍속, 그리고 이웃간의 나눔과 정을 만나게 됩니다



첫닭이 울면서 정월대보름이 시작됩니다
동이는 첫닭의 울음소리를 세고.. 아버지는 열 번이 넘게 울었으니 풍년이 들거라 말씀하시네요
동이는 엄마를 따라 용알 뜨러 갔다가 그만 우물가에서 영수에게 더위를 사고 말았어요
"내 더위 네 더위 먼 데 더위!!"
당황한 동이는 만나는 친구들에게 더위를 팔려고 하지만 눈치 빠른 선이는 제 더위를 팔아버리고 준이랑 병구는 이미 동이에게 속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고 누나에겐 콩 하고 알밤까지 맞았어요
더위를 사는 건 쉬웠는데 팔기는 왜 이리 어려운걸까요? 
친구들 집을 기웃거려도 아무도 더위를 사주지 않아 동이는 애가 탑니다
동이는 봄 다음에 가을이 바로 오면 좋겠습니다 
부럼을 깨물면서도 푸짐한 아침 밥상 앞에서도 동이의 어깨는 축 처져 있네요 
백가반을 얻으러 다니는 친구들의 얼굴은 신바람이 났는데 동이는 재미도 없고.. 겨우 지신밟기하는 어른들의 풍물소리에 흥이 나 엉덩이를 실룩이려는 참,, 동이에게 더위를 판 영수가 와 동네아이들 앞에서 시비를 겁니다
치고 받고 한바탕 쌈이 나려는 데 누나가 와서 다리밟기를 하자며 손을 끄네요
대보름날 다리를 밟으면 일년내내 다리가 안아플거란 이야기에 동이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화풀이하듯 쿵쿵 다리밟기를 합니다 
달집을 태우는 곳에서 사람들은 소원을 빌고 동이도 아버지께 소원을 빌면 다 이루어질까 묻지요
달님이 소원을 다 들어주신다는 말씀에 동이는 냅다 달님에게 더위를 사달라 빌어요
하루종일 동이의 마음을 애타게 하던 더위는 달님이 사갔으니 동이는 이제 엄마 건강하게 해달라 빌며 논두렁에 쥐불을 놓습니다
깡통에 불을 담아 불놀이 나간 동이는 영수를 만나 '더위를 팔았다' 이야기하고  영수도 '잘됐다'며 히죽 웃고 아이들은 한바탕 신나게 불을 돌립니다

더위팔기, 용알뜨기, 부럼깨물기, 두부랑 복쌈 먹기, 오곡밥에 나물먹기, 백가반 얻어먹기, 지신밟기, 달집태우기,쥐불놀이.. 동이의 하루를 쫓다보면 정월대보름날에 행하는 다채로운 풍속과 민속놀이를 보게 됩니다
건강과 풍년을 바라시는 부모님, 이웃간에 정을 나누고 우의를 두텁게 하는 마을 사람들, 더위팔기와 백가반을 얻으러 다니는 동네아이들, 동생을 챙겨 정월대보름을 즐기는 동순이 그리고 친구와 다투고도 언제 그랬냐싶게 금방 화해하며 자라는 동이의 성장 이야기.. 
[내 더위 사려!]에서는 동이네 가족과 마을 사람들의 정겨운 정월대보름 명절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동이의 모습을 보며 어릴 적 추억을 들춰볼 수 있었어요 

애타고 심통부리고.. 조마조마해 하고 동이의 표정을 보면 또래 꼬마인 우리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동이와 어울려 노는 마을 친구들의 표정은 키득키득 웃음소리가 나는 듯 하구요..
하루 종일 굶었으면서도 동이가 영수와 싸우려고 할 때 동이 편을 드느라 으르렁거리는 누렁이는 너무나 귀여워요
[내 더위 사려!]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갈 수 없는 옛날로 가는 듯 합니다 
수(壽)와 복(福)이 곱게 수놓인 옷덮개포, 아랫목의 요강, 문고리에 끼워진 수저, 광목천 덮은 이불과 베개, 노랑 양은 주전자, 우물 두레박과 물지게, 부럼 담긴 박바가지, 아이들의 검정고무신..  
그리고 게슴츠레 졸린 눈을 하고 요강에 오줌을 누는 동이, 그리고 동이를 따라다니는 누렁이, 내복을 입고 이불 위에서 하품을 하는 아버지..
제 머릿 속 어딘가에 잘 개어져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그림책 위로 펼쳐지는 듯 정이 기웁니다

특히 책의 마지막에 실린 <동이가 들려주는 대보름 이야기>는 아이에게 뿐만 아니라 우리세대의 어른들에게도 교과서같은 정보가 됩니다
동제, 지신밟기, 달맞이,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횃불싸움, 줄다리기 등 마을 사람들이 함께 나누는 의례와 놀이가 있고 또 나무시집보내기, 복토 훔치기, 용알뜨기, 아홉 번 행동하기, 다리밟기 등 풍년과 복을 비는 우리 조상들의 풍속이 소개되어 있어요
액운과 질병을 팔기 위해 더위를 팔고 액막이 연을 날렸던 것들, 한 해 농사를 점치기 위해 닭울음점과 소밥주기, 나무그림자점을 치기도 했다는데 함께 실린 삽화와 사진을 보며 우리 아이들도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정월대보름의 놀이들을 기대하더군요 

정월대보름 또한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인데 한가위나 설날에 비해 잘 챙겨 따르지 않게 되는 요즘이에요
연초 건강과 풍년을 기원했던 옛 조상들의 다채롭고 정겨운 우리의 놀이와 문화를 이웃과 함께 나누고 도 싶고 이것들이 우리 세대 그 다음 세대에도 계속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이번 정월대보름에는 우리집 꼬마들과 이웃 아이들에게도 한바탕 더위 좀 팔아야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께 먼저 그동안 빚진 더위도 좀 팔아보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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