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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보고 말테야! - 봄 이야기 ㅣ 구름골 사계절 1
박경진 글.그림 / 미세기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예전에도 혼자 흥얼흥얼 노래를 불렀는지 모르겠지만 간혹 집안 일을 하면서나 아이들 재우면서 '고향의 봄' 노래가 불러집니다
꽃 피는 산골은 아니어도 시골에서 태어나 자라고, 결혼 전까지 그곳에서 내내 살아온 터라 이노래는 그냥 노래가 아니라 제가 자란 마을을 생각나게 하고 웃음짓게 합니다
[꼭 보고 말테야!]는 '고향의 봄' 노래처럼 책 속의 이야기가 마치 제 어린 시절 이야기인양 정겹고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구름골 마을의 봄은 동네 가운데로 실개천이 흐르고 연분홍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습니다
어른들은 밭을 메고 약도 치고.. 쟁기를 멘 소가 밭을 갈기도 하고요.. 과수원에선 사람들이 꽃을 따고 있기도 하네요. 영아와 방실이에겐 하루해가 짧다 싶게 뛰놀 곳도 많고 보고픈것도 많은가 봅니다
빨간 원피스에 줄무늬 셔츠를 입은 단발머리 방실이와 꽃무늬 블라우스에 삐삐머리를 한 영아는 골목에 서서 영아네 안마당을 기웃거리고 있어요
영아네 배불뚝이 어미 돼지가 새끼돼지를 곧 낳을거라 동네 어른들은 함께 모여 돼지우리 청소에 돼지죽을 맛있게 만들어 놓고요.. 아이들은 이제나 저네나 기다립니다
그런데 천둥 아주머니가 새끼를 낳는 어미는 예민하기 때문에 떠들면 안된다고 아이들을 내쫓네요
거기다 할머니가 돼지 우리 앞에 계셔서 더 가지도 못하고.. 엄마가 집에 돌아가자 하셔서 새끼돼지 구경을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온통 머릿 속에선 새끼돼지 생각 뿐, 내일은 영아네 집에 가서 새끼돼지를 꼭 봐야하는데 투두투둑 비까지 내립니다
다음 날, 비가 맑게 개이고 방실이와 영아는 도둑고양이처럼 마당을 지나 돼지우리로 갑니다
잠들어 있는 어미돼지 곁에는 어젯밤 태어난 새끼돼지들이 꼬물거리고 있어요
아이들은 몇 마리일까 세어봅니다
그리고 어미가 잠든 틈을 타 영아가 새끼돼지 한 마리를 꺼내왔어요
말랑거리는 돼지코, 버둥거리는 아기돼지.. 방실이도 귀여운 새끼돼지를 안아볼 수 있었는데, 멍멍이가 우리 안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어미돼지에게 혼쭐만 나고 도망을 칩니다
밤새 내린 비에 생긴 꽃자리에서 영아와 방실이는 돼지 흉내도 내보고 즐겁게 놀다 돌아옵니다
고추밭에 가려다 물웅덩이에 빠지기도 하고.. 아쉽고 즐겁고 또 울적한 일들로 방실이의 긴 하루가 갑니다
부모님께 하루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 잠든 방실이.. 꿈 속에서는 아기돼지들과 꽃놀이를 즐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아나 방실이처럼 동네에서 친구들과 뛰놀던 어린 시절이 추억으로 떠오릅니다
어릴 때 동네언니들과 팔방놀이할 때는 줄 긋고 뜀뛰던 마당같은 곳이 지금 가보면 정말 여기서 놀았던 게 맞을까 싶게 골목길은 좁기만 하더군요
게다가 담벼락은 어떻구요..
높던 담이 키를 숙여 앉았던가, 제 키가 두어 뼘쯤 더 자랐던가요..
가만 서 있어도 안마당이 훤히 들여다 보입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추억이 지금에는 따스하고 값진 시간들로 여겨지네요
"엄마도 이런 놀이를 했었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들려줄 수 있구요
아이들은 그림책을 통해 경험해보지 못한 따스한 봄을 읽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새끼돼지 수를 세어 보았는데 "정말 엄마 돼지가 이렇게 새끼를 많이 낳느냐?" 궁금해 했어요
봉우리 맺은 목련꽃, 커다란 살구나무와 비온 뒤 후두두 떨어진 꽃자리..
밭일 나가는 부모님, 새참을 머리에 이고 가는 엄마, 방실이를 내내 쫓아다니는 멍멍이
커다란 장독대와 우리 이웃 아주머니같은 동네 사람들.. 골목에서 뛰노는 가위 팔방
웃고 장난치고 당황하고 놀랜 그림 속 아이들의 표정과 풍경 그림을 유심히 보게 되네요
정말 봄의 그림 속에서 우리 마을이 우리 이웃들이 보이는거 같습니다
나는 내 어린 시절을 어떤 그림으로 그려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