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얼굴
로디 도일 지음, 프레야 블랙우드 그림, 서애경 옮김 / 토토북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엄마랑 함께 있는 자리에서 종종 "어쩜 딸하고 엄마랑 그리 닮았대?" 하는 말을 듣습니다
"정말요??" 하며 엄마 얼굴을 들여다보면 그닥 닮은거 같지도 않은데 사람들은 눈매며 웃는거며 똑닮았다 하시네요
엄마의 딸이라는 것, 그리고 나의 엄마라는 것
언제고 엄마를 이렇게 바라볼 수 있다면 그래서 엄마의 냄새, 엄마의 목소리, 엄마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눈을 감고 엄마 얼굴을 떠올리려 해도 전혀 생각나지 않아 슬픈 소녀가 있습니다
더블린에 사는 셔본은 엄마가 세 살때 돌아가시고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는데 엄마에 대해 이야기해줄 사람도 없고 엄마의 흔적도 별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사진 한 장이라도 있다면 기억을 쉽게 떠올려 볼 수 있을텐데 집안을 뒤져서 찾은 엄마의 물건이라곤 오래된 엄마의 책과 물방울무늬 스카프, 초록색 구두 한 켤레 뿐입니다
대신 머리를 빗겨주고 과일을 깍아주던 엄마의 손길이나 요리를 하며 나누었던 이야기, 엄마가 불렀던 노래를 기억해 엄마의 목소리를 추억할 수 있지요

세인트 공원에 갔던 날도 셔본은 마로니에 나무 밑에 앉아 엄마를 추억하고 있었어요
그순간 어떤 아주머니 한 명이 셔본에게 말을 걸어 옵니다
셔본의 마음을 모두 알고 있는 아주머니가 낯설지 않아 셔본은 돌아가신 엄마와 엄마의 손에 대한 기억 그리고 그려지지 않는 엄마의 얼굴에 대해 모두 말하는데 이 아주머니는 엄마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방법과 세 식구가 함께 웃고 살았던 때의 기억을 들려주고 사라집니다

셔본은 거울을 바라보며 엄마의 얼굴을 그리게 됩니다. 그리고 행복을 느끼게 되지요
그리고 더 많은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딸을 낳아 엄마의 이름을 딸에게 똑같이 지어줍니다
서른 살 생일, 엄마의 초록색 구두를 신고 아버지의 집으로 간 셔본은 거울을 들여다보다 어린 시절 공원에서 만난 아주머니 얼굴을 보게 되고 그제서야 엄마의 얼굴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까마득히 잊었던 깃털이야기가 생각나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를 추억하는 시간을 갖지요
처음으로 엄마의 이야기를 꺼내는 아버지와 셔본, 두 사람은 행복합니다

엄마의 물방울 무늬 스카프를 항상 두르고 다니는 아이 셔본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참기 힘들만큼 켜져 가지만 아무에게도,, 심지어는 아빠에게조차 자신의 슬픔과 외로움을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듯하고 친절해서 인기도 많고 친구들과도 사이가 좋은 아이이지요
서른 살이 되어서야 자신의 얼굴에서 엄마의 얼굴을 찾고 눈물 짓는 셔본은 그 눈물로써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벗게 됩니다

엄마라는 존재는 참 특별합니다
그 이름만 불러도 어느새 조용히 가슴 안에 들어와 때론 눈물이 되고 때론 행복이 되니까요
지금은 아무때고 엄마의 얼굴이 그려지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 엄마의 얼굴을 잊게 될까요?

슬픈때는 웃고 행복할 때 우는 캔디같은 셔본의 이야기!
이 작품은 1993년 부커상을 수상한 로디 도일의 첫번째 그림책으로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쓴 것이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부모와 자식, 그중에도 엄마와 딸,,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은 공감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하네요
슬픔과 잔잔한 감동이 그려지는 이책은 연필선이 그대로 보이는 밑그림과 부드럽고 따스한 색채들로 채색되어 있어 글의 문체처럼 조용하면서도 차분하게 느껴집니다

나는 우리 딸에게 우리 엄마의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요..     
놀고 있는 딸아이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 봐집니다
아이의 눈동자 속에 제 얼굴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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