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할미 - 개정판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3
정근 지음, 조선경 그림 / 보림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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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 글 / 조선경 그림 / 보림

아주 먼 옛날의 세상은 하늘과 땅이 붙어 있는 데다 해와 달이 없어 어두웠어
잠들어 있던 거인 마고할미가 숨을 내쉴 때 마다 하늘과 땅이 들썩거리고 사람들은 무서워 소리를 질러댔지. 그 소리에 깬 마고할미가 기지개를 켜자 하늘이 높이 올라가고 이때 해와 달이 생겨났단다
오색구름이 피어나 큰비를 내리고 땅에서는 높은 산이 솟아났어
그런데 그 높은 산은 오줌을 누려고 일어난 마고할미의 무릎이었어. 마고할미가 눈 오줌은 강줄기가 되었고 할미가 둑을 쌓아주었지. 그때 떨어진 돌덩이는 섬이 되었어
지친 마고할미는 한라산을 베고 드러누웠다가 뒤통수를 찌르는 뾰족한 산봉우리를 뚝 떼어 던졌는데 한라산 꼭대기는 그래서 움푹 패인거래
마고할미가 다리를 뻗은 곳은 동해와 서해바다였어. 물장구를 치자 이세상은 물바다가 되었고 파도를 피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고할미가 손가락으로 긁은 곳은 골짜기가 되었대
마고할미의 한숨에 북쪽에 있던 산과 언덕이 모두 날아갔는데 그곳이 바로 만주벌판이야
배고픈 할미가 흙이고 나무고 가리지 않고 모두 집어 먹고는 탈이 났어
마고할미가 토한 것이 백두산이 되었고 뒤로 쏟아 낸것은 태백산백이 된거야
우리의 산과 들, 우리 강과 바다는 모두 이 거인 할머니가 만드신거란다

얼마 전에 읽은 [백두산 이야기]책에서도 이 세상이 처음에는 하늘과 땅이 맞닿아 어둠만이 가득했다고.. 사람들이 여러 마을을 만들어 만주벌판에 조선을 만들고 백두거인이 잠들어 백두산이 생겨난 거라고 나와 있어요
[백두산 이야기]에서도 그렇고 대개 탄생 설화를 보면 남자들이 이 세상을 만들었다 하는데 신기하게도 [마고할미]에서는 여성, 그리고 할머니인 거인 마고할미가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면서부터 이 땅을 만들었다고 해요 
오줌을 눈 것이 강물이 되고 한숨을 쉬어도 산과 강이 날아가고 치마폭에 산을 주워 담을 수 있는 할머니.. 이 거인 할머니가 얼마나 거인인지 보여주기 위해 표지그림에서는 할머니가 달을 엄지와 검지로 들고 있고 책에서도 낱장이 아니라 여러장을 겹쳐 거인 할머니의 키를 보여줍니다

요즘 솔거나라 책읽기를 즐기는 규현이
[백두산 이야기]를 읽은 후라, 연계도서로 [마고할미]를 슬쩍 권해 보았어요
아이들은 말을 타고 날아다니는 그림 속 아이와 오줌을 싸는 할머니 이야기를 제일 재밌어 하더군요
그리고 어제는 이 마고할미의 이야기를 극으로 엮은 <할망> 공연을 보고 왔어요



보통의 공연과 다르게 <할망>은 눈으로 공연을 보면서 아이들이 직접 무대 위에서 배우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체험연극이에요 
공연이 시작되기 전 아이들과 엄마까지 모두 무대 위로 올라가 천 바깥쪽에 그려진 선에 모두 앉았어요. 무대 위에는 기다란 천이 X자 모양으로 깔려 있고 그 위에 다석 개의 북이 놓여 있는데.. 극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옷에 있는 무늬색으로 꾸며져 있었어요

이 세상을 누가 만들었는지.. 제주도와 우리나라를 누가 만들었는지 들려준다는 목소리와 함께
징이 울리고 신나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배우인 아이들이 자기 소개를 하고.. 마고할미의 이야기는 시작되었어요

손으로 이마 위에 주름을 그리듯 하고 약속할 때처럼 깨끼손가락을 펴면 수화로 '할머니'라는 군요
이 연극에서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중간중간 수화를 섞어 공연을 합니다
그리고 쉬운 것은 아이들이 따라해볼 수 있게 알려주시기도 하고요

아주 커다랗고 동그란 얼굴과 큰 천을 이용해 어떤 모양인지 아이들이 맞추기를 합니다
애벌레, 뱀, 코끼리.. 아이들이 맞출 때마다 함께 박수를 치고 함께 어울리면서 아이들도 흥이 나서는 재밌게 공연에 참여하더라구요

멋진 할망이 나와 소리로써 이 세상을 만듭니다
아이들이 직접 나무딱딱이와 대나무통, 피리, 빨래판으로 소리를 내어 연주하고 그 소리가 어떤 소리를 닮았는지 큰 소리로 이야기 나눴어요
나무딱딱이는 말발굽소리, 대나무통은 빗소리, 피리는 새소리, 빨래판은 개구리소리..
악기를 연주한 후 모두 한 소리를 연상하고.. 그 후로 아이들이 공연에 함께 한다는 것이 더 느껴지더라구요
무대가 어울림의 마당이 되었으니까요  

예쁜 할망이 나와 해님 달님을 만들고 할망이 오줌을 누워 강과 바다가 생겨났어요
머리 위를 가로지르는 푸른 물결의 천을 따라 아이들의 어깨와 엉덩이가 들썩이고 강에 사는 물고기는 함께 물에 띄워보기도 했어요

아름다운 세상, 모든것이 갖춰진 세상이 만들어졌는가 했는데.. 친구들의 다툼으로 푸른 강물이 검붉은 색으로 바뀌더니 할망은 다시 일어나지 못한 채 쓰러지고 말았어요
그리고 모든것이 죽거나 사라지고 해와 달은 어두운 악으로 덮여 암흑이 되었습니다
할망이 처음 세상을 만들 때처럼 다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이 배우들과 함께 열심히 소리를 만들었어요
자연악기들을 연주해 소리를 만들고 산을 만들고 강을 만들고.. 모든 아이들이 일어나 처음 할망이 만들었던 세상을 만들고나서 자기 자리로 돌아오는데 아이들 모두 표정이 으쓱해 합니다
마치 극에 나오는 할망의 똥그랗고 미소띤 얼굴처럼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엄마들도 배우의 손짓 몸짓에 몰입해 함께 흥겨우면 어깨를 들썩이고 손뼉을 치고 연주를 하고 우리 악기 소리를 들으며.. 오랫만에 즐기며 본 공연이었어요
그리고 극장 내부, 객석에서 보이는 극중의 물고기나 말의 모습, 공연에 준비된 다른 소품들이 대부분 천이나 우리것의 모양들이라 정겹고 따스하게 잘 만들어져서 눈도 즐겁습니다
  
눈앞에서 생동감 있는 공연을 함께 만들어주신 다섯 분의 배우분들이세요
아이들에게 자리 안내며 관람예절 일러주시고... 여태 보았던 공연 중 최고의 친절함을 보았어요
집에 오는 길에는 마고할미가 거인이었다고 누워 있을 때 팔을 머리 위로 뻗었더라고.. 별걸 다 기억해 말합니다
유주는 거인 할머니가 할망인데 할머니가 오줌을 싸서 바다가 생겼다고 한 마디 더 거들고요^^




** 공연 안내 **

공연기간 : 2009. 9. 8 (화) ~ 9. 27 (일) 
공연장소 : 대학로 원더스페이스 세모극장
공연시간 : 화~금 11시, 3시 / 토, 일 1시, 3시 / 월요일 쉼
공연요금 : 어린이 20,000원  성인 10,000원 
                만 4세(48개월이상) 입장 가능
홈페이지   www.sadari.org
교통안내  지하철 4호선 혜화역 1번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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