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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돌이 ㅣ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
이종철 지음, 이춘길 그림 / 보림 / 1999년 5월
평점 :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고, 때론 함부로 낭비해가며 쓰는 종이..
종이의 소중함과 그 가치에 대해 아이들에게 일러줄 수 있는 아주 좋은 책을 만났다
우리 민족의 의식주, 신화와 신앙, 의례와 풍속, 예술과 놀이 등 전통 문화를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난 이야기로 풀어 쓴 솔거나라 시리즈 중 첫 책, [한지돌이]가 그 주인공이다
사실 얼마 전 [한지돌이]를 구입해서 아이들과 읽어보았는데 이번에 (2009년 8월 10일) 글, 그림이 살짝 바뀌어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집에 있던 책이라 아이들이 책을 펼쳐 놓고 같은 그림이 있는지부터 찾았다
우선 아이들이 보기 편하게 꼼꼼하면서도 선이 산뜻하고 지루하지 않게 즐거운 그림이 많다
그리고 한지돌이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한지의 우수성을 전달하는 글 구성으로 좀 더 다정하고 알차졌다는 느낌이었다
글과 그림작가님은 그대로지만.. 한지돌이 책 속의 주인공 한지돌이가 새단장을 했고 오래 전 사람들의 기록방법과 종이를 발명하기까지의 과정을 더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돌돌 말린 종이 모습을 한 한지돌이가 친구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문방사우를 소개한다
그리고 멋 옛날 사람들이 왜 기록을 남기고 싶어 했는지, 바위와 동굴, 땅바닥, 나무토막, 옷감등 기록을 남겼던 재료와 그 쓰임새를 보여주며 종이를 발명하게 된 이유와 과정을 들려준다
닥나무를 베어 삶고 나무껍질을 벗겨내고, 속껍질을 삶아 잿물을 부어 다시 삶고 씻는 등의 한지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그림에서도 문방사우 친구들이 서로 분업해 한지 만드는 과정을 순서대로 보여 준다
색이 들어간 한지를 만드는 방법, 그리고 자신의 쓰임새에 대해서도 여러가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글씨를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기본적인 것 외에도 집단장을 위해 쓰는 창호지, 겹겹이 붙여 만든 옷장, 안경집, 벼룻집, 갓집, 반짇고리함을 만들 때에도 쓰인다 한다
종이로 만든 것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져, 요강에서 부터 아이들이 갖고 노는 제기, 연까지 아주 다양하고 다채롭기까지 하다
실제로 작년 전주에서 개최되었던 '한지문화축제'에서 보았던 것이 생각났다
여러 산업체에서 내놓은 생산품들이 많았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건 학생들이 만든 하얀 한지의 조명과 닥종이 인형이었다
단순히 하얀 종이가 아니라 그것이 주는 따뜻함과 깨끗한 이미지를 담백하게 다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곳에서 아이가 종이로 만든 반닫이 문도 열어보고 보라색 경대와 종이항아리를 보고 무척 신기해 했는데.. 그때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니 기억을 더듬어 확인하듯 보았던 것을 이야기했다
책의 마지막 <엄마랑 아빠랑> 편에서는 우리 종이, 한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실려있다
1. 옛날 사람들은 생각을 어떻게 표현하고 기록했을까? / 2. 종이는 언제부터 사용했을까?
3. 우리나라 한지가 발달하게 된 벼경은 무엇일까? / 4. 한지는 어떻게 만들까?
5. 천 년을 이어 온 우리종이, 한지 / 6. 한지 만져보기
문자가 없던 선사시대 사람들의 기록물, 문자의 사용, 한지가 발달하게된 배경, 종이를 사용한 시대까지 세세히 설명해준다. 그리고 벽화 속에 그려진 그림과 한지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사진도 흥미로웠다
천년의 역사를 살아온 종이..
책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질감을 느끼며 만져보고 관찰해 볼 수 있도록 부드러운 한지를 넉 장 붙여 놓았는데 아이들이 '부드럽다', '매끈하다', '예쁘다' 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이전 책에서는 그린톤의 차분한 색깔의 한지였는데, 이번에는 흰색, 노랑, 파랑, 빨강의 원색이어서 큰아이는 태극기가 생각난다고 한다
종이는 기록의 매체로 발명되어 옛 사람들이 그에 그치지 않고 다앙하게 활용해 써온 것처럼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도 새 문화와 문명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아이들이 종이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낙서를 하기도 하며 지냈다
평소 우리가 쓰는 종이는 한지가 아니라 양지이지만 한지와 양지 모두 함부로 쓰는 종이가 아니라 우리에게 너무 소중하고 감사한 것임을 알아 좀 더 아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지금 당장은 이해하기 어렵더라도 차차 오래 전에 만들어진 우리의 전통문화가 현재에도 고스란히 쓰여지는 우수하고 독창적인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