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팅게일
크리스틴 해나 지음, 공경희 옮김 / 알파미디어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존과 자유, 그리고 사랑을 위해 용기 있는 선택을 

한 두 자매 이야기


이 기나긴 생을 살면서 배운 게 있다면 사랑에 빠지면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알게 되고, 전쟁에

휘말리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모든 사람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한다. 그들은 어떤 문제에 대해 말을 하면 해결되리라

생각한다. 나는 말수가 적은 세대 사람이다. 우리는 망각의

가치를, 고쳐 말하기의 유혹을 안다.

하지만 최근 나도 모르게 그 전쟁과 내 과거를, 내가 

잃어버린 사람들을 떠올린다. 잃어버린 사람들.


신분증을 트렁크에 넣고 뚜껑을 닫아서 다시 감추고 싶은

게 내 본능이다. 평생 그렇게 해왔다.

이제 나는 죽어가고 있다. 금방은 아니겠지만 한참 후에도

아닐 터여서 나는 삶을 되돌아봐야 된다고 느낀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예전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비안느는 아버지에게 사랑을 받으려 노력했고, 더 중요한

것은 아버지를 계속 사랑하려고 애써지만 결국 모두 

불가능했다.


그녀는 '이 순간을 기억해.'라고 속으로 중얼댔다. 햇빛이

내려앉은 그의 부스스한 머리, 사랑을 머금은 갈색 눈,

바로 한 시간 전 어둠속에서 그녀에게 키스한 갈라진 입술.


독일 비행기들이 파리 상공을 날았다. 휘파람 소리가 점점

커져서 여자의 비명 같아지더니 어디선가-아마 2구 쪽이라고

이사벨은 생각했다- 폭탄이 터지면서 무시무시한 밝은 빛을

내고 뭔가에 불길이 붙었다.


아수라장, 먼지, 인파, 거리는 인간들로 이루어진 살아서

숨 쉬는 용 같았다. 먼지를 일으키며 꼼지락꼼지락 앞으로

나아갔고 자동차 경적이 울어댔다. 사람들은 도와달라고

소리치고 아기들은 울고, 대기 중에 땀 냄새가 질펀했다.


"카리보에 가서 당신 언니를 만나고, 프아티에 가서 내

어머니를 만난 다음 같이 전쟁에 참가하러 나갑시다."

가에탕의 말은 모험에 나서는 것처럼, 서커스단에 들어가기

위해 도망가자는 말처럼 들렸다. 가는 길에 남자들이 칼을

삼키고 수염이 난 뚱보 여자들을 보게 되기라도 할 듯이.

이것은 이사벨이 보게 되기라도 할 듯이.


자매 사이에 어떤 눈빛이 오갔다. 버려진 것은 두 사람이

공유힌 몇 안 되는 기억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비안느는

그 일을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백만 프랑스인이 죽은 참호들이 피로 붉게 물들었지.

그리고 독일의 잔악 행위. 그 부분을 잊으면 안 돼.

그들은 '잔인'했어, 이사벨.


앞으로 어떤 범죄나 내통 행위를 하다 체포된 프랑스인은

인질로 간주한다. 프랑스에서 독일에 적대 행위를 한

인질들은 총살한다.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그렇게 저항이 시작된다.

그런 다음 그 질문을 다른 사람에게 던지라.


두려움에 약간 몸이 떨렸고 그 감정에 빠져들 지경이었다.

그러다가 에펠탑에서 나부끼는 나치 깃발들과 적과 사는

비안느, 전쟁 수용소에 포로로 잡힌 앙투안을 떠올렸다.

그리고 에디스 카벨, 분명히 그녀도 때때로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이사벨은 두려움이 앞을 막게 놔두지

않을 작정이었다.


처음 그의 입술이 닿자마자 모든 게 변했다. 욕망의 떨림이

몸속을 파고들면서 숨을 멎게 했다. 이사벨은 그의 품에서

뭔가를 잃어버리고 찾은 것 같았다. 갈라지고 다시 만들어진

느낌이었다. '사랑한다'는 말이 몸속에서 타오르며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내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그녀는 사랑한다는 

말을 딱 한 번만 '듣고' 싶었다.


나치가 전쟁에서 패하기 시작하자 상황이··· 나빠졌어.

난 하도 심하게 맞아서 왼팔을 못 쓰게 됐어. 그러다가

죽도록 고문을 당하느니 차라리 도망치다가 총에 맞겠다고

작정했지. 일단 죽을 각오를 하면 계획을 세우기는 쉽지.


인생이 얼마나 약한지, 그들이 얼마나 연약하지.

사랑.

그것은 모든 것의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바닥이자 천장이며

그 사이의 공기였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alpha_media_books

@chae_seongmo


#나이팅게일

#크리스틴해나 #알파미디어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생존 #자유 #사랑 #전쟁 #자매

#망각 #기억 #잔인 #포로 #인생

#책 #도서 #독서 #철부지아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