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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시간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7월
평점 :
여자와 남자에 대한 세 편의 이야기
"여기서 나랑 같이 살면서 가정을 꾸리는 거. 여기서 살면
아파트 월세를 안 내도 되니까 나쁠 거 없잖아. 당신은
여길 좋아하고, 우리 둘 다 앞으로 젊어질 것도 아니니까."
사빈이 그를 바라보았다. 한쪽 눈은 카헐의 눈을 똑바로
보았고 한쪽 눈은 시선이 약간 비껴나 옆을 보고 있었다.
"우리가 아이를 못 가질 이유도 없지." 그가 말했다.
"당신이 원하면 말이야."
"내가 돈을 찍어내는 줄 알아?" 카헐이 말했다. 그 순간,
가장 행복한 날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기뻐야만 하는 날에
아버지의 말버릇이 그의 인생에 기다란 그림자를 드리웠다.
사빈이 그를 빤히 보다가 돌아서서 가려고 했지만 카헐이
한발 물러나 사과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빈이 마음을 누그려뜨리고 그를 서서히
용서하는 듯했고, 두 사람이 같이 보내는 시간은 다시
달콤해졌다. 첫 말다툼이라는 장애물을 넘었기에 평소보다
더 달콤했을지도 몰랐다.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서 이상한 소리가, 웃기다고 할 만한
소리가 들렸다. 사랑에 빠진 여자는 저녁을 태우고 사랑이
식은 여자는 덜 익은 요리를 내놓는다는 말이 있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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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단이었지만 끝까지 읽으니 눈이 자꾸 감겨서 기분
좋게 불을 껐다. 내일은 온전히 그녀의 것이 되리라.
일하고 책을 읽고 도로 끝 해안까지 걸어가 볼 것이다.
그녀는 조리대에 기대어 서서 팔짱을 꼈고 더 이상 대화하려
애쓰지 않았다. 그녀는 거의 고통스러워질 때까지 그렇게
서 있었고, 드디어 그가 일어섰다.
이미 그녀는 장소와 시간을 절개하여 기후를, 그리고 갈망을
집어넣었다. 여기에는 흙과 불과 물이 있었다. 남자와 여자와
인간의 외로움, 실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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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던 여자는 집을 떠날 때마다
다른 남자와 자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다음 주말에
그 답을 알아내기로 결심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에요." 그가 말했다.
"정말 아니야. 알겠지만 난 당신을 사랑해요. 이해해줘요."
그녀는 남극을, 눈과 얼음과 죽은 탐험가들의 시체를 생각했다.
그런 다음 지옥을, 그리고 영원을 생각했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dasanbooks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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