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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할 권리 ㅣ 책고래숲 8
최준영 지음 / 책고래 / 2023년 9월
평점 :
최준영의 낮은 곳의 인문학
모든 인간은 공포와 궁핍으로부터 해방 될 권리가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꿈과 사랑의 결핍으로부터 해방될 권리가 있습니다.
넘어진 자는 반드시 바닥을 짚고 일어나야 합니다.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의 학문적 의미는 모릅니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인문학이란
술 취해 거리에 쓰러져 있던 나를 일으켜 세워 주고, 밥도 주고
지식도 주고, 무엇보다 생각이라는 걸 하게 해 준 게 인문학입니다.
사람이다. 거리의 삶을 산다고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이어서 사람이 죽으면 슬퍼하고 울고 괴로워하고 힘들어한다.
그 슬픔을 견디지 못해 어쩌면 미리 겪은 자신의 죽음으로
생각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돈, 삶의 마지막 비상금을 기꺼이
동료 노숙인의 노잣돈으로 내어놓는다. 사람이 사람인 이유다.
어린아이들은 저마다 자기 돈으로 산 개라며 애정을 쏟아부었다.
바로 그 개 덕분에 첫 문집이 나오게 되었다. 첫 문집에 초등학생이
쓴 시 한 편이 실렸다. 제목은 [오만원]이었다.
나는 집에 가기가 싫다
엄마가 없어서다
집까지 태워다 주는 보육원 봉고차도 싫다
그 차만 보면 친구들이 나늘 놀린다
이제 집에 오는 게 즐거워졌다
오만원이 생겼기 때문이다
오만원 주고 샀으니까 오만원이다
정작 우리를 슬프게 하는 건 죽음을 다짐한 순간, 그 절박한
상황 속에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존재론적 상실감, 삶의
허무와 고통을 생각하는 대신 월세와 공과금을 떠올리고 있는
그들의 착하고 순한 마음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이란
늘 그런 식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항상 그런 자의식이
도사리고 있다.
사람으로서의 염치마저 내려놓으면 그건 사람도 아니라는
자학적 도덕률을 품고 있다. 가난을 내면화하고 오로지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도록 강요한 사회 분위기와 그것을 정당화해
주는 개발주의 국가 이데올로기가 만들어 낸 쓸쓸한 풍경이다.
복지는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권리를 지켜 주는 일이다.
세상에는 욕망할 권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살아가야 할 권리가 있다. 가난할 권리다.
저리 웃고 있어도 다 사연이 있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화장을 짙게 하는 건 얼굴의 흉터를 가리기 위해서라는 걸
이해하기 시작했고, 옷이 화려한 건 되레 가난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회복탄력성이란 원래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힘을 일컫는 말로
'회복력' 혹은 높이 되튀어 오르는 '탄력성'을 뜻한다.
심리학에서는 주로 "시련이나 고난을 이겨 내는 긍정적인 힘"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살다 보면 누구나 고난을 겪고, 난관에 부닥치게 마련이다.
산다는 건 어쩌면 수많은 도전과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일지
모르겠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인생의 모든 역경을 이겨 낼
잠재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게 바로 회복탄력성이며, 그것은
인간관계를 통해 축적된 힘이다.
공유되지 않은 경험은 경험이라 할 수 없다.
"체험은 개별적이고 특이해 설명이 불가능한 반면, 경험은
오직 관계를 맺을 때 일어난다. 경험은 이야기로 만들어 누군가를
깨닫게 할 수 있다. <엄기호>"
소중한 일을 하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길에서, 골목에서, 마을 어귀에서 흔히 만나는 사람들이다.
이웃을 소외시키지 않는 그들이 바로 영웅들이다.
누군가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건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시간과 비용을 쓰는 일이며, 상대에 대한 관심과 이해, 애정이
필요한 일이다.
거리의 인문학이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소통이다.
사람과 사람의 소통, 개인과 집단의 소통, 시민과 사회의
소통, 나아가 피상의 나와 내면의 나와의 소통. 거리의 인문학에서
소통의 방법으로 채택한 것이 독서와 글쓰기였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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