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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니 사이코 픽션
박혜진 엮음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4월
평점 :
"너희는 병든 내가 웃기니?"
베스트셀러 편집자이자 문학평론가 박혜진이 찾아낸
뒤틀릴수록 더 치열하게 매혹적인 피폐소설 7편
그는 여자친구를 사랑하지 않았으나, 선물로 받은 전화기를
선물해준 사람의 허락도 얻지 않고 바꾸면 안 된다는 것은
알 정도로 충분히 예의바른 사람이었다. 가끔 그는 자신이
25년 동안 익혀온 예의들이 조금씩은 짜증 난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그들은 모두 '사람들에게 예의 바르고 친절하면서도 적당히
거리를 둘 줄 아는 그가 멋있다'면서 다가왔다가 도저히 그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다며 혼자 괴로워하고, 나중에는 그에게
다가왔던 것과 똑같은 이유로 그와 헤어졌다. 이른바 연애라는 것을
시작할 때 장점이 되는 것이 왜 나중에 단점으로 변해야 하는지,
연애가 끝날때마는 그는 궁금해했다. 그러나 애인들 중에서 그 질문에
대답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말 멋진 말이야. 나도 성준 씨를 태워버리고 싶어."
그는 진저리를 쳤다. 더구나 이 여자는 자기를, 자기가 바라는 물같이
고요하고 안정된 삶을 거부하고, 모두 태워버리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불꽃을 믿지 않았다.
인간 이상의 열, 별들을 생성시키고 파멸시키는 거대한 열로 변해버린
그녀 앞에 서서, 그는 난생처름 자신의 내부에 정열이 있었으면 하고
기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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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어릴 때부터 고기를 좋아했다. 비쩍 마른 그녀의 얼굴이
젓가락을 들이미는 모습은 어딘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짐승을
연상시킨다.
이제까지 내가 써온 것은 모두 헛것이다. 나는 유령을 상대로하고
있다.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 고기만 먹다가 단번에 고기는 죽어도
못 먹을 것 같아서, 그 비슷한 냄새만 맡아도 질식하고 토할 것
같아서..
천사 같던 사람이 악마처럼 변하는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스치는 바람에도 돌변할 수 있는 약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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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도 나비를 먹을 수 있습니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두려움을 없애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여러분들만 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려움을 연소시키기 위해서는 두려움만 한
희망을 만들어야 합니다.
초병의 사체를 본 소장은 휴가를 떠나기 전에 초병이 말한 나비를
먹는 여자를 떠올렸고, 이 나비라는 것과 초병의 터질 듯한 배의
상관관계를 생각해보았다. 찌는 듯한 여름 날씨였다. 개천에
죽은 개구리도 터질 듯 배가 부풀어 오르는 날씨였다.
자살하는 놈이 자기가 자기 손으로 목을 조르는 것 봤습니까?
남자는 일견 망상장애 환자 같다. 망상장애란 현실 세계의
현상, 사건과는 동떨어진 망상을 진실이라 믿고 집착하는 정신증의
하나다. 누구나 어느 정도는 망상을 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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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몸에서 그동안 나를 미치도록 유혹하던 신비스러운 바다
냄새가 사라지고, 코를 찌를듯 역한 냄새가 뿜어져 나왔다.
뭔가, 아뜩한 기분이 들어 나는 여자를 바로 보았다.
날 믿어주게. 이건 정말 내가 그런 게 아냐. 마녀가 내 몸속에
들어와서 나를 조정한 거라고.
자네도 잘 알지? 서큐버스 ···, 난 영혼을 빼앗겼어. 그 색녀가
나를 파멸시키기 위해 이런 일을 벌인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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