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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에서 보낸 3만 시간 - 국가대표 무릎 주치의 김진구 교수의 메디컬 에세이
김진구 지음 / 꿈의지도 / 2025년 3월
평점 :
국가대표 무릎 주치의 김진구 교수의 메디컬 에세이
내 자신이 고작 돌팔이에 불과하다는 자각은 불손함을
내려놓고 인간적으로 환자에게 다가가도록 만들었고,
어떻게든 환자 앞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열정에 불씨를
당겼다. 전문가로 성장하는 길에 겸허함과 성실함도
보태주었으니, '돌팔이'라는 말에 빚진 게 많다.
전문가, 명의, 최고의 ···, 어느 순간 주변에서 이런 수식어를
관용어처럼 붙인다. 여러번 들어도 익숙하지 않다.
생명을 다루는 일은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견뎌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돈과 명예라는 화려한 왕관보다 앞서는 것은
언제나 사람. 의사는 어떤 경우에도 환자의 곁에 남아 있어야
한다.
외래진료 시간은 언제나 아수라장이다. 하루 70~100명이
넘는 환자를 만나야 하니 어쩔 수 없다. 하루 종일 외래 환자를
보는 날은 가장 힘들고 죄송한 날이다. 통상적으로 정형외과
같은 수술과는 내과에 비해 외래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통증 해결을 위한 약처방 정도에 그치지 않고 주사치료, 수술
상담, 운동 교육 등까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예민해지고 날카롭기 때문에 오해와
편집증상을 보이는 환자도 많다. 그러니 의사인 내가 환자와
똑같이 분노와 환자도 많다. 그러니 의사인 내가 환자와 똑같이
분노와 분풀이로 응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의료인은 그저
대부분의 상황 앞에서 반성과 자책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밖에
없다.
욕쟁이 할머니의 무릎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쳤다.
입심만큼이나 화통한 할머니는 수술 후 일 년쯤 지난
어느날 나에게 돈봉투를 내밀었다.
"어이! 돌팔이 교수. 촌지가 뭔지나 알어? 돌팔이라 돈을
받어 봤어야 알지. 이 할머니가 주는 돈은 김 교수 쓰라고
주는 거 아니야. 잘 보관 했다가 나처럼 아픈 할머니가
돈 없다 하면 이 돈으로 수술해 줘."
수술은 경험 학문의 정점에 있는 응용분야이지만 정성과
집중이 가장 중요한 성공의 요소라는 것.
"이렇게 찌르면 아파요? 많이 안 아프죠? 아파도 조금
참읍시다" 나는 구획중후군의 감압 수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책 한 권 들고 수술실로 가면서
소리쳤다. "국소 마취로 진행합니다!"
서둘러 환자를 수술실로 옮기고 수술을 시작했다.
다리에 칼을 대자마자 녹아내린 근육이 쏟아져 나왔고,
이미 고름으로 변하여 악취도 나기 시작했다.
돌팔이 시절, 그 환자분 앞에서 다짐했던 그 말.
'제 실력이 모자랄 수는 있지만 노력과 정성이 부족하여
우를 범하지는 않겠습니다.'
사실 수술할 때 '이렇게 저렇게 하지 말라'고 떠드는 모든
것들은 지난 이십오 년간 다 내가 했던 실수들이다.
수많은 실수를 했지만 이를 기록하고 기억한다는 것,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난이도가 있어 보이는 술기는 사체해부실이든 모의
뼈 수술이 아닌 곳에서 수없이 반복하여 연마한다는 것,
결국 좋은 수술은 모든 실패를 기억하는 것과 같다.
아, 그랬다. 그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싶어 했다.
그의 주치의인 나는 그의 진정한 고통을 꿰뚫어 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를 걷게 하겠다는 내 아집은
환자의 뜻과 상관없는 나만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과학과 의술이 발전해도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없는 게 혈액과 장기다. 절박하게 아파본 사람은 헌혈과
장기기증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알 것이다. 진부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으나 그야말로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일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심장이 쪼그라붙고 입이 타들어갈 정도로 긴장하면서
수술하다가는 일 년도 못 버틴다. 힘 조절이 필요한 것.
힘조절에 가장 효과적인 게 바로 음악이다.
평창 올림픽을 끝으로 그녀는 선수 생활을 마쳤다.
그리고 다시 MRI를 찍었다. 이상화 선수의 무릎 MRI는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나에게는 큰 공부이며 기적이다.
인간의 의지와 열정이 어떻게 고통을 이겨낼 수 있도록
만드는지를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진이다.
전문가로 첫발을 내디딜 후배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전한다.
첫째, 앞으로 아주 외로워질 것이다. 수술에 대한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둘째, 실패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숨기지 마라.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거나 숨기려 할 때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마라.
셋째, 지금까지 배워온 것은 스승의 세계다.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넷째, 좋은 의사가 되고 싶은가? 그러면 동정과 공감을 구분해라.
우리가 갖추어야 하는 것은 공감. 환자의 고통에 동참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과 겸손이다.
다섯째, '진실한가?' 늘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것. 명의가
되는 왕도는 없다.
환자 옆에서 의사의 발걸음은 무거워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아픈 환자를 두고 의사인 내가 먼저 병원을
떠날 수는 없다. 피할 수 없는 의사의 숙명이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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