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마운틴 미래주니어노블 17
로런 월크 지음, 이보미 옮김 / 밝은미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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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찰나의 순간이다. 한줄기 빗물과도 같다.


그날은 우리 모두에게 힘든 밤이었다. 특히 막내로

태어난 강아지에게 가장 혹독한 시간이었다. 바로 내 손에

담긴 강아지 말이다. 이때만 해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하늘과 나무가 파란빛,

초록빛으로 물들인 수면을 발견한 순간,  가슴속에서 작은

불꽃이 일렁였다. 잔잔하고, 단순했다. 불꽃은 엄마보다

큰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었다.


일렁이는 불꽃과 목소리에 홀린 듯, 양동이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강아지를 차디찬 물속 깊이 담갔다.

잠시 뒤 손끝에서 바동거리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엘리! 무슨 짓이야?"

"살아 있어요. 죽은 게 아니었어요."

내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질문은 대답을 낳기 마련이다. 질문은 나를 스타피크

산봉우리로 이끌었고, 나이프를 노래하게 만드는 소년과

케이트라고 불리는 마귀할멈에게 데려갔다. 그리고 이때

겪은 낯선 경험을 통해 '다른 것'들도 알게 됐다.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었다. 그런데 이 모든 건 불꽃과 관련이

있었다.


우리 가족의 삶이 재앙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당시, 난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는 너무 많은 사람이 돈내기를 했고,

돈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고 설명했다.

그 두려움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돈을 잃고 가난해졌으며,

덩달아 우리까지 휘말렸다는 것이다.


우리 가족은 도시를 떠날 때 카프리콘도 데려갔다.

개는 고사하고 우리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상황인데 말이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무엇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특히 엄마와 에스더 언니는 매일 두려움과 탈진감에 

시달리며 과거의 삶을 무척 그리워했다.

그러나 아빠와 나는 숲을 사랑했다. 우리 둘은 처음부터

이 미지의 삶에 만족했다.


나의 경우, 두 가지 상반된 이유로 갈등했다.

첫째, 난 타고난 산골 소녀다. 사냥, 낚시, 농사, 무엇 하나

빠짐없이 잘했다. 둘째, 난 자연을 사랑한다. 물고기를

죽여야 할때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온몸이 바르르 떨렸다.

토끼를 잡을 때면, 덫에 걸린 고통이 내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아빠의 사고 직후 선물이 하나 더 발견됐다. 이번에는 나를

닮은 조각이었다. 나무 조각은 우리 아빠를 죽음의 문턱까지

끌고 갔던 나무 그루터기에 놓여 있었다.

그날 벌어진 끔찍한 사건을 목격한 사람이 있는 걸까?

그날의 진실을 아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단 말인가?


방 안쪽에 아빠가 누워 있었다. 자는 건 아닌데, 수면보다

깊은 상태에 빠져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벌써 몇 달째다.

정수리에는 끔찍한 분홍색 상처가 있다. 도끼를 휘드르다가

나무가 아빠 머리 위로 쓰러져서 생긴 상처다.


난 아빠가 호흡하는 모습을 쳐다봤다. 그리고

아빠의 얼굴과 가슴에 다짜고짜 찬물을 들이붓고,

콰이어트처럼 다시 소생하길 기다렸다.


아빠를 깨운답시고 아프게 하는 것도 속상했다.

하지만 내 길을 밝혀 주는 불꽃이 진실이자 용기라고

생각했다. 이게 바로 아빠가 바라는 내 모습이다.

이게 바로 내게 필요한 내 모습이다.

그러므로 난 그 길을 갈 것이다.


지금 에스더 언니에게는 납득할 만한 이유와 설명이

필요했다. 더블어 원망할 대상도 필요했다.

엄마도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산과 아빠가 가르쳐 준 중요한 교훈이 있다.

힘든 일을 제대로 해내면 더욱 강해지고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침묵을 선택했다.


"너한테 줄 생선이 있어. 너랑 마········."

난 예의 없이 '마귀할멈'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았다.

"네가 길을 안내해 줄래? 그럼 내가 널 따라갈게. 

자 출발하렴."

그러자 개가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난 희미한 빛 속으로 몸을 기울였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허벅지 살점을 뜯어 먹고 있는 구더기 떼였다.

난 숨을 헉 들이키며 손에 쥔 이불을 툭 떨어뜨렸다.


난 엄마한테 사실대로 말하고 싶었다. 난 엄마나 에스더

언니처럼 산을 길이려는 도시녀가 아니라고, 난 할 일이

있다고, 꿀을 구해서 마귀할멈을 살려야 한다고, 아빠를

구해야 한다고, 그 밖에도 할 일이 너무나도 많다고 말이다.


우리 가족을 다시 하나로 온전히 뭉치게 만들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다른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내가 찾고자 하는 '다른 것'이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balgeunmirae1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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