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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라이브러리
케이시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4년 12월
평점 :
그 서점을 지켜야 엄마를 찾을 수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오두막집을 짓고 살던 윌든 호숫가,
'더 라이브러리'는 마치 높이 솟은 빌딩 숲 가운데 흐르는
낭만처럼 느껴졌다. 높은 층고에 통유리로 따스한 햇볕이
들이치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다. 이곳에서라면 하루
종일 잠복하며 엄마를 기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모든 감각과 정황은 아빠가 분명 이곳에서 사라진 엄마를
만났다고 말하고 있었다. 엄나는 어디로 간 걸까?
"넌 내 실수다. 실수, 처음부터 잘못 끼운 단추."
술에 취한 날에는 아빠는 늘 말 폭탄을 퍼부었다.
엄마와 나를 향한 막말은 도무지 그치지 않았다.
취하지 않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운명에 적응한 노예가 되긴 싫었다. 아빠라는 이름으로
주인 행세하는 사람에게서 벗어나야 했다. 아빠 옆에서
이렇게 살다 죽는 건 도축과 다름 없었다. 그렇다면 전사를
선택하리라. 그런데 삶이 내게 장난이라도 치려는 걸까.
갑자기 아빠가 죽어버렸다.
왜 나만 이리도 힘든 걸까, 삶이 길이라면 내 길은 경사면에
가까웠다. 아무리 숨겨보아도 절망은 냄새를 풍기곤 했다.
계절이 여러 번 바뀌어도 체감되지 않았다. 사는 게
회전목마를 타는 것처럼 권태로웠다. 바깥의 소란과 구분 된
채 나는 그대로다. 움직인다는 착각에 빠져 원 안을 맴돌기만
할 뿐 결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저 시간을 낭비하는
것만 같다.
이제 겨우 읽기 시작했는데 해낸 거라니, 난 이말을 수백 번
곱씹었다. 끝마쳐야지만 해낸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작이 곧
해넌 거라는 건 새로운 관점이었다.
슬픔에는 부력이 없어서 가라앉기만 해. 반면, 좋아하는
마음은 공기층을 만들고 붕 뜨게 만들지. 넌 뭘 좋아해?
나도 모르게 책이라고 답해버렸다. 마음에 맞는 문장을
찾을 때면 맞는 처방전을 받은 기분이었다.
독서는 정성스러운 요리를 먹는 것과 닯았다.
고심 끝에 선별한 단어를 길게 뽑아 문장으로 만든다.
이것을 엮어 문단을 만들고 주인장만의 특별 요리법으로
여백을 두는데 깊은 맛의 결정력은 이 호흡 조절에서 나왔다.
질문이 잘못됐어. 누가 저렇게 만들었나가 맞아.
원수는 직장에서 만난다고 하잖아. 아무리 실수했다 쳐도
직장 내 괴롭힘의 상당수는 재미야. 심심풀이 사냥감, 장난감이
돼버리는 거지. 사람이 잔인한 게 재미를 얻기 위해 끔찍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거야.
개인적인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한 건 난생 처음이었는데,
속이 뻥 뚫린 기분이 들었다. 완전히 이해받는 느낌이었다.
원장님은 누구에게나 복잡한 가정사가 있다면 엄마를 못
찾더라도 상심하지 말라고 두 손을 꼭 감싸며 위로해주셨다.
책을 읽고 나선 책 앞에 서야 한다. 책을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책을 읽으면 변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잡아 먹히고 말 것이다.
"책에도 심장이 있다면 그건 아마 뒤표지일 거예요.
책을 덮고 나서 본격적으로 두근거리기 시작하거든요."
범인이 아니었어. 빗기레 사고 난 걸 보고 열여섯 남자아이가
심폐 소생술을 했다는 거야. 결국 살아나지 못했고. 경찰에
신고하면 자기가 억울한 일에 휘말릴 수 있으니까 그대로
도망치다가 죄책감에 못 이겨 결국 자수한 거였어.
거짓말 같지 않았어.
아빠를 미워하지 말라는 엄마의 말뜻을 이해했다.
그건 아빠를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나를 위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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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주관적)
☞ 현재 상황에 공감되는 문장을 찾는 기쁨과 시간이 지난 후에
문득 떠오르는 문장들이 살아가는데 힘이 되어서 ..
○ <메이드 인 라이브러리> 추천
☞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모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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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친 삶을 쉬어가게 해주는 나만의 도피처는 집(가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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