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 않을 권리
공혜정 지음 / 느린서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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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피해 아동들을 위해 애써온 모든 이들의 치열했던,

12년의 법정 기록


미안하다 ··· 몰라서 ··· 외면해서 ··· 도와주지 못해서 ···

우리 모두 아이 앞에서는 죄인이었다.


2013년 울산 계모 사건을 계기로 나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서현이를 통해 알게 된

아동학대의 참상과 아동학대 가해자들의 참을 수 없이

가벼운 형량을 보고, '화가 나서' 이 일에 덤벼들었다가

원래의 밥벌이를 팽겨치게 되었다. 덕분에 지독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가족들에게까지 걱정을 끼쳤다.


누군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아동학대는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작은 힘이 모이고 또 모이면 큰 목소리가 될 수 있다.


2013년 10월24일 오전 8시30분경, 이날은 초등학교 2학년

서현이가 소풍을 가는 날이었다. 다음 날이면 울산에서

인천으로 전학을 가야 해서 소풍 가는 이날이 친구들은

만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미안해요, 엄마. 그런데 소풍을 가고 싶어요."

그러자 박 씨는 반성하지 않는다며 한 시간 반 동안 주먹과

발로 서현이의 머리, 옆구리 등 신체의 주요 부위를 무차별

가격하였다. 서현이는 생니가 부러지고 갈비뼈가 16개

부러지는 참옥한 폭행을 당한 끝에 흉부손상 및 폐 파열로

사망하고 말았다.


서현이가 살던 동네 주민들과 학부모들은 범인 박 씨가

경찰에 구속되기 전까지 그녀가 계모일 거라는 생각을 

꿈에도 해본 적 없다고 했다. 박 씨의 지인 중에는 박 씨가 

계모이고 서현이를 죽인 범인이라는 것을 알고, 충격으로 

기절해 병원에 입원한 사람도 있었다.


아동학대는 가난하고, 못 배운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일뿐

평수 넓은 신축 아파트에 살며 학부모 회장까지 맡고 있는

싹싹한 성격의 엄마, 모든 교과마다 백 점을 맞는 똑똑하고

말 잘 듣는 아이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편견이

그들의 눈을 가렸기 때문이었을까, 그들은 울면서 말했다.


"피고인(계모 박씨)에게 사형을, 구형합니다."

지금껏 선례가 없었던 일이기에 우리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아동학대에 대해 사회적 경종을 울린다는 의미로

사형을 구형하였습니다.


서현이의 친부 이 씨는 학대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

하였다. 그러나 수사 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개입 거부와

계모 박 씨에게 회초리 30여 개를 사다 주고 다 부러지면

또 사다 주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제는 출소하여 우리들 속에 섞여 살고 있을 친부, 그가

서현이의 죽음에 일말의 가책이라도 느끼고 있는지, 아니면

속 편히 제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가 끔찍한 학대를 묵인하고 방관하여, 그로 인해

죽은 서현이에게 평생 미안해하며 살기를 바라고 있다.


--


범죄심리학자들은 이경희가 상당한 자기중심적 사고와

비현실적인 자신감 그리고 자기 능력에 대한 과시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그것이 박제영, 백미진의

의존적 종교관과 맞아 떨어져 숭배를 끌어냈고, 

지배·종속 관계로까지 발전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시키는 대로 했다고 하면 제가 이 선생님을 탓 하는 거다

그러는데, 다 제 죄입니다. 남 탓이 아닙니다. 시키는 대로

했다고 해도 제 죄고 다 제가 한 것입니다.


가끔 박제영의 안부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앞머리만

하얗게 세어 재판마다 눈물 범벅이 되어 오열하던 그녀.

하지만 난 그 어리석은 모정이 여전히 밉고 슬프다.


짐짝처럼 가둬진 서준이는 아무도 울거나 소리쳐도

누구 하나 돌봐주러 오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거나,

울면 오히려 학대를 당한다는 사실을 체득했기에 소리 내는

걸 포기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더위와 굶주림에 이끌려

본능적으로 침대를 타고 넘어 내려가다가 목에 묶인 

개목줄에 매달려 질식사하고 말았다.


나는 재판 과정을 지켜보며 은희가 전형적인 '가족 희생양'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희생양은 가족 간의 갈등이나

불화가 있을 때, 특정한 한 아이를 '나쁜 아이'로 지목하여

모든 문제가 그 아이 때문에 발생한다고 몰아붙이면서

부부 또는 가족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


학대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에게 진심으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이젠 괜찮아요. 당신은 나쁜 아이가 아니었어요.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책을 읽으면서도 너무 화가나서 ...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calmdown_library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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