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펀트 헤드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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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소설을 쓴다면 분명 이러할 것이다!

모든 예측은 무의미합니다. 함부로 상상하지 말 것.


눈앞에 천장이 있었다.

오래된 영화 필름처럼 어둡고 더럽지만, 분명 천장이다.

어딘가 낯이 익은 기분이 들지만, 언제 어디서 봤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저러다 거대한 공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을 때,

갑자기 펑! 하고 커다란 풍선이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ayakayaka였던 모든 것이 터져 나왔다. 찢어진 교복이,

피가, 살점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장기 조각들이 불꾳

놀이처럼 날아올라 호를 그리며 지면으로 떨어졌다.

저 작은 몸뚱이의 어디에 이렇게 많은 것이 들어 있었을까,

하고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감탄했다.

그 모든 일이 1초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순간에 벌어졌다.


저 남자에게도 시체가 보이는 것이다.

이것은 환각이 아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그제야

후미야의 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기사야마는 행복했다. 과할 정도로 행복하다고 해도

좋으리라. 정신과 의사로서 실적을 내는 한편, 아내와 결혼해

두 딸을 낳았다. 아내는 배우로 활약을 이어가고 있고, 딸들도

각자가 선택한 길을 걷고 있다. 스스로 의아할 정도의 행복이다.

그렇기에 기사야마는 불안했다. 모든 것이 너무 잘 풀리고 있다.

이럴 때는 대개 커다란 불행이 기다리기 마련이다.


아들인 그를 때리지는 않았지만, 눈길만 스쳐도 "웃지 마"라고

화를 냈고, 심지어 마술쇼 무대가 될 예정이던 지하실에

가두기까지 했다. 아버지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내가 어떻게 해야 좋았을까. 기사야마로서는 알 수 없는

것뿐이었지만, 그래도 한 가지 배운 것이 있었다.

아무리 행복한 가정도 단 하나의 작은 균열로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린다는 사실을.


연예 전문 기자가 대체 왜 기사야마의 집을 감시하고 있었을까.

표적은 당연히 아카다마의 ermin, 즉 마후유라는 말이 된다.

아버지가 모르는 사이에 무슨 문제에라도 휘말린 걸까.


"어쩔 셈이죠?"

이즈미는 어이없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고는 오른손을 반쯤

내밀었다. 

"어라, 그네에 누군가 있네요."

이즈미가 뒤를 돌아볼 틈을 노려 목에 팔을 감고 경동맥을

조였다. ···3, 4, 5초. 상반신이 기샤아야의 팔로 기울었다.

목 졸라 기절시키기. 의사들이 하는 말로는 경동맥동 반사다.


기사야마는 당황했다.

왜 아버지가 사과하는 거지?

아버지는 틈만 나면 어머니를 때리고 발로 차고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욕을 퍼부었다. 상당히 화가 나는 일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벌레처럼 죽여버리면 그뿐인데.

왜 아무것도 하지 않을까.


한번 망가진 것은 제아무리 애를 써도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깨진 그릇이 금간 곳 없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일은

없으며, 그것은 가족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소중한 것을 지키려면 그것이 망가지기 전에

균열을 막는 수밖에 없다.

기사야마는 부모의 죽음을 통해 그것을 배웠다.


이즈미는 며칠내로 해체되리라. 육체는 산산조각이 나서

까마귀와 쥐의 위장으로, 뼈는 재가 되어 모나키 강으로

사라진다. 이즈미 사키는 이 세상에서 모습을 감춘다.


나는 가족을 사랑하지만, 그럼에도 성욕은 있다.

언젠가 나도 그들과 같은 실수를 저지를지 모른다.

만에 하나라도 그럴 우려가 있다면 미리 위험요소를

없애두어야 한다. 그때 눈에 띈 것이 페페코였다.

기사야마는 이성애자다. 페페코를 안더라도 윤리적인

문제는 없다. 성적인 대상이 아닌 자와 몸을 섞는 것은 개를 

쓰다듬는 것과 같은 일이다.


문득 뇌리에 엉망진창이 된 페페코가 떠올랐다.

앞니남을 제2의 '아야카'로 삼는다면 그 스토커는 더는

쓸모가 없다. 죽이기 전에 임상실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마후유가 아버지와 남자친구 사이에서 시선을 왕복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빠랑 하루가 호텔에 간 거야?"

작은 균열조차 없던 완벽한 가족이 단번에 산산조각이

나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짓을 해도 가족은 돌아오지 않는다. 부모처럼 나도

절벽에서 몸을 던질까. 깜끔하게 목을 매달까. 아니면

각성제라도 사서 과다복용해버릴까 ···.

문득 주머니에 넣어뒀던 앰플이 생각났다. 시스마.


뭐야, 이게. 데자뷔치고는 너무 구체적이다.

익숙한 현관문이 눈에 들어온 순간, 갑자기 숨을 쉴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고있다."

그리고 틀림없다. "내게는 미래의 기억이 있다."


미래의 기억은 잘못된 것인가?

아니다. 기사야마가 기억과 다른 행동을 취함으로써

세상이 달라진 것이다.

"미래는 바꿀 수 있다."


네가 시스마를 맞음으로써 그때까지 하나였던 시간선이

둘로 나뉘었어. 위쪽이 원래 시간선, 아래가 새롭게 생개난 

시간선이야. 각각의 시간선에 각각의 내가 있어.

시간선이 둘이 되면 우리도 두 명이 되지.


양자역학적인 발상을 확대하면 이 세계 또한 파동처럼

모호한 존재이자 우리가 관측할 때만 하나로 수축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시스마로 인해 분기한 기사야마들 중 한명은 가족과의

삶을 지켰고, 다른 한 명도 그것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나만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왜 경찰에

쫓기고 일본 전역에 노출되어야만 하는가.


"나 이외의 다른 기사야마 세이타가 페페코를 죽인 거야."

어떤 한 시간선에서 사람이 죽으면 다른 시간선에서도

같은 사인으로 사람이 죽어.


끝까지 들어. 중요한 건 다음이야. 규칙 셋.

만약 누군가가 이 규칙을 어기고 나머지 두 사람의

허락을 받지 않고 사람을 죽인 경우, 그 녀석의 소중한

사람을 한 명 죽인다.


바로 몇 초 전까지 작은 입술을 삐쭉 내밀던 아야카가

산산조각이 나서 공원의 오솔길을 검붉게 물들였다.

마치 폭발한 것처럼.

이 기괴한 사태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이

하나 있다. 

"아야카는 이 시간선이 아니라 다른 시간선에서 죽었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이 세 가지야. 첫째, 아이카, 기키,

마후류를 죽인 범인은 누구인가. 둘째, 그 범인은 어떻게

그들을 죽였는가. 셋쩨, 우리는 그 범인을 어떻게 처벌하면

좋은가.


··· 중 략 ···


반전과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몰입감은 정말 최고인것 같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mytomobook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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