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흐르는 대로 - 영원하지 않은 인생의 항로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
해들리 블라호스 지음, 고건녕 옮김 / 다산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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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하지 않은 인생이 항로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


내가 호스피스 간호사로 일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감짝 놀란다. 어쩌면 그토록 우울하고 밤낮없이 힘든

일을 할 수 있느냐며 말이다. 때로는 무너질 것같이

힘들다. 하지만 내가 더 자주 맞닥뜨리는 건 아름다운

찰나에 잠시 멈처 의미를 곱씹어 보며 감동에 젖는

순간,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단 사실을 깨달은 뒤에야

인생의 교훈을 알아채고 깊은 사랑을 느끼는 순간이다.


지속간호란 환자의 증상이 어느 정도 조절되어 의료진이

없어도 괜찮을 때까지 간호사가 스물네 시간 내내

가정에 머무르며 환자를 보살피는 간호법을 의미한다.

가족 보호자가 더는 환자를 돌볼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나쁠 때에만 개시된다.


엄마, 나야. 어제 모질게 굴어서 미안해요. 마음이 너무

복접해서 그랬어요. 엄만 내가 아는 모든 걸 가르쳐주었

으면서 가장 중요한 거 하나를 빠뜨렸네. 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는 말해주지 않았잖아요. 엄마 없이 난 어떻게 살아?


칼 할아버지와 나 사이에 이대로 유대감이 생겨버린다면,

언젠가 가슴이 미어지듯 아플 게 뻔했다. 나는 미래를

두려워할 시간에 오늘을 살자는, 호시피스 일을 시작할 때

나 자신과 했던 약속을 떠올렸다.


"애나랑 숨바꼭질하고 있잖소." 할아버지가 뭐 그리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한 투로 대답했다. 할머니가 잠시 감정을

추스르고 나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애나는 두 살 때

물에 빠져 죽은 우리 딸이에요.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지만,

칼은 딸을 살리지 못했단 죄책감에 스스로를 용서하지

않았어요."


할아버지께서 오늘 일어나서 걸으셨어요.

그런 일은 지끔껏 한 번도 없었거든요.

이젠 나도 회광반조가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란 걸 잘 안다.

"거의 모든 사람한테 나타나는 건데, 임종 전에 일시적으로

기력을 회복하는 현상이에요." 


고마워요, 선생님.

죽음이 아닌 다른 걸 기다리게 해줘서요.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 위로하고 연대하는 것,

중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모든 게 지나간다는 말이

틀지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그 여정은

무척 힘겹고 막막하다.


오늘날까지도 그날 얼마나 큰 기적이 일어났는지를

떠올리곤 한다. 딸이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단 듯 숨을

거둔 샌드라. 죽기전 마지막으로 한 번이라도 자식의

손을 잡아보려고 온 힘을 다해 버텼던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뼛속 깊이 엄마였다.


누군가의 임종을 목격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외 없이

경험해 봤을 것이다. 영혼이 육체를 빠져 나가는 순간에

느껴지는, 손에 만져질 듯한 공기의 변화, 그건 누군가

있는줄 알고 방에 들어갔는데 혼자임을 알게 됐을 때의

느낌과 그리 다르지 않다.


난 내가 마흔에 죽게 될 줄 몰랐거든요.

항상 아직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지 못해서

아쉬어요. 그때 그 빌어먹을 케이크를 그냥 먹어버릴 걸

그랬나 봐요.


오늘날까지도 나는 이 모든 일이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

설명할 수 없다. 그저 일어났단 것만 알고 있을 뿐.


앨리슨은 다정하게 릴리의 손을 잡고 손가락을

어루만지며 쉬지 않고 반목해서 말했다. "네가 해냈어,

릴리. 네가 결국 바다에 왔어. 사랑해, 릴리. 네가 해냈어."

릴리의 빰 위로 흘러내린 눈물 한 방울이 티셔츠에

떨어졌다. 앨리슨이 더 크게 오열했다.


죽음과 태어남은 비슷한 면이 많다. 시간이 다 되어간다는

건 알지만 그 시점을 예측할 수는 없단 점, 기다리는 동안

불안하고 초조하단 점이 그렇다.


침대에 누워 있는데도 아까처럼 누군가의 존재가 느껴졌다.

무섭진 않았다. 같은 방에 함께 있지만 단지 내 시야엔

들오오지 않는 친구 같았다. 여기 분명 존재하지만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친구.


한때 깊이 사랑한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깊이 사랑한 모든 것은 우리의 일부가 되기 때문입니다.


살다 보면 나쁜 일도 일어나기 마련이란 사실을 받아들이는

한편, 내 일과 삶에서 경험한 영적인 순간까지도 껴안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그 둘은 모두 똑같이 '현실'이라는 것 말이다.


그럼 이렇게 생각해 봐요.

세상엔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일도 있어요.


"모든 일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 크리스의 말을

그대로 되풀이 하는 순간, 나도 줄곧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단 사실을 깨달았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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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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