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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7월
평점 :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는 궁극의 미스터리,
교묘한 복선을 파헤치는 예리한 추리 연이은
반전 끝에 도달한 충격적 진실
당신입니다, 하고 탐정이 집게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순간 옆에서 누군가가 손을 뻗었다.
태블릿 화면을 탭해서 동영상을 정지시킨다.
옆자리의 유미코였다.
"엄마, 왜 꺼요." 도모카는 입을 삐죽였다.
"그만 집어 넣어. 곧 도착하니까."
어른이란 신기한 생물이다. 어떻게 저토록 겉과
속이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 걸까.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와도 잘 지내고, 때로는 즐거운 듯
행동하는 건 어째서일까.
천진난만하게 주고받는 대화를 옆에서 듣던
마토바는 기분이 가라앉는 걸 느꼈다.
그 으스대기 대장이라는 회장 비위를 맞추는
일에 자신도 동참해야 하겠지.
이 교활한 냉혈한과는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제 미래에 볕
들 날은 없다. 마토바는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
"루비가 죽었어요."
"루비?" 게이코는 잠시 생각하다 작년에 도모카가
고양이를 안고 있던 걸 떠올렸다. "어머, 그 고양이가
죽은 거야? 언제?"
"두 달 전에요."
그 여자도 그렇다. 시야 한구석에 누군가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 정체를 아는 건 나뿐이다. 물론 본인
에게 그 사실을 말할 생각은 없다. 독침은 숨기고
있어야 무기니까.
운명이란 참 얄궃다. 사쿠라기 병원에 이런
간호사가 있었으면 절대로 놓치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그래서는 인생의 청사진이 어그러진다.
삐익, 갑작스레 이명이 들렸다. 별의별 생각이
떠올라 차례차례 머릿속을 채웠다 사라졌다.
이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게 되었다.
남자가 파란 시트를 들췄다.
그런 일이란 심야에 일어난 살인사건이다.
별장지에서 연이어 사람이 살해됐다고 한다.
피해자는 모두 네 명, 다섯 명, 또는 그 이상일
수도 있다고 했다.
"최후의 만찬에 걸맞은 요리였어. 고마워."
"그래, 신고를 해줘. 아 오해는 마. 밥값은 치를 거니까.
최후의 만찬이 무전취식이면 너무 비참하잖아"
"그럼 왜 경찰을?"
"난 범죄자거든. 당신들도 별장지에서 일어나 사건
소식은 들었지? 그 사건의 범인이 나야."
남자는 접시 위에 접어 놓은 냅킨을 펼쳤다.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피 묻은 나이프였다.
쓰러져 있는 건 에이스케였다.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손전등을 쥐고 있었다. 더욱이 몸에는 칼이
꽂혀 있었고 셔츠가 피로 물들어 있었다.
수사관이 무슨 질문을 해도 상상에 맡기겠다는
대답뿐, 사형당하는 게 목적이니 죽일 사람은
누구든 없었다, 그냥 눈에 뛴 사람을 찌르려고
했고 실제로 그랬을 뿐이지 어떤 타이밍에
누구를 찔렀는지 이제 와서 설명할 수 없다···.
본인의 변명을 요약하면 이랬다.
"누구든 상관없었다. 정말 그랬을까요?"가가는
손으로 턱을 만졌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히카와가 하루나 씨 일행을 노린
데에는 뭔가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봉투에서 편지를 꺼냈다. 이 역시 호텔의 편지지
였다. 그리고 거기에는 짧은 한 줄이 인쇄되어
있었다.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답하기 싫으시면 그렇게 말씀해 주십시오.
조금이라도 거짓이 섞이면 진상 규명은 멀어집니다.
그 점을 결코 잊지 마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갑자기 찔렸습니다.
주변 상황을 신경 쓸 겨를이 있겠습니까?
아직 중학생인 도모카가 얼마나 큰 절망감에
휩싸여 있을지 상상하자, 남편을 잃은 하루나 조차
동정심이 솟아올랐다.
그렇다면 왜 그는 일부 방범 카메라를 못 쓰게
한 걸까요? 체포될 작정이었다면 카메라에 찍히든
말든 상관 없었을 텐데요.
게이코는 살해되었을 때 어떤 종이를 들고 있었
습니다. 그걸 누군가가 가져가려 했지만 찢어져서
일부만 손안에 남았죠. 종이를 가져가려 한 건
누구인가? 하카와인가? 녀석의 소지품을 조사
했지만 그런 종이는 없었습니다.
끔찍한 세상이다. 다시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살인사건 피해자를 비방해서 얻는 게 뭐란 말인가.
"말씀이 맞아요. 생활지도사라는 건 거짓입니다."
"구노 마호라는 이름도 가명입니까?"
"현시점에서 본명은 아니지만 사회에서 쓰고 있어요."
그게 내 본명입니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히카와
다이시의 동생입니다.
사건이 보도를 통해 범인이 오빠라는 걸 알고
절망에 빠졌어요. 갑자기 지옥에 떨어진 기분
이었죠. 믿고 싶지 않았지만, 오빠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히카와가 그 별장지에서 범행을 저지른건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의 유도에 의해서였을지도 모른다는
추론이죠. 더 쉽게 말하자면, 누군가의 꾐에 넘어
갔다는 겁니다.
아버지가 기대를 거는 대상이 오빠가 아니라
자신이라는 걸 동생, 즉 나도 지각하게 됐어요.
인간이란 긴장할수록 엉뚱한 생각을 하는 법이다.
"만일 제가 원장님의 죽음을 바랐다면, 짐작 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이지. 네 가족의 복수를 하려는 거잖아."
열네 살 미만이었죠. 사람을 죽여도 죄를 묻지
않는 게.
미워하는 놈을 죽여서 사형당한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구노 마호의 존재는 흥미로웠다. 검증회에 나가야
하지 망설였지만, 그녀 덕분에 마음을 정할 수
있었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vook_da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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