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못 맞히는 점집
이선영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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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리는데 자꾸 가게 되는 점집이 있다.

미스고리아와 아기 동자 듀오의 

인생 역전 전생 상담소!!


자의 반 타의 반 '미스'이긴 했지만 알고 보면

고 사장도 산전수전 공중전을 두루 섭렵한 터,

변태 하나쯤 상대하는 건 큰 문제도 아니었다.


"안뇽! 조기 있잖아요. 나요 ···."

사내의 입에서 흘러나온 혀 짧은 소리에 

고 사장은 현실감을 잃고 말았다. 개구리

왕눈이를 닯은 눈과 벌름거리는 주먹코에

돼지 똥구멍 같은 입술의 바바리 맨은 만화에서

튀어나온 캐릭터 그 자체였다.


그 접짐에서 준호 네 미래를 백 퍼센트 맞히기라도

했다는 거야?

맞힌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못 맞힌 것도 아니야.

그냥 나의 미래를 설계해줬다고 할까? 난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제안해주더라고.


어린아이를 닯은 아기 동자의 천진무구한 표정이

과연 진짜일까? 신혜는 헷갈리기 시작했다.

태어난 시간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

아기 동자가 너그러운 얼굴로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자 볼살이 함께 출렁거렸다.


오오! 신혜 누나 전생은 외국사람이야, 와, 베르사유

궁전에서 파티가 열리고 ···."

엄숙한 분위기에 맞지 않게, 유치원생이 낼 법한

목소리가 아기 동자 입에서 반말로 툭 튀어나왔다.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에 신혜는 저절로

웃음이 터졌다.


순정 씨가 자신의 거친 손과도 같은 고단한

인생만은 딸에게 결코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게 이 세상 모든 엄마의 마음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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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안마의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발 없는 말이 동네에 쫙 퍼졌고, 노인들은

병원 문이 열리기도 전에 길게 줄을 섰다.

속 모르는 사람은 대박난 병원이라 여길 것이었다.


맥락도 없이 막무가내인 노인들을 상대하다 보면

저절로 입이 거칠어졌다. 닥터 강 나름대로 그런

본심을 감춘다고 감췄는데도 최근에 그 속엣말이

마구잡이로 튀어나오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스트레스 탓일 것이었다.


이왕지사 동네 어르신들한테 무료로 서비스할

거면 좋은 마음으로 친절하게 하면 좀 좋아요.

원장님 얼굴에 다 쓰여 있더라고, 어르신들

무시하고 하대하는 게. 그런 마음보를 가지고

아무리 무료 안마의자 서비스를 하면 뭐해요.

인술이 별게 아니에요. 그런 마음부터 뜯어고치는

게 인술인 거지.

자근자근 밟아대는 듯한 고 여사의 일장 훈계가

닥터 강의 뼈를 때렸다.


이럴 줄 알았다면 조금만 더 친절하고 상냥하게

진료할걸. 진료실 바같에서 입맛도 없고, 잠도

자지 못하고, 아파서 죽고 싶다고 노래를 하는

노인들에게 진짜 '다음'이나 '내일'이 오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철렁했다.


마음을 여는 순간 닥터 강은 자신에게 남다른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환자의

환부를 만지는 순간 스파크가 터지듯 '필'이

왔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지만, 손으로

느껴지는 감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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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점집의 점괘를 부끄러워하는 건

손님의 몫인 듯했다. 점괘의 대부분이

허튼소리라는 걸 아는데도 그 알쏭달쏭한

한마디에 의지한다는 게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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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의 독기 어린 말이 부모 가슴에 칼날로

박힌다는 걸 처음 깨달았다. 노모는 앙상한

두 손을 꼭 모아 가슴팍으로 가져갔다.


영광의 사주팔자에 귀인이 들었다는 점괘는

기가 막히게 맞힌셈이었다. 평생 아들 바보로

살아본 노모와 삼십여 년 친구 태춘이 영광이

귀인임은 말할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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