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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my
강진아 지음 / 북다 / 2024년 6월
평점 :
15년 전 실종된 친구이 시체가
발견되었다.
"개랑 절대 놀지 마. 애가 아주 까졌어."
세 달 전 개학식날, 변민희의 얼굴을 확인하고서야
나는 엄마의 말이 거짓임을 알 수 있었다. 내가
느낀바, 까진 애들은 다른 아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었다. 누구를 괴롭힌다든지 돈을
뺐는다든지 때린다듣지. 하지만 변민희는 친한
몇몇과 몰려다닐 뿐 다른 아이들에게 관심 없어
보였다.
사실 변민희가 맞는 걸 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달에 형제축산에서도 개 아빠한테
맞고 있는 걸 봤다. 학교가 아닌 개인적인 공간에서
폭력을 마주한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더 놀라운
것은 변민희의 반응이었다. 자기 아빠가 막대기를
제대로 쥐기 위해 시선을 돌렸을 때, 고개를 뒤로
젓히며 입을 쩍 벌렸다. 하지만 그 입에서 나온
것은 하품이었다.
두려움의 이유는 엄마의 안광 때문이 아니었다.
내 몸을 움켜잡은 엄마의 손, 정확하게는 그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 때문이었다. 내가 기억하기로
엄마의 손은 거의 항상 차가웠는데 화낼 때는 더욱
차가워져서 얼음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다. 몸에
닿으면 소스라칠 정도로, 그 선명한 감각과 함께
나는 매번 새롭게 깨달았다.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후에야 엄마는 나를
묶었던 매듭이 절대 풀리지 않는 매듭이었음을
실토했다. 일할 시간을 벌기 위해 그런 짓까지
했다고 그 끝은 이렇게 마무리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겠어."
엄마는 언제나 자신을 불쌍하게 여겼다. 엄마가
다른 존재를 딱하게 여긴 적은, 내 기억으로는
단 한번도 없었다. 딸인 나조차도 엄마 세계에서는
엄마를 불쌍하게 만든 가해자였다.
고개를 들었더니 변민희의 두 분이 나에게 꽃혀
있었다. "못 본 척 해줘."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관자놀이
쪽으로 올라간 눈꼬리가 내려가더니 입술이
벌어지며 잇몸이 훤히 드러났다. 어제 보았던
그 미소다, 그렇게 생각 했을 때 변민희는 몸을
돌려 교실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분명 두 발로
걷고 있었는데도 꼭 공중에 떠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엄마는 빨려 들어갈 것처럼 냉동고 안으로
상체를 깊숙이 넣을 뿐이었다. 꿈쩍도 하지 않는
문손잡이를 흔들며 나는 계속 엄마를 불렀다.
몇 초 후에야 소리를 들었는지, 엄마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갑자기 비명을 내질렀다. 공포에
질린 엄마의 얼굴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엄마와 나 사이에는 몇 가지 룰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 금지, 엄마가 싫어하는
것에 대해 질문하지 않기, 이 룰을 지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질문을 참기 어려워서가
아니다. 그건 차라리 쉽다. 엄마가 싫어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그러니까 엄마의 마음을
알아채기가 의외로 어렵다.
"딸이 죽었는데 다 뭔 소용이겠냐?"
"죽어? 변민희가 죽었대?"
목소리가 너무 크게 나와서 나도 놀랐다.
"소문이 그렇잖아."
나는 변민희의 실종과 무관하고 한정철의
불행과도 무관하다. 의지를 다지듯 속으로
여러 번 반복했다.
'백골이 된 변민희 향, 15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가.' 헤드 카피는 이랬다. 금영산에서
아파트 공사를 하던 중 발견된 시신은 변민희였다.
인식하기 시작하자 변민희는 걷잡을 수 없이
증식했다. 나를 바라보던 변민희의 눈,
쩍 벌어지며 하품하던 입술, 미화부장의 빨간
mymy, 볼에 커다란 점이 있던 남자, 변민희와
남자가 탔던 오토바이 ..
사진 속 시커먼 뼈의 모양이 두 눈에 박혔다.
양팔이 등 뒤에서 만나고 있었고 손으로 짐작되는
부위에는 굵은 밧줄이 엉켜 있었다. 이걸 보고
자살이라거나 사고사라는 말을 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 그렇구나, 살인이구나.
"너는 양심이라는 게 아예 없구나?"
나는 양심이 없는 게 아니라 재능이 있는 거야,
속아 넘어간 선배는 재능이 없는 거고.
민희 아빠는 그날 가게에 없었다는 거거든?
승완 오빠랑 민희 아빠, 둘 중에 하나가
거짓말한다는 거잖아. 너는 누가 범인같아?
엄마가 있다는 사실 외에는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았다. 엄마만 있으면 돼. 그래,
엄마만 있으면 다 괜찮은 거야. 스스로에게
가르쳐주듯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나 혼자 아무 죄도 없는 엄마를 지키겠다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일을 벌인 건 아닐까?
나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부터가 시작인
거라고. 공소시효는 끝났지만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vook_da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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