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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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부커상 후보 중 가장 짧은 소설!!


내 많은 작업은 나의 노동의 흔적들을 제거하는 데

쓰인다.<클레어 키건>


펄롱은 빈주먹으로 태어났다. 빈주먹만도 못했다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펄롱 엄마가 곤란한

지경에 빠졌을 때, 가족들은 외면하고 등을 돌렸지만

미시즈 윌슨은 엄마를 해고하지 않고 계속 그 집에

지내며 일할 수 있게 해줬다.


모든 걸 다 잃는 일이 너무나 쉽게 일어난다는 걸

펄롱은 알았다. 멀리 가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돌아다녔고 시내에서, 시 외곽에서 

운 없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혹독한 시기였지만 그럴수록 펄롱은 계속 버티고

조용히 엎드려 지내면서 사람들과 척지지 않고,

딸들이 잘 커서 이 도시에서 유일하게 괜찮은

여학교인 세인트마거릿 학교를 무사히 졸업하도록

뒷바라지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펄롱은 결혼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미시스 윌슨에게

아버지가 누군지 아냐고 물어보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렇지만 저녁에 미시즈 윌슨 집에 찾아갈 때마다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미시즈 윌슨이 자기에게

해준 것을 생각하면 무례한 일일 것 같았다.


가끔 까만 머리카락에 눈빛이 똘망똘망한 딸들이

작은 마녀처럼 보일 때가 있었다. 여자들이 힘과

욕구와 사회적 권력을 가진 남자들을 겁내는 건

그럴 만하지만, 사실 눈치와 직관이 발달한 여자들이

훨씬 깊이 있고 두려운 존재였다.


요즘 펄롱은 뭐가 중요한 걸까, 아일린과 딸들 말고

또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사람이 살아가려면 모른척해야 하는 일도 있는 거야.

그래야 계속 살지.


펄롱은 거기에 있는 동안 그 아이가 받은 취급을

보고만 있었고 그애의 아기에 관해 묻지도 않았고

-그 아이가 부탁한 단 한 가지 일인데-수녀원장이

준 돈을 받았고 텅빈 식탁에 앉은 아이를 작은

카디건 아래에서 젖이 새서 블라우스에 얼룩이

지는 채로 내버려두고 나와 위선자처럼 미사를

보러 갔다는 사실이었다.


펄롱은 자기보호 본능과 용기가 서로 싸운 걸

느꼈고 다시 한번 아이를 사제관으로 데려갈까 하는

생각을 했다. 미시즈 케호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다 한통속이야."


두 사람은 계속 걸었고 펄롱이 알거나 모르는 사람들을

더 마주쳤다.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어 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

-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지금부터

마주하게 될 고통은 어떤 것이든 지금 옆에 있는

이 아이가 이미 겪은 것, 어쩌면 앞으로도 겪어야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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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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