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 피어리어드 - LA 간호사 하정아의 힐링 에세이
하정아 지음 / 도서출판바람꽃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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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간호사 하정아의 힐링 에세이


아침에는 낯선 생각과 표상을 자주 만난다. 사물이나

형상에 투영된 영적 에너지를 감지할 때가 많다.

도무지 표현할 수 없는 영감의 세계.


익숙한 일상에서는 감동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아니다, 날마다 찾아오는 아침이 선물이고 감동이고

기적이다. 세상은 아침마다 새롭게 태어난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선한 목표를 버려서는

안 된다. 비난과 모함에 죽을 같아도 견뎌야 한다.

쓰러져도 살아 있기만 하면 된다. 내면을 삶의 의지와

의미로 살찌우면 된다.


수술이 시작되면 수술방에 필요한 물품들을 공급하는 등,

2인 3역을 한다. 응급상황일 때는 수혈할 혈액을 나르고

새로운 주사라인을 만드는 등, 1인 5역도 한다.


한 생명이 수태하기 위해서는 험난한 여정을 수없이 통과

해야 한다. 평균 2억대 1이라는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태어나는 순간 예상하지 못한 위험에 부딪힌다.

탯줄에 칭칭 감겨 질식사하기도 하고 뇌손상을 입기도

한다.


저항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거스르는 것은 살아 있다는

징조다. 생명은 자연과 환경과 그 모든 것과 싸워 이기고

살아남은 실체다.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가 소중한 이유다.


사발면 하나의 값은 단지 1달러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깨끗한 물을 끓여 부어서 손에서 손으로 건네주는

이 행위는 값으로 따질 수 없다고.


손가락은 잘 보호해야 한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필수 기관이다. 손가락에 통증 감지 신경이 유난히 많은

것이 그 증거다. 손가락 하나 다치면 온몸이 오그라들지

않는가. 손가락 통증은 손을 보호하기 위한 신의 선물이다.


여행자의 예으를 갖추어야지. 지나친 관심과 애정 표현은

금물이다. 정이란 함부로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오래전부터 안다.


인생이란 머무는 것. 통증을 잠시 잊고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 내일 먹을 것이 없다 해도, 아기가 컴컴한 토굴 속에서

죽어 간다 해도 이 순간과 바꿀 수 없다. 존재의 힘은 오직

이 순간에 있다.


영어에 관한 아킬레스건은 발음만이 아니다. 문서를 작성

하거나 영작을 할 때는 전치사와 관사, 시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어휘는 더 약하다.


자기 통제가 힘들 때, '나는 간호사다'라는 의식을 불러

들인다. 간호사 의식으로 무장하면 만사를 원활하게 해낼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환자들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들을 돌보며 인간의

갖가지 성정을 거듭 배우고 확인한다. 온유와 인내를

연습한다. 그들의 언사와 행동을 통해 나의 정서와 동기들을

돌아본다.


틈과 땜의 언어 역학을 보라. 'ㄷ'이 나뉘면 틈이 된다.

'ㄷ' 두개가 뭉치면 땜이 된다. 땜. 나뉘고 떨어진 것을

이어주고 붙여주는 것. 상대의 허물과 단점을 덮어 주는

것. 세상에서 얻은 상처를 말없이 어루만져 주는 것.


생명이란 그런 것이다. 생명은 감동이다. 구조 받은 그도,

그를 바라보며 함께 기뻐하는 사람들도 언제든 죽음을

맞이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 갖는 기쁨에는 아무 잘못이

없다.


우리는 그레이스 피어리드를 산다. 여생을 산다.

여생, 얼마나 달콤하고 눈물겨운가. 살아 있는 한 사는

순간까지 열심히 살아야 한다. 신나게 살아야 한다.


순간적으로 기억 하나가 머리를 쳤다. 아버지도 가고 싶어

하였는데, 5분, 그레이스 타임이 아름다운 선물을 주었다.

5분의 선택이 평생 후회할 뻔한 일을 행복한 추억으로

바꿔 주었다.


그레이스 피어리어드는 개념 자체가 인간적이다.

여지와 관용과 용서가 그 속에 녹아 있다. 우리 사람은

누구나 은혜의 기간 속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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