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매아 지음 / 고유명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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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심리적 세계와 각기 다른 색깔로 표현한

언어로 작곡한 피아노 소품을 듣는 듯하다.


진숙화의 노래다.

이 노래를 들으면 이런 결들이 떠오른다.

이를테면, 비가 후드득 떨어지기 전 바람에서 

느껴지는 물결, 오랜 시간 다락방에서 바래가는 사진

속 사람들의 얼굴, 달무리처럼 가로등의 입김이 번지는

밤의 허공과 아기의 축축한 울음소리가 흘러내리는

불 꺼진 창문 ···


결의 가사는, 한 친구가 세상을 떠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로, 중국의 한 작사가가

가사를 썼다.


사람의 목소리가 가장 아름다운 악기에 가까울 수

있는 건 그 목소리에 어떤 의미도 실지 않을 때라고

그녀는 말했다. 목소리가 말 그대도 목이란 악기에서

연주되는 소리일 때, 그 소리에 실린 음들이 어떤

의미나 질감도 강요하지 않을 때 ···


그녀는 처음에 친구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지만,

미처 슬퍼하기도 전에 친구가 죽은 이유를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의 오해 때문에 난감해 해야 했다.


친구가 죽은 건 그내의 탓이 아니지만, 친구의 죽음을

왜곡하는 건 그녀의 탓이 될 것이기에, 그녀는 졸업할

때까지 침묵했다.


사실 이 노래의 제목은 이별을 뜻하는 결이지만,

그녀는 이 노래가 서로 다른 질감을 지닌 음들이

한 악보에 모여 이룬 어떤 슬픔의 결이라 생각한다고.


그녀의 입술이 손등에 닿았다. 알을 품듯이 그녀의

따뜻한 숨결이 내 손등을 품었다. 현기증이 아련히

몰려왔고 긴장으로 치켜든 엄지 손가락 마디가 가려웠다.

그녀의 손과 입술은 간지러울 정도로 매혹적이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수줍어했고 내 몸을 어려워했었다.

모드를 사랑하는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럼에도 닝의 몸을 안고 있는 동안 전혀

죄책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없었다.


너는 이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나는 소리치며 말했어.

몇 달후에 나는 돌아가야 하고 우리에겐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나는 너를 사랑할 자격이 없는 것 같아. 아니,

매번 너는 몇 달 후면 돌아가야 한다고 무기처럼 말했어.

그러면 마치 내가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다는 듯이.


생각해 보면, 내가 태국에 온 건 이토록 먼 물리적 거리가

삶의 거리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 이었어.


우리는 언제나 서로를 거스를 수 있는 충분한 사정들이

있잖아. 또 이토록 우아하게 속물적으로 절실한 구실들을

지니고 있고, 그래서 아름다운 양치기 소년처럼 늑대가

오고 있다고 애타게 거짓말을 할 수도 있지


나는 태국 현지인들과 사귀고 싶었다. 처음 나는

아파트 옆방의 씨로와 친구가 되었고, 씨로를 통해서

씨로의 밴드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고, 씨로는 내게

솜을 소개해주었다.


내가 얼마나 태국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녀는 차분하게 내 말들을 어루만져 주었다.

나는 그녀의 침착하고 과장된 칭찬이 좋았다.

솜은 어깨가 작고, 쇄골이 한쪽으로 드러난 면티를

입고 있었다.


솜이 팔을 괴고 가만히 나를 쳐다본다, 약 기운이 

몸속으로 퍼지고 있다. 몸이 뜨겁다. 이불 위로 말이

중얼 걸어 다닌다 ···


우리가 서로에게서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 같은 

무미건조한 얼굴을 발견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라면,

십 개월은 충분히 긴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우리 둘의 삶이었던 것을 안고

다른 남자에게로 갔다. 그러자 나는 마치 뼈에서

관절 하나가 통째로 빠져나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시간은 사랑하는 사람의 몸을 딱딱한 사물로 만든다.

친절하게도 식탁 위에 밥풀처럼, 라이터나 구두처럼,

먼지 낀 벽에 늘어붙은 액자처럼 만드는 것이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proper.book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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