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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출퇴근
정용대 지음 / 서랍의날씨 / 2024년 3월
평점 :
출퇴근 카풀 속에서 벌어지는 다섯 남녀의
좌충우돌 코믹 활극!
제발 오지 않았으면, 그러나 결국 찾아온 월요일 새벽
6시30분. 평소보다 10분 일찍 집을 나온 아영은
비몽사몽인 상태로 역을 향해 걸었다. 이제는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적응 될 법도 한데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 업무처리를 하는 것보다도 힘들었다.
매번 변수가 발생하는 출근길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었다.
"별로 의심 안 하는 걸 보니 직장에서 어떤 스타일인지
알것 같네요." 승규가 대뜸 말하고 나서 조수석에
탑승했다. 이미 아영도 저 싸가지 없는 인간한테 똑같은
말을 들었다는 것을, 서로 무슨 말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을
모집한 승규의 성향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사고는 누구나 낼 수 있으니까 잘 해결하시고, 이후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단체 방에 남겨주세요.
승규는 남의 일인 듯 냉정한 표정을 거두지 않았다.
1분도 늦지 않았는데, 아영의 상식선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떠나 버리는 건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연차가 쌓이면 샇일수록 시간을 지키는 건 오히려 중독에
가까워져 있었다. 특히나 승규는 출근 시간을 지키는 것이
회사 생활 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들었다.
"저기요. 똥을 싸든, 뭐를 하든, 조용히 좀 가면 안 될까요?"
줄곧 아무 말도 하지 않던 하림이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차 안은 일제히 조용해졌다.
지난번엔 내가 미안했어요. 어느 순간부터 사과를 안 하는
게 습관이 된 것 같아요.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사과 한 번
했다가 모든 걸 책임진 적이 있었거든요.
힘들어도 그냥 다니는 거지. 네가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축복받은 거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너희 회사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들도 많잖아.
직장인이 되고 나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그 특유의
색깔을 잃은 것 같았다. 모든 직장인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기며 일하고 있겠지만, 하림은 평생 이렇게
할 자신이 없었다.
이제 보니까 행동과 말만 거칠 뿐 속은 그 어떤
사람보다도 연약하고 나약한 존재일지 모른다. 이제
공장장이 어떤 사람인지 알았고 더 이상 그의 존재가
회사 생활에 걸림돌이 될 리도 없었다.
회사생활을 버티는 건 어쩌면 가족과 월급이 아닌,
한 번도 대화해 본 적은 없지만 출퇴근길에 스쳐
지나가는 익숙한 얼굴들 때문이 아닐까.
여기 모인 사람들은 왜 각자의 소중한 시간을 제쳐두고
이곳에 온 것일까. 분명히 서로의 첫 느낌은 별로였고
아직도 서로가 탐탁지 않아 하는데 말이다.
특별히 생각하고 어떤 이유가 있어서 한 행동은 아니야.
자연스럽게 그냥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어.
너, 감정 없잖아? 그래서 내가 처음에 시켰을 때
수락한거고, 그냥 네 인생에 지나가는 사람이잖아.
시작이 잘못되면 악순환이 계속 이어진다는 그들의
충고가 맞는 것 같았다. 세나는 그동안 공부한 시간도
있었다. 스스로 타협해 눈을 낮추고 싶지는 않았다.
거짓으로 지탱하는 삶이 의미가 있는 걸까.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차지했고, 그러한
생각은 아무에게도 표현하지 않았지만 분명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사람 사귀는데 일하고 안 하고 그게 뭐가 중요해요.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_fandombooks_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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