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드롭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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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달콤한 여행 이야기가 가득한 신작 에세이집


밤의 시칸센은 외롭죠

혼자 타고 있어서 외롭고

모두들 지쳐서 잠든 것도 외롭고

성실하게 일하고

기차표를 사고

도시락을 사는 것도 빠트리지 않고

맥주도 물론


충실한 인생입니다.

꽤 바쁘고 

네, 여행을 좋아하죠

하지만 밤의 신칸센은 외롭죠

불빛이 휘황하게 밝아 외롭죠


태어날 때부터 나그네인 존재에게서 여행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그건 정말 가혹한 일이다.

내게는 길 떠나려는 사람을 붙잡아서는 안된다는

신념 비슷한 것이 있다.


이동 거리와 머문 시간과 상관없이,

그것은 틀림없는 여행이었다.

당일치기 여행에 필요한 거리와 시간은 신축성이

자유로운 듯하다.


가장 먼저 걸음하는 가게가 정해져 있다는 것은

안심되는 일이다. 그곳에 가면, 어라 또 여기 있네,

하고 느낀다. 가령 1년 만에 갔어도, 1년이라는 공백이

사라지면서 지난번 여행과 이번 여행이 이어진다.

처음 가는 가게에 있을 때의 푸근함은 무적이다.


강연전에 대기실에서 혼자 먹는 도시락은 뭐라 말할

수 없이 서글프다. 그런 때 언제나 이 문장을 떠올리고는,

이번에는 소리나지 않게 조심해야지 하면서 속으로

중얼거린다.

"말린 밥에 눈물 떨어져 불고 말았네."

하고 주문처럼, 그러면 왠지 유머스러한 기분이 들면서

외로움이 아니라 자유로움을 느낀다. 외로움과 자유로움이

비록 같은 것이더라도.


그림을 산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자신이 그 그림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걱정스러워진다.

그 그림에 어울리는 장소를 부여할 수 있는지도.

동물을 키우는 것과 비슷한 책임감도 느낀다.


여행지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시간과 더불어 잊고 마는데,

왜일까, 동물들은 잊히지 않는다.


여행을 떠나 물리적으로 멀리 떨저졌을 뿐만 아니라

일시적 이나마 마음도 떠났고, 순간적으로는 잊지조차

했을 텐데. 그런데도 '아직' 돌아갈 장소가 있다는 것은,

생각해 보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sodambooks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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