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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전보다 불안하지 않습니다 - 회사 밖에서 다시 시작
곽새미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5월
평점 :
회사 밖에서 다시 시작,
퇴사하고 세계여행, 그 후의 이야기.
세계여행은 노후가 보장될 만큼 돈을 충분히 벌어
놔야 가는 줄 알았다. 다녀오면 빈털터리가 되어
다시 일도 못하고 돈도 없는 막막한 백수가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직접 부딪혀보니 큰일이 아니었다.
막연히 상상하며 키워온 불안의 고리가 많이 헐거워 졌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의 하루는 비슷했고, 마감을 하고 나면 한달이,
일 년이 똑같고 연차와 소정의 퇴직금만 쌓이는 인생.
요즘 가장 좋은 부분은 안정감이에요. 여행으로 인해
만났던 나와 생각이나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한 친구들이
아주 많아졌어요. 그래서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회사원이 아닌 베가본더로 살아가고 있어요.
평생 여행만 할 수는 없다. 여행을 하면 디지털 노마드로
살더라도 일은 해야 한다. 여행이 끝나면 다시 돈을 벌어야
한다. 다만 삶을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결단을 내려 본 경험이
몸에 선명히 새겨져 있을 뿐이다.
여행하며 매일 일기를 섰다. 최다 빈출 문장은 '행복하다,
좋다, 퇴사하길 잘했다.' 세 문장은 우열을 다투기 힘들만큼
자주 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득 없이 소비만 하는
날들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음을 고백한다.
여행을 마치고 다시 일상을 살아내면서 별것 아닌 순간들과
기억들이 결국 나를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여행은
이것으로 충분할지 모르겠다. 온 마음 다해 행복했던
그 시간, 그냥 아무 때나 꺼내 먹을 수 있는 추억이면 충분하다.
퇴사 전과 후 바뀐 게 있다면 시간에 대한 소유다.
나는 더이상 내 시간을 팔아 돈을 벌지 않는다. 덕분에 경제적
수입은 0에 수렴하게 되었지만, 나는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었다.
늘 어느 곳에 소속되어 있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사회에서 살아왔는데, 모든 걸 차지하고 일 년 동안 여행을 하며
가장 커진 건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실감이다.
'왜' 이렇게 인생이 재미없는지 자문할 시간에 '무엇을'하면
재미있게 살 수 있을지 찾는 것. 이유가 아니라 방법을.
질문을 바꿔보는 것이 비결이다.
여러 가지 일을 하며 회사에서 받던 월급만큼 벌고 싶다면
씨앗을 뿌려야 한다. 이것이 여행하며 만난 돈을 버는
한량들처럼 여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비책이었다.
인생이라는 문제에서 어떠한 답을 고르던 그 답은 정답입니다.
하지만 어떤 답을 고를지 고민하다 시간 안에 답을 적지
못했다면 결국 오답이 되겠죠. 지금 그 답을 시작하세요.
세계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온 지 7일째 되던 날,
전 직장에서 재 취업 면접을 보는 꿈을 궜다. 경종을
울린 악몽 덕분에 마음을 더 독하게 잡을 수 있었다.
나에게 더 잘 맞는 옷을 찾아 몇 벌은 더 입어보자고.
줄어든 통장 잔고 때문에 쉬운 선택이라고 차악을
택하진 말자고.
마중물처럼 지인들의 애정과 관심을 받아 보니 속물근성이
어느새 빠져나갔나 보다. 지금 탕진하고 백수에 가까운
프리랜서일지라도 마음은 부자다. 돈은 다시 벌면 되고,
주변 이들의 마음을 받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복지도 있다. 평일 사람 없는
카페에서 작업하기, 비오는 날은 집밖을 나가지 않고
책 읽기, 그리고 날씨 좋은 날 마시는 낮술 등은 줄어든
벌이를 상쇄한다.
매일같이 불평하던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 여행을
다녀왔어도 종종 하루의 소중함을 잊곤 한다. 여행에서
대단한 걸 얻는 대신 시간을 축낸 것처럼 느껴질 때.
인생은 이렇게 잛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이리저리 재볼
시간에 좋아하는 일을 하나라도 더 해야 한다.
여행은 인생을 바꾸는 게 아니라 나의 마음의 모양을
바꾼다고 생각해요. 보여지는 것이 어떻든 예전보다는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같아요.
결국 퇴사든, 여행이든, 뭐든지 해보면 아는 거다.
내일을 귀하게 대하는 태도와 나를 믿어주며 과소평가하지
않고 행동 하는 것. 이 두가지면 나의 세계는 확장된다.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인생 방정식은 없다. 손에 쥔 것을
내려놓고 행복을 미루지 않는 방법도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돈을 벌고 묵묵히 일을 하는 삶을 잠시 멈추어도
큰일 나지 않음을.
@prun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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