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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의 섬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4년 1월
평점 :
트릭, 유머, 복선의 완벽한 삼중주의 미스터리 소설!
시가누마의 머릿속에 아까 보았던 기적 같은 광경이
되살아났다. 바닷속에서 높은 상공으로 풀쩍 점프한 후,
배 한복판으로 떨어진 수수께끼의 물체, 흰색 돌고래가
아니라 흰옷을 입은 사람이었다.
시가누마는 체념했다. 그때 흐릿해진 시야에 놀라운 광경이
나타났다. 조명등 불빛이 밝게 비치는 바닷속에서 사납게
날뛰듯 구불거리는 실루엣. 의식이 희미해지는 상황에서도
사가누마는 재빨리 그 존재를 인식했다.
'아아, 저게 '용'인가. 용이다. 검은 용. 해룡이구나.'
유언장을 개봉 할 때는 다음 지시 사항을 엄수해 주기
바라는 바이다.
- 내가 죽은 후 적당한 시기에 비탈섬의 별장에서 개봉할 것.
- 다섯 명이 모이기 전에는 유언장을 절대 개봉하지 말 것.
푸른 바다에 섬 하나가 외따로 떠 있었다. 섬 전체가 커다란
점프대를 연상시키는 특징적인 실루엣. 그 광경에 시선을
빼앗긴 네 사람에게 조타실의 선장이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
"다들 잘 봐 둬. 저게 비탈섬이야."
아무래도 ⊃ 자 모양 건물의 양쪽에 갈라서 방을 준비해 둔
모양이다. 남자 손님과 여자 손님을 따로 모시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요.
쓰루오카의 경망스러운 태도를 나무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결과, 큰 방에는 쓰루오카의 아주 솔직한 말이
울려 퍼졌다.
"크하핫, 3천만 엔이라니! 땡잡았네. 일부러 오카야먀
촌구석까지 행차한 보람이 있었어!"
낭독을 마친 순간 큰 방은 미묘한 정적에 휩싸였다.
많은 사람이 복잡한 표정을 짓는 한편으로, 솟아오르는
웃음소리를 억지로 씹어 삼키는 남자도 있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양새는 각양각색이다.
식당에 남은 사이다이지 가문 사람들에게 고개를 돌려
약간 혀가 꼬인 어조로 갑자기 묘한 말을 꺼냈다.
"잘들어, 날 너무 무시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당신들도
잘 알잖아. 내가 그 비밀을 까발리면 어떻게 될지 정도는."
그 순간, 실로 기묘한 분위기가 식당을 뒤덮었다.
"깍!"
문밖에서 외마디 비명이 들렸다. 사야카는 놀란 나머지
뻗은 손을 뒤로 뺐다.
'방금 뭐지? 여자의 비명인가?'
"고개를 돌렸더니, 창밖에 ···
빨간 도깨비가 ··· 둥실 떠 있었어요!" 미사키는 공포에 찬
눈으로 사야카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얼굴이 새빨간 남자
도깨비였어요. 두 발이 땅에서 몇십 센티 떠 있더라고요!"
손님은 널빤지가 깔린 바닥에 위로 본 자세로 드러누워
있었다. 얼굴은 시뻘건 피로 범벅됐다. 연노란색 셔츠도
원래 빨간색이었다고 착각할 만큼 붉게 물들어 있었다.
얼핏 보면 얼굴부터 발끝까지 몽땅 빨간색으로 느껴진다.
물론 그 정체는 빨간 도깨비가 이니다.
"어, 이건, 쓰, 쓰루오카 가즈야!"
"기묘한 죽음이라니요?"
시신의 이마 한가운데쯤이 손상됐어요. 두개골이 함몰되고,
피도 많이 났겠죠. 그게 직접적인 사인일 겁니다.
아마도 단단한 막대기 같은 물건으로 강한 타격을 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외상은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시신은 코뼈가 부러졌어요.
이건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어떤 사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무대는 23년 전의 비탈섬이고요. 사이다이지
출판의 초대 사장님인 사이다이지 도시로 씨를 찾아온
갑작스러운 죽음에 얽힌 일이죠.
침대 위에서 바닥으로 미끄러져 떨어진 듯한, 아주 부자연
스러운 자세였습니다. 두 다리만 침대 위에 걸친 상태로,
상체는 바닥에 누워 있었죠.
다리를 건넌 범인은 섬 북쪽 벼랑, '도깨비 뒤집기 벼랑'에서
바다로 몸을 던졌다. 즉, 사이다이지 도시로 씨를 살해한
범인은 막다른 골목에 몰린 끝에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겁니다.
저기요, 어느 틈에 날 앞지른 거예요? 난 전속력으로
숲속 길을 뛰어 내려왔다고요. 도중에 날 앞 질리 간
사람은 절대로 없었는데!
굉장해. 정말 대단한 집착이야. 차라리 광기라고 해야 할
정도야. 이 저택이 사람 모습이라고 했지?
범인은 이 책을 읽는 독자라는 뜻이지.
야, 거기 너 말이야, 너!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vook_da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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