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 세상에 머무르는 까닭
김상량 지음 / 아침놀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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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극적인 변화 시대를 살아온 세대의 삶의 이야기

77년 삶의 발자취를 따라간 시간여행 에세이


나는 아직 살아 있다. 살아 있으면 되었다. 병신이 되고

안 되고는 차후 일이었다. 수술 후 두 세 차례는 소독해야

한다고 했지만, 침쟁이 할아버지를 부를 여유가 없어

제대로 치료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덕분에 휴유증이

아직도 나를 괴롭힌다. 나의 쉽지 않았던 험난한 인생

중에서 다른 것은 다 잊을 수 있지만, 이때 수술 후 소독을

못 한 것에 대해서는 지금도 아프고 애잔하다.


단칸방 생활은 공간이 좁아서 어려웠던 게 아니라 날마다

소리를 질러대던 할머니의 광란적 행동으로 인해 우리

세 식구 가슴에는 파랗게 멍이 들어가고 있었다.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질긴 생명력으로 자기를 지키며

품위를 잃지 않는다. 내가 야생화를 그토록 좋아하는

이유이다.


하룻밤 자고 나면 어느 동네가 전부 불에 다 타버렸다고

하고 누구는 처참하게 죽었다고 했다. 인민군들의 만행은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처참한 현장을 목격한 이후 

내가 밥을 먹지 못했다거나 잠을 이루지 못한 기억이 없다.

오히려 배가 고팠다. 나에게는 분명 하나의 사실이었지만

느낌이 빠진 채 펼쳐진 하나의 그림일 뿐이었다.

두려움은 어른들의 몫이었다.


휴전이 선언되고 군에 갔던 아저씨들이 하나둘씩 고향으로

돌아왔다. 가족들은 물론 이웃까지도 서로들 얼싸안고

울었다. 살아서 돌아왔다는 안도감에서 오는 기쁨의 

눈물이었다.


사진 속의 그 날엔 우리에게는 젊음이 있었고, 모든 어려움을

잊게 하는 희망이 있었다. 그날에 우리에게는 모실 수 있는

부모님이 계셨고, 무럭무럭 자라는 사랑스러운 애들이 있었다.


행복은 관계에서 나온다. 관계 중에 제일 먼저이고 가장

중요한 관계는 가족관계이다. 가정의 행복이 출발점이다.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신뢰일 것이다.


100세를 바라보게 되면 우리는 최소한 인생의 3분의 1을

병마와 싸워야 한다. 운명은 하늘에 맡기도 아프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이 우리들의 가장 큰 소원일 것이다.

아프지 않은 노년을 위해서 우리는 모든 것에서 이제

멀어져야 한다. 금하고 금하고 또 금해야 한다.


절대자는 부조리한 세상을 만들어 놓고 우리 인간은

끝없는 고통 속에 머물게 하였다. 그러나 절대자는

인간 세상에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오고 갈 수 있는

'정과 사랑'이라는 마약을 만들어 놓았다.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것이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진화론의 증명은 많은 시간이 필요한 가설이다.

생명의 기원이나 종의 기원 문제의 해답은 인간의 시간

안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답이다.


항상 우리 인간에게는 많은 우연이 일어날 것이며,

여기에 인간의 의지와 노력이 더해져 운명이 만들어진다.

운명이란 한자로로써 '만들어져가는 명줄'을 뜻한다.


우리 나이는 삶과 죽음의 경계, 존재와 소멸의 경계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소멸의 운명을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품격을 유지하자. 아름답게

소멸해가는 우리의 모습이 되자. 항시 예비하고 

두려워하지 말자.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achiminolbook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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