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를 든 사냥꾼
최이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빠는 사람을 죽이는 연쇄 살인마였고,

나는 그 시체를 치우는 딸이었다.


검안하는 달이면 한 달에 대략 80구의 사체를 맡는다.

하루에 평균 두 명에서 세 명꼴로 매일매일 죽는 사람이

나온다는 뜻이다.


부패보다 더 큰 문제는 사체 훼손입니다. 발견 당신에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굉장히 심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현장은 이상하리만치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어요. 게다가 사체를 덮고 있던 비닐이 ···


세현이 걸쭉하게 차오른 핏물 안 깊숙한 곳으로 손을

넣자 익숙한 것이 만져졌다. 이미 누군가 먼저 장기를

적출한 흔적이었다. 그 위로 또 실 몇 가닥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세현의 눈빛이 요동쳤다.

지금보다 더 어리고 현명하던 때 비슷한 사체를 봤던

순간이 기억 위로 스멀스멀 떠올랐다.


정현은 경찰차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걸음을 옮겨

핸드폰에 대고 속삭였다.

"사체를 절개한 다음 실로 꿰매뒀더라고요"


오래전 자신의 손에 목숨줄이 끊긴 사람이 살아있다는

사실로도 충분히 벅찬데, 그가 다시 살인을 시작했다는

결론에 이르자 누가 목구멍 끝까지 빵을 집어 넣은 것처럼

숨이 막혔다.


다른 손가락에 비해 유독 짧은 세현의 오른손 새끼손가락은

그의 것과 똑 닯았다. 잔인한 유전의 법칙이었다.


세현은 절단면을 살피기 위해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이번엔 실로 꿰맨 자국이 없었다. 대신 시도는 했던건지

피부가 미세하게 찢겨있었다. 세현이 아는 조균은 일 처리

속도가 느려 혼자서 한 달에 두 건을 해결해 낼 재간이 없는

사람이었다.


날은 다르지만 두 사건 다 사체 손상에 메스가 쓰였고

두 번째 사체에서 실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꿰매려고

시도했던 자국이 있어요.


용의자를 잡고도 과거 토막 사체에 미련을 버리지 않은

그의 집념이 당혹스러웠다. 이젠 까딱하다간 조균을

없애려고 갈았던 칼에 되레 찔려 죽게 생겼다.


재단사라는 단어는 누구 머리에서 나온 건지 참 기가 막힌

아이디어였다. 하기야 봉합을 위해서가 아니라 장기 위치를

표시한 모양새로 실을 매달아 둔 것이니 의사보다는 

재단사라고 불리는 게 더 그럴싸해 보였다.


포식자처럼 몸을 숨기다 목표를 잡아내는 집요함과 그 비좁은

공간에 오랫동안 기척을 감추는 인내심과 어디든 내키지 않고

칼을 쑤셔 넣는 무모함 그리고 그와 죗값을 나눠질 보증인까지.

그의 솜씨는 세월이 흘러도 녹슨 티 하나 나자 않았다.


전기 충격기 끝에 달린 침을 조균에게 내리꽂으려는 순간,

세현은 강한 충격을 받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서서히 감기는 눈 사이로 머리를 짧게 자른 아이가 보였다.


이번엔 상상이 아니라 진짜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세현은

조균에게 목이 졸린 채로 질질 끌려와 다시 식탁위로 던져졌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happybooks2u

@chae_seongmo


#메스를든사냥꾼 #최이도

#해피북스튜우 #포식자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검안 #사체 #적출 #살인

#반사회성 #연쇄살인마 #메스

#실 #집념 #토막사체 #재단사

#책 #도서 #독서 #철부지아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